[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 화랑을 지켜야 시장이 산다.
[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 화랑을 지켜야 시장이 산다.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3.07.1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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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행복지수의 중심에 돈이 있다. 이런! 미술시장은 애초부터 돈이었다. 미술시장의 기본은 거래다.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 또한 더 큰 거래를 위한 기초 작업이다. 여기에서 1차 미술시장은 작가의 개인전이다. 작가 개인과 고객이 직접 만나 가격을 만든다. 1차 시장의 가격은 작가 맘이다. 호당 20이면 그냥 20이다. 그럼에도 가격 자체는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나름의 사회적 조율의 시작이다. 이를 1차 시장인 프라이머리(primary)라고 한다면 세컨드리(secondary)는 화랑과 고객과의 관계다.

1차 시장과 2차 시장의 미술품 가격은 동일하지 않다. 1차 시장에서는 작가가 직접 움직이기 때문에 작가의 명성과 인지도, 아는 사람, 친인척, 사 주는 사람 등의 거래 조건이 부가적으로 따른다. 2차 시장에서는 화랑에서 작품과 고객이 만나기 때문에 작가의 인지도와 작품성만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대체로 1차 시장보다 가격이 낮게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미술시장에서는 없었던 각종 아트페어가 끼어들었다. 화랑과 작가와 고객과 컬렉터의 짬뽕이다. 2.5시장이다. 잘하면 질 좋고 수준 높은 백화점이 되지만 조금만 어긋나면 시골의 5일장이 되고 만다.

3차 시장은 경매다. 경매는 세컨드리에서 형성된 작품을 가져다가 더 낮은 가격에서 출발한다. 때에 따라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오기도하지만 유찰될 경우 작가의 인지도 하락을 우려한 작가의 직접 매입도 가능한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경매시장이 확장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가격하락을 우려한 1차 시장에 있는 작가가 직접 매입하기 3차 시장의 가격이 희미해진다. 물론 딜렉터의 상술도 작용하는 시장이다.
 
미술시장의 중심은 화랑이었었다. 기초적 미술시장의 중심이 무너지고 있다. 미술시장의 중심에 컬렉터가 슬며시 한자리 차지한다. 미술시장의 중심에 3차 시장이었던 경매회사가 한 다리 걸친다. 요기에 미술품을 수집하던 컬렉터가 거기에 있다. 컬렉터가 딜러다. 그래서 이들은 딜렉터다(딜러+콜렉터). 콜렉터가 나까마다. 컬렉터가 화상(畵商)이다. 심지어는 콜렉터가 미술품 가져와서는 ‘귀 화랑에서는 5%만 먹고 팔면 되요.’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화랑 관계자들은 화가 난다. 자신의 일을 그들이 하고 있음에 배가 아프다. 그런데 세상은 돈이다. 이들은 돈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미술품을 구매한 다음에 오를 때까지 기다리거나 급매가 나왔을 때 현금(돈)으로 매입한다. 이래서 화랑은 더 힘들다. 전시장 임대료, 인건비, 유지비, 활동비 등등을 지출해야 하지만 딜렉터는 그냥 현금만 가지고 다니면 끝이다. 그것만 있으면 인건비도 임대료도 유지비도 다 필요 없다. 가고 싶으면 가고 오고 싶으면 온다. 미술품 나왔다 싶으면 언제 왔는지 그 자리에 있다. 미술시장에 대한 촉도 빠르다.

시장의 질서가 무너지다보다 3차 시장에 있던 경매관계자들이 2차 시장을 기웃 거린다. 시장에 없던 딜렉터들이 돈 된다 싶으니 2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래저래 화랑은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흔들리면 나라의 경제가 흔들리듯이 중간상이 무너지면 전체가 흔들린다. 컬렉터는 중간상이 아니다. 조금만 손해나면 빠져나가는 이들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화랑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미술시장의 모든 관계자는 2차 시장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대현 화랑에서는 젊은 작가 발굴 절대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위치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이들만 찾는다. 생 초짜 미술가는 1차 시장이나 2.5 시장에서 자기 비용 들인다. 이를 지켜주고 보호하는 이들이 2차 시장인 화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