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 유명하지도 않은데 잘 팔린다?
[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 유명하지도 않은데 잘 팔린다?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3.07.2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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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여럿이 모여 미술시장을 형성하는 아트페어나 아트페스티벌, 미술제에서는 언제나 귀가 쫑긋하다. 누구의 작품이 팔렸다고 하면 그 부스를 슬며시 지나간다. 꼼꼼히 살피지도 않는다. 자존심 문제다. 그러면서 팔린 이유를 생각해 본다. 어떤 미술품이 팔리는가에 대한 대답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이는 없다. 팔린 미술품만 바라볼 뿐이다. 작품성이나 여타의 것 또한 별거도 아닌데 부러울 뿐이다. 부러우면 지는건데...

일부의 경우이긴 하지만 유명하지 않은 미술가의 작품이 잘 팔리는 경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예술성이 뛰어나다거나 장식성이 훌륭하다거나 하는 것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이유에서 좀 멀어져 있다. 그중 첫 번째가 ‘아는 사람’이다. ‘아는 오빠’나 ‘사촌 동생’이 이성교제의 첫 번째 덕목이듯이 ‘아는 사람’은 미술품 거래의 첫 번째가 된다. 아는 사람이 사주는 것이 가장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로는 사회적 계급이다. 가장 가까운 이(남편, 아내, 아버지, 삼촌 등)가 사장이거나 의원이거나 사회적으로 유명한 이가 있어야 한다. 가치고 뭐고 필요 없다. 여기에 학벌과 적당한 장식성, 보통사람이 흉내 내기 조금 어려운 기술성, 뭔가에 대한 스토리, 치유나 관념을 생각하는 적당한 철학성이 보태진다면 금상첨화다.

가치 수준을 가늠할 수 없는 부분이 예술작품이다. 1등 2등 구분도 어렵다. 그러다보니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면 제일먼저 ‘누구의 빽일까’에서 시작한다. ‘상금은 받았을까?’, ‘줄타기는 어떻게 했을까?’ 등등의 말이 나온다. 입선은 아는 사람이 되고, 특선은 아는 사람 중에 잘 그리는 사람이 되고, 대상은 돈 많은 이가 된다는 말도 있다. 최근에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도 경험하였기 때문에 모두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미술품 시장은 ‘가치시장’이다.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판다. 가치(價値,value)는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쓰임새로서 감정이나 의지의 욕구 충족에서 결정된다. 어떤 물건이나 상태, 상황과 인간의 관계에서 현성되는 중요한 쓰임새를 말한다. 물론 물건으로서 상품이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쓰임새의 상태는 달리한다. 미술품으로 거래되는 가치는 사용빈도의 다양성에서 형성된다. 장식적, 정신적, 사회적, 이념적, 경제적, 사유적, 철학적, 자신 등의 요인을 두루 가지고 있다.

가치의 사용 빈도가 부족한 미술품의 경우에는 ‘아는 사람’이 최고의 피해자다. 가치를 파는 것임에도 작가의 이미지와 작가의 모습이 겹쳐진 상태의 미술품을 판매한다. 판매된 미술품의 가치란 구매자의 행동과 이성과 지식에 어떠한 바람직한 영향이 제공되어야 한다. 구매자는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미술품에서 독특한 향취를 맡는다. 자신이 지닌 삶의 가치에 영향이 될 만한 미술품을 구매한다. 자신의 삶을 돌아볼 줄 아는 이들을 우리는 ‘컬렉터’ 혹은 ‘미술애호인’이라 부른다.

삶의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사람들은 정신활동을 시작한다. 사람의 가치 또한 사회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쓰임새를 충족시켜야 한다. 사회발전을 위해 창의적 활동을 하는 이들을 가장 선두에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미술품은 가치의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사람이 경험하였던 일을 되 뇌이는 일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경험하지 못한 정신 상태를 미리 예견하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가치를 시각으로 보여주는 일이 미술작품이다. 이러한 가치가 형성될 수 있는 상태를 우리는 ‘창의’라 부른다. ‘창의’는 ‘창작’된 정신을 모태로 하는 사회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