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의 박물관칼럼] 공립 박물관 기증 매뉴얼 필요하다
[윤태석의 박물관칼럼] 공립 박물관 기증 매뉴얼 필요하다
  •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
  • 승인 2013.07.2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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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문화학 박사(박물관학·박물관 정책)
기증과 수증, 현실과 합리성을 담보해야 

공립 박물관ㆍ미술관(이하 박물관)을 중심으로 자료 기증움직임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자산의 사회 환원 분위기 확산이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일부 기증자의 경우 기증의 명분과 함께 실익도 일정부분 고려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증과 수증 시 우선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 기증자의 무리한 요구와 충분한 숙고 없이 받고 보자는 자치단체장의 과욕이 그것이다. 

기증자가 일정수준의 자료를 기증하게 되면 수증 처에서는 일정 비율의 사례를 하는 것이 박물관에서는 이미 오랜 관례다. 그러나 이때 기증자는 기증품이 국보급 몇 점, 몇 백 억대 이런 말은 하지 않는 게 기증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다. 기증은 하되 그 이후는 수증 처에 맡기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일부 기증자의 경우 금전적 가치와 사례금도 요구해 자칫 순수성이 결여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를 인지하면서도 무리하게 받고 보자는 자치단체장의 태도역시 문제다.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성급하게 자료가 기증 처 수장고에 입고된 후에야 실시하는 전문가들의 감정결과 기증자가 얘기한 총금액에 턱없이 부족하거나 수증 처에선 필요 없는 유물과 가품(假品)까지 섞여 있을 경우 서로 난처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증자는 큰 실망감과 부끄러움에 휩싸이게 되고 사람들은 기증자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기증자는 수집 당시의 가격만을 기억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고미술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나 IMF이전에 비해 크게 위축되어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 중국 및 중국을 통한 북한쪽 문화재의 대량 반입, 서양미술품의 상대적 활성화, 생활주거환경의 서구화와 취향변화 등이 원인이 되어 유물의 거래가격 역시 크게 폭락했으며 거래 또한 뜸한 실정이다. 

이에 더해 기증자가 자료를 구입한 곳이 외국이었다면 원화가치 상승에 편승한 고가 구입 등으로 국내 현실과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시가는 말 그대로 국내에서의 현재 상황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잣대다. 따라서 총 평가액이 사례금보다 낮게도 나올 수 있는 현실에서 기증자와 기증 처의 입장차는 매우 크게 벌어 질 수 있다. 이러한 시각차는 기증과 수증의 매뉴얼부재에서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증과 수증 매뉴얼에 담아야 할 것

기증은 분명 숭고한 사회적 실천으로 높이 평가되어야한다. 기증자와 수증 처 모두 순수한 뜻이 잘 반영된 합리적 절차를 담보한 매뉴얼이 필요한 이유다.

기증에 앞서 일단 기증의 취지를 명료하게 밝히되, 수증처의 입장에서 수증과정 또한 분명히 해야 한다. 기증 자료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명한 가치가 있다하더라도 기증의 취지가 순수성이 결여된 경우 기증 처에서는 숙고해야하며, 수증의 매뉴얼에 맞는 과정을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밟아야 한다. 물론, 상호 의견이 다를 경우 물밑 접촉도 가능하나 큰 틀에서는 매뉴얼대로 해야 함은 물론이다. 기증자가 매뉴얼에 수긍하지 못할 경우 응당 다음 단계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 

매뉴얼에는 수증의 합리적 절차를 담아야한다. 기증의사를 밝힌 기증자의 뜻을 듣고 그 뜻이 타당한 경우, 수증 처는 기증과 수증절차를 분명히 밝혀야한다. 기증조건, 우대방안, 운송절차와 과정, 관리방안, 진위와 시가감정의 필요성과 절차, 감정 후 조치사항, 처분(폐기 포함) 방침 등이 그것이다. 다음 기증할 자료의 리스트를 파악하고 전문가를 보내 기증할 자료를 검토케 한다. 먼저 기증조건과 우대방안으로는 일정 비율의 사례금 지급, 기증자실 설치, 특별전 개최, 기증자료 도록발간, 세재혜택 등이 있으며 이 항목 내에서 협의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것들은 기증 자료가 수장고로 입고된 후 실시하는 진위와 시가감정 후 결정함은 물론이다. 이때 기증 자료에 대한 처분 방침도 제시하여야한다. 

기증 자료의 처분은 기증자가 기증한 자료 중 수증처의 정체성에 부합하지 못하거나 자료적 가치가 있더라도 이미 유사한 자료가 있어 활용가치가 떨어 질 때, 자료 자체의 질이 낮은 경우 필요한 조치이다. 물론, 이러한 자료에 대해서는 수증을 하지 않아야하나 기증자가 일괄 기증을 고집할 경우 꼭 필요한 자료와 함께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처분규정은 장기적으로 볼 때 자료를 보존ㆍ전시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될 경우를 대비해서도 필요하다.

수증 처에 필요 없는 자료는 필요로 하는 박물관에 대여, 기탁, 양여, 임대, 위탁 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매각할 수도 있어야한다. 매각은 공신력 있는 경매회사를 통함이 합리적이며 경매 수익은 필요한 자료를 구입할 수도 있으며 기금자체로도 활용하되 박물관에 꼭 필요한 활동으로 제한하면 된다. 이 경우 기증자가 기증한 기부금으로 산입하고 그 사실은 기증자에게 알려야 한다. 세재혜택으로는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나 종합소득세 신고를 통한 공제 등이 해당된다. 

매뉴얼에 따라 진행된 기증과 수증 절차 및 결과에 대해 기증자는 수용하여야 하며, 불가피하게 기증자가 기증을 철회할 경우라도 모든 과정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해야함은 물론이다. 

향후 더욱 활성화될 기증문화에서 매뉴얼은 양자를 존중하기 위한 최소한의 가치이며 궁극적으로는 인류문화유산 보존과 직결됨을 인지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