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17) - 후지마 진요시의 가부키무용 공연을 기리며
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17) - 후지마 진요시의 가부키무용 공연을 기리며
  • 서연호 고려대명예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
  • 승인 2013.07.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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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연호 고려대명예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
일본의 이토 요시히데(伊藤好英) 박사는 오리쿠치 시노부(折口信夫, 1887-1953)의 정통 학맥을 이은 민속학자이다. 필자가 봉직했던 고려대학교에 유학해 필자의 지도로 함께 연구했다. 학위를 받고 귀국한 후 『오리쿠치학으로 해독한 한국예능』(게이오대학출판회 2006)이라는 저서를 출판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서울을 방문했을 때 필자에게 후지마 진요시(藤間仁芳)의 근황을 들려 주었다. 가부키무용가인 그녀는 이토 박사의 부인이다. 그녀가 한국에서 무용 봉사를 하고 싶어 한다는 뜻을 알게 되었다. 무용수련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젊은날을 보낸 그녀는, 이제 은퇴하고나서 무용을 통한 봉사활동을 실현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훌륭한 뜻을 전해 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무용과 양성옥 교수는 제자들의 수련을 위해 즉각 수용의 의견을 밝혔다. 이렇게 해서, 2013년 6월 12일 같은 대학의 예술극장에서 <해설이 있는 가부키> 공연이 실현되었다. 아마도 국내에서는 초유의 일로 여겨진다. 11일 저녁에는 이토 박사의 「일본무용의 이해」특강과 워크숍이 있었다. 학생들과 연구자 및 무용인들의 많은 참여가 있었다. 후지마의 지도로 일본무용의 기본동작을 모든 참가자들이 실연해 보기도 했다.

후지마는 무용의 명인 후지마 진쇼(藤間仁章)에게 사사하고 받은 예명이다. 1978년부터 이에모토(家元) 세가와 센교(瀨川仙魚)에게 가부키무용을 사사 받아 1993년에 사범이 되었다. 다시 2003년부터 후지마류로 이전해 2005년 예명을 받은 나토리(名取)가 되었다. 1983년부터 현재까지 숱한 공연기록을 지니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가부키무용 <다카오 산게>(高尾懺悔)와 가부키계통의 창작무 <아야메>(菖蒲)가 공연되었다. 많은 학생들이 참람했다. 대부분이 가부키무용을 처음 보는 관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744년 에도의 이치무라9세에 의해 초연된 <다카오 산게>는 죽어서 지옥에 떨어진 다카오라는 유녀(기생)의 망령이 추는 춤이다. 흔히 게이샤라 불리는 유녀는, 술을 파는 유곽에 소속되어 가무를 공연하는 예능인의 한 부류를 일컫는다. 1933년에 초연된 <아야메>는 어떤 젊은이를 좋아하게 된 창포꽃의 정령이 자신의 심정을 호소하는 춤이다.

<다카오 산게>에서 다카오는 봉건영주의 뜻을 따르지 않아 스미다강 위의 배 안에서 살해되어 수장되었다. 기생처럼 게이샤는 결혼할 수 없지만 연인을 갖는 것은 자유이다. 연인에 대한 사랑의 순결을 지키고, 창녀처럼 살기를 거부했다가 살해된 게이샤의 이야기는 일본에 흔하다. 이렇게 죽은 다카오가 무덤에서 나타나 자신의 일생을 회상하고 참회하며 아름다웠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내용이 곧 이 무용의 배경이다. 그녀는 황진이에 필적할 만한 최고의 교양을 갖춘 유녀(다유, 太夫)였다.

한편, <아야메>는 창포꽃, 즉 식물의 정령이다. 이 정령은 꽃이 필 무렵이면 언제나 찾아오는 늠름한 젊은이를 변함없이 기다리며 그를 연모한다. 우산을 들고 추는 이 춤은 빗속에서 연인을 그리는 정령, 그 여인의 고독과 우아함과 색정스런 몸매를 조화시켜 절실하게 표현하는 묘미가 깃들어 있다. ‘빛깔은 보라빛, 연못 위에 구름, 구름도 흐르고, 꽃도 흘러, 물결이 치는 대로 바람에 향기 인다’는 가사의 의미가 유연한 춤사위로 전개된다. 두 작품의 음악인 나가우타(長唄)와 야마토가구(大和?)는 생음악 연주가 불가능했으므로 녹음으로 대체되었다.

후지마의 춤을 지켜본 국립무용단의 무용수 박윤정은 다음과 같은 소감을 말했다. 한일무용의 기본자세는 서로 완벽히 일치한다. 단전의 중요함이나 발바닥이 지면을 누르는 힘이나 뒷목의 중요함이 일치한다. 그러나 한국춤이 역할에 따른 세세한 춤사위를 갖지 못한 점은 일본과의 큰 차이로 드러난다. 일본에서, 여자는 팔꿈치의 방향이 아래를 향해야 하고 손이 나오면 안 된다. 남자는 팔꿈치의 방향이 몸의 바깥쪽을 향해야 한다. 여자와 남자의 걸음걸이에도 차이가 크다. 요컨대 무용의 개별적인 작품성,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부각시키지 못한 한국춤의 아쉬움을 지적했다. 이번 후지마의 봉사 공연을 계기로 양국 무용 비교고찰의 기회가 마련된 것은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일이고, 또한 함께 기쁨을 나눈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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