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디자인 개념에서 본 예술과 과학
[특별기고] 디자인 개념에서 본 예술과 과학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회원
  • 승인 2013.07.1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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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벽화, 한국의 힘과 관용미학의 뿌리

<지난호에 이어>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회원/전 서울대 초대 미술관장/독도문화심기운동본부장
인류가 남긴 문화유산 중에 으뜸가는 것이 있다면 나는 서슴없이 벽화를 들겠다.

지구상에 남아있는 미술작품 중에 만년의 세월을 견디며 지금도 우리를 감동시키고 있는 그림이 바로 벽화다. 라스코, 알타미라 벽화를 위시하여 히에라콘포리스, 카타콤, 아잔타, 미란, 키질, 투루판, 돈황, 다까마스, 등 수 많은 벽화들이 남아있다.

우리는 이렇게 오랜 세월을 견디고 있는 벽화를 통해 역사의 숨결을 읽을 수 있고, 그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벽화는 그림의 어버이며 회화예술의 족보이다.

그러나 벽화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이렇듯 벽화의 전통을 이어온 민족은 뿌리가 깊어 내일의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문화적 자생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만주 땅 집안과 평양 근교에 산재한 그 많고도 수준 높은 고구려벽화들을 지녔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림에 관한 한 우리는 족보를 간직하고있다는 당당함이 있어야 하겠다. 나는 강서큰무덤과 덕흥리벽화를 들어가 보고 무릎을 꿇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면 많은 사람 앞에 전시하고 칭찬 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고구려의 선배화가는 그림의 완성과 함께 암흑 저편으로 영원히 묻혀질 작품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했다. 현세에 득명하고 싶은 내 그림과 내세에 영원하고 싶은 그 그림 사이에 엄청난 차이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 역사 바로 읽기를 해야 한다.

우리는 외래문화를 수용하여 내 것으로 창조해내는 문화자생력을 지녀왔다. 선사 암각화와 벽화로부터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그림에는 너그러움이 있다. 재고 계산하여 완벽하기보다 용서하고 안아주는 넉넉함이 있다. 나는 이것을 관용의 미학이라 하고 그림으로 구해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남 보성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 옹벽에 세워진 일랑 이종상 화백의 벽화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