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조성의 생성원리
[음악칼럼] 조성의 생성원리
  • 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 승인 2013.07.2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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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노바아르테 음악감독)
음악이란 규칙적이고 조직화된 틀에 의해 만들어지게 된다. 그 틀을 형성하는 요인은 리듬, 박절, 음계, 조성, 화성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음의 영역은 조성(tonality)라고 불리는 틀에 속하는 것이다. 만약 음악이 반복되는 하나의 음 만으로 만들어져 있다면 선율은 리드미컬함 이 외에는 그 매력이 없게 된다. 물론 원시적 음악에서는 단순하고 제한적인 음의 사용으로 인해 선율선이 리듬의 요소에 의해서만 만들어지기도 한다.

원시적 선율들을 보면 구성하는 음의 요소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들 선율은 한 음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하나의 구심점이 되며, 다른 음들은 장식적으로 쓰인다. 이처럼 선율에서 강조되어 구심점의 역할을 갖는 음을 으뜸음(tonic) 혹은 조성의 중심이라 한다. 비교적 단순하고 비약한 음의 조직으로 구성된 원시적 선율뿐만 아니라 보다 복잡한 선율들도 구조면에서는 같은 원리에 의해 구심점을 갖게 되며, 그 선율의 조성을 형성하게 된다.

우리가 조성을 느끼는 요인은 선율을 이루는 기본 단위 중에서 가장 긴 음으로 되어있고, 처음과 끝에 나타나며, 다른 음들에 비해 비교적 자주 들린다. 다시 말해 구심점이 되는 음은 마치 고향과 같은 지점으로써 선율의 전개과정에서 그 곳에서 시작하여 다시 그 곳으로 돌아오는 모양을 보여준다. 즉, 선율은 악센트나 음의 길이, 반복, 처음이나 끝음 또는 최저나 최고음에 의해 구심점을 만들어 조성을 느끼게 한다.

또한 추가적인 잠재요인에 의해서도 조성을 느끼게 되는데, 그 추가적 잠재요인은 선율의 음들 간에 생기는 음정관계에 있다. 다양한 음들이 때맞춰 움직이며 조성적인 틀을 만들어 내는데 이는 마치 건축물의 바닥과 천정과 같아서 선율적인 부분들은 그 안에서 조성적인 디자인의 한 요소로써 소리 나게 된다. 어떤 음들은 집의 들보와 같이 틀의 기본이 되는 반면, 다른 음들은 그 위를 씌우는 장식적 요소로써 나타난다.

음악은 우리 삶과 사회의 반영이다. 선율이 리듬을 바탕으로 조성적인 중심을 가지고 아름다움을 만들어내 듯이 우리의 삶에도 구심점인 조성(tonality)과 으뜸음(tonic)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흔들리지 않는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렇다면 인생의 조성(tonality)과 으뜸음(tonic)은 어떤 것일까? 자신을 잡아갈 수 있는 신념일 수도 있고, 신앙일 수도 있고, 가정이나 일터일 수도 있다. 이런 구심점이 없는 사람의 인생은 동분서주하여도 이루는 것이 없고 안정적이지 못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돌아갈 곳이 없이 방황하는 인생을 우리는 성공적이고 아름다운 인생이라 하지는 않는다. 잠시 흔들린다 하여도 확실한 구심점이 되는 조성(tonality)과 으뜸음(tonic)있다면 다시금 고향처럼 돌아갈 수가 있게 된다. 그러므로 삶의 조성(tonality)과 으뜸음(tonic)을 확실하게 갖추어야만 하는 것이다.

사회나 국가도 그 조직이 탄탄하고 생동감이 있게 발전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조성(tonality)과 으뜸음(tonic)이 있어야 한다. 사회의 구심점이 되는 바른 리더와 리더십 그리고 리더의 비전이 조성(tonality)과 으뜸음(tonic)으로 자리를 확고히 할 때 비로써 사회가 안정적이고 아름답게 된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게 되는가? 리더는 어느 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사회가 아름다워지려면 중심이 될 수 있는 리더를 지속적인 교육으로 길러내야만 한다. 즉, 교육적인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말이다. 각 분야별로 체계적으로 투자하고 길러내야 한다. 이것은 어느 한 사람에 의해서가 아닌 사회가 담당해야 할 몫인 것이다. 참다운 리더의 부재가 결국은 현재 사회적인 문제(경제적, 정치적 등등)을 불러온 것이다. 이것은 그 동안 가시적 효과에만 눈길을 준 우리 모두의 탓인 것이다. 보다 길게 앞날을 내다보고 준비해야만 이 사회와 국가가 아름다운 선율로 노래될 수 있다.

구심점이 되는 조성(tonality)과 으뜸음(tonic)이 있어 선율을 아름답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