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무더위를 피하는 방법… 몰려든 전시, 미술관 훑기-②핫(hot)한 세계문화展
[전시리뷰] 무더위를 피하는 방법… 몰려든 전시, 미술관 훑기-②핫(hot)한 세계문화展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3.07.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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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맞은 휴가를 ‘방콕’만 할 수만은 없는 법이지만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듯 휴가를 꼭 멀리가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뜨거운 태양을 피하는 방법! 지난 컬럼에 이어 필자는 미술관 나들이를 권하려 한다. 유난히 풍성한 2013년 여름전시 미술관 흝기 ②번째는 세계거장展에 이은 핫(hot)한 세계문화展이다. 8세기 이슬람 문화를 시작으로, 근현대 스페인 미술과 현대 애니메이션 세계를 엿보는 일본의 스튜디오 지브라의 전시까지. 시대도, 장르도, 대상도 다양한 전시를 소개한다. 

▲ (시계반대방향으로)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展, ‘스페인 근현대미술-Hola! Spain’ 展, ‘이슬람의 보물’展

일본 도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튜디오 지브리가 한국을 찾았다. 2013년 상반기 가장 성공적인 전시로 손꼽히는 ‘팀 버튼’ 전시를 통해 신선한 기획과 기발한 상상력의 영화계 장르를 넘어선 현대예술로서의 전시로 주목받았던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가 11번째 주인공으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전시를 소개했다. 디즈니 픽사와 더블어 세계 3대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평가받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과 제작 전반을 소개하는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展이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9월22일까지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래소년 코난’, ‘알프스 소녀 하이디’ 등의 명작 애니메이션으로 세계적인 작품 28편의 레이아웃 원화 1,300여 점이 전시되는 역사상 최초 해외전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완성작품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수작업 드로잉의 창조성과 제작기법의 기발하고 다양한 세부 설계 전반이 소개돼 더욱 흥미롭다.  

투우와 플라밍고의 나라, 강렬하고 격정적인 스페인 미술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도 열린다. 스페인이 고향인 세계적인 거장 파블로 피카소를 시작으로,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 호안미로 등 스페인 대표 미술 거장들이 경기도 분당 성남아트센터 미술관에 오는 9월1일까지 ‘스페인 근현대미술-Hola! Spain’ 展을 연다. 회화, 판화, 사진, 영상 등 100여점의 스페인 근현대미술 전반에 거쳐 23명 작가의 작품으로 체계적인 스페인 미술역사를 엿볼 수 있는 전시이다. 거장들만의 개인전이 아닌 스페인 미술의 상징적인 작가 피카소, 달리, 미로 등의 1세대부터 앵포르멜 미술의 선두주자 안토니오 사우라, 에두아르도 칠리다 등 2세대 작가와 조형물 시리즈와 무대디자인, 대형 아트프로젝트 등의 공공미술을 통해 이름을 알린 하우메 플렌사와 미디어작가 칼스 콩고스트 등의 3세대 신진작가들까지, 20세기 초반부터 21세기 현대미술작품 전반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면서 19세기 프랑스 예술과 차별화된 스페인만의 독창적인 미술, 스페인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그들만의 미학을 전시에 담아내고 있다. 생소할 수 있는 스페인 미술을 접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싶다. 

쿠웨이트 왕실 컬렉션 ‘이슬람의 보물’ 전시가 서울 용산구 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0월20일까지 열린다. 세계 교역의 중심지였던 이슬람의 8세기부터 18세기까지 수집된 알사바 360여점의 유물이 전시되었다. 스페인 서쪽에서 중국 동쪽에 이르는 지역까지 서로 다른 문명과의 교류와 융합를 통해 국가의 흥망성쇠와 뿌리 깊은 민족의 문화가 진귀한 보물들을 만들어냈다. 황금의 땅이라고 알려졌던 ‘오리엔트’의 화려한 궁정문화의 보석들과 자연을 형상화한 아라베스크 문양, 이슬람의 기하학적 패턴, 세밀하게 표현된 그들의 공예기술 전반을 도자, 유리, 금속, 석조와 목조 건축 장식물-기둥, 서예 등을 통해 이슬람의 상징적인 쿠란의 흔적들을 전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시는 이슬람 문화가 아직 생소한 우리들에겐 쉽지 않은 전시이다. 이슬람 미술의 가장 큰 특징인 ‘형상표현’에 관심을 두고 관람하는 것이 좋겠다. 이슬람의 종교문화를 이해하고 우상숭배가 금지되어 인간이나 동물의 형상 대신 기하학적 무늬를 많이 사용했던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이러한 점에서 이슬람의 정치가 광활한 이슬람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의 시발점임을 찾아보는 것이 전시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진정한 휴가라고 한다면 내가 바라보는 시선의 관점을 한 단계 높여 낯선 경험으로의 여행도 진정한 휴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거운 배낭 없이 떠날 수 있는 세계 문화여행,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과 세계문화의 흔적들로 좀 더 여유 있는 휴가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