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채치성 국악방송 사장] “대중화에 치우쳐 국악방송 정체성 버리지 않을 것”
[인터뷰 - 채치성 국악방송 사장] “대중화에 치우쳐 국악방송 정체성 버리지 않을 것”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3.08.1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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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넘어 영상채널도 꿈꾼다… 국악 바탕 ‘전통문화예술관광TV’ 구상 중

     지난 6월, 국악방송 사장에 채치성 전 국악방송 본부장이 임명됐다. 채치성 사장은 서울대에서 국악학을, 중앙대와 한양대 대학원에서 음악학을 전공했으며, KBS 국악 PD, 국악방송 본부장 등을 역임한 국악방송인 출신으로, 경험과 전문성만으로도 전무후무한 국악전문가이다.

     채 사장이 KBS PD로 재직 당시, 방송국에서 다루는 하루 국악 비중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아시안게임, 88올림픽 등을 기점으로 국악붐이 일어났고, 방송사 내 유일한 국악전공자였던 채 사장은 국악방송인이자 국악경영인으로서 뛰어들게 된다. 출연자 대신 방송 프로그램 패널로 나가기도 하고, 토론회 대담자로 나갈 때도 있었다며 채 사장은 당시를 회상했다. 그 후, 국악방송이 개국하면서 국악방송 편성팀으로 입사 후 본부장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국악방송이 있게 한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음악단체 ‘아리랑 앙상블’을 결성해 국악과 아리랑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발 벗고 직접 나서기도 했다. 해금, 대금 등 국악기와 하모니카, 베이스, 드럼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분야의 실력 있는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가까운 나라부터 국악한류를 심겠다는 생각으로 일본에서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가요 한류에 이어 진정한 우리의 것으로 또 다른 한류 바람을 일으켜보겠다는 의지는 국악방송 밖에서도 이어졌던 것이다.

     이런 그가 국악방송 사장으로 오자 국악계가 술렁이고 있다. 임명 직후, ‘국악입국’을 천명하고, 국악으로 나라의 정신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여러 방안들과 사업계획들을 쏟아냈다. 특히 오는 9월 가을 개편을 앞두고, 국악방송이 전통문화의 세계화를 통해 신新 한류 확산에 동참한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한류정보센터를 신설해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국악을 필두로 하는 우리 전통문화예술의 콘텐츠 인지도를 한층 더 높여줄 한류정보센터는 전통한류의 근본적 에너지원인 사국(국악, 국사, 국어, 국학)과 한스타일(한식, 한복, 한옥 등) 관련소식을 전문적·심층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특히 한류정보센터장으로 지난 20년간 BBS불교방송과 대구TBC 프로듀서, 미국 라디오코리아 제작국장 등을 두루 역임한 바 있는 김정학 영남대학교 천마아트센터 총감독을 영입해 주변의 기대가 높다.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전통공연예술의 한류파워에도 청취자의 이목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한류현상의 분석 및 발전에 이바지하고, 전통문화 중심의 공연 기획 및 한류 체험 프로그램을 운용해 또 다른 한류열풍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한류정보센터 운영을 앞두고, 채치성 국악방송 사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지난 6월 국악방송 사장으로 취임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이 자리는)국악 소양이 없어도 국악방송 사장을 맡을 수 있는 등 정치적인 성향과 영향력이 컸던 게 사실이다. 국악을 위해 설립된 방송국인데 국악미전공자가 사장을 맡게 되니 여러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국악의 대중화도 중요하겠지만, 방송국 콘셉트를 국악이 아닌 일반 문화예술로 범주를 잡아 가더라. 그러면서 점차 국악방송만의 가치와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에 안타까웠다. 문화예술이라고 하면 너무 포괄적이다. 국악과 더불어 전통문화까지 포괄해 전문성 있게 가야한다. 나는 이번에 국악방송을 다시 살리라는 역사적인 소명을 갖고 사장으로 취임했다. 지금껏 오로지 국악만을 위해 살아온 나는 인생 자체가 국악이었고, 단순히 국악을 아는 게 아니라 국악을 너무도 사랑한다. 나라음악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임하겠다.”

-취임한지 두 달 가량 됐다. 성과를 논하기에 이르지만, 앞두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알려 달라.
“업무파악은 임명되고 하루 만에 끝났다. 그동안 늘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실행이 수월하고 속도도 빨랐던 거다. 현재까지는 내 첫 계획과 청사진대로 잘 오고 있다. 취임식을 취소하고 직원들에게 간단히 취임사만 전하면서 딱 두 가지를 강조하고 약속했다. 앞으로 국악방송은 국악과 우리 전통문화예술을 다룰 것이다. 국악을 중심으로 국어, 국사, 국학 등 ‘4국 운동’을 벌이려고 한다. 이는 국악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고, 나라의 얼을 세운다는 ‘국악입국’을 천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류정보센터를 설립해 운영을 앞두고 있다. 두 번째로는 직원들에게 복지향상을 약속하고 곧바로 복지카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6월 7일부터 일하기 시작해 7월에 도입했으니 한 달 만에 이뤄낸 쾌거이다. 다른 기관은 복지카드에도 차등이 있지만, 우린 그런 것 없이 전 직원 동일하게 일률적으로 적용한다. 지금까지 국악방송의 복지환경이 열악했던 게 사실이지만, 호전시켜 나가려고 한다.”

-오는 가을, 한류정보센터가 가동된다. 소개 부탁한다.
“진정한 한류를 확산시킨다는 의미에서 한류정보센터를 만들었다. ‘문화융성’의 근간이 우리 전통문화예술이 돼야 하지 않겠나. 국악으로 국민행복을 도모하고, 문화증진을 하겠다. 국악을 중심으로, 우리 전통문화예술 전반의 모든 자료를 한데 모아놓고, 각 방송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통문화예술 소식이 원활히 전달될 수 있게 하고, 또한 한류와 관련해 문화산업도 펼치려고 한다. 가을 개편 후, 본격적으로 운영되니 기대해 달라.”

-한류정보센터를 통해 국악의 체계적인 보급과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궁금하다.
“9월에 미국을 가서 미주한인방송협회와 접촉한다.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등 미국 내에서도 우리 국악방송이 나가고 있긴 하지만, 미주한인방송협회와 함께 더 확산시킬 생각이다. 더불어 라디오뿐만 아니라 영상까지도 직접 제작해 제공하려고 한다. 그들에게는 제작비용이나 인건비용이 없이 양질의 영상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동시에 우리 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될 거라 기대된다. 또한 판소리 명창들과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함께 하는 무대 등 해외에서의 라디오 공개방송도 계획 중이다. 그리고 전주, 경주, 부산 등 지역 국악인들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모시고 단가, 눈대목 등 수시로 국악 녹음을 하려고 한다. 그분들이 국악방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지역 국악인들을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영상 제작에도 나선다고 하니, 국악방송의 영상채널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까?
“국악을 바탕으로 전통 무용, 공예, 도예, 복식, 음식, 건축, 관광에 이르기까지 우리 전통과 관계되는 모든 걸 다루고 싶다. 단순히 국악TV가 아니라 전통문화예술관광TV를 꿈꾸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와 관련한 모든 것은 전통문화예술관광TV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다. 요즘 케이블 채널은 수 백 개에 이르더라. 하지만 그 중에 전통문화관광을 다루는 채널은 없다. 우리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영상채널이 하나라도 있어야하지 않겠나. 처음에는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먼저 마니아를 공략하려고 한다. 마니아가 늘어나면 대중으로 확산된다. 전통 문화와 관련된 모든 게 한데 모아져 있는 우리 채널만의 강점이 채널의 존재이유를 말해줄 것이다. 전통 문화에 관한 정보가 필요할 땐 우리 채널로 보면 된다는 인식을 퍼뜨려 특화시켜갈 것이다.”

2006년 발행된 채 사장의 작곡집 <나의 노래>
-현재 국악방송 주파수 지역 발송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서울·경기, 부산, 전주 등 전국 8개 권역에 지방 중계소를 두고 있다. 국악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에 곧 개국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주파수를 내주기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앞으로 6-7개는 더 생겨서 국악방송의 전국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민들부터 홀대하고 듣지 않는 국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마련돼야 할까?
“교육에서부터 먼저 국악이 영역을 확보해야한다. 초중고생 음악 교육에서는 양악만큼 국악도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한다. 대학 졸업 후, 중학교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한 적이 있는데, 당시 학생들에게 국악과 양악을 균형 있게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바이올린과 해금을 비교해서 들려주기도 하고, 시험 문제도 절반씩 냈다. 얼마 전, 제자들을 만났는데, 벌써 흘러간 시간이 수 십 년인데도, 여전히 국악음계를 기억하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자녀를 키울 때에도 다른 음악들만큼 국악도 자주 접하게 해줘야 음악에 대한 편견도 없더라. 또한 젊은 주부들, 젊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국악의 이점과 아름다움, 매력 등에 관해 강좌를 실시하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 엄마들이 좋아하면 아이들과 남편도 따라오게 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악의 설 자리를 마련하려면 엄마와 아이들을 공략해야 한다.”

-전통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 중요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 지정제도와 관련해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다.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요즘은 문화재가 부와 권력의 수단으로 변질돼 가는 것 같기도 하고, 문화재 지원도 한정적이라 배고픈 문화재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현실에 회의감이 들곤 한다. 문화재로 지정되면 그분들이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으시더라도 품위유지비 정도는 지원이 돼야 하지 않나 싶다. 문화재라면 문화재다운 대접이 뒷받침돼 줘야 하는 것 아니겠나. 또한 문화재가 점점 왜곡돼 널리 퍼지지 못하는 상황도 안타깝다. 문화재 제도가 이대로 가도 좋은지에 대한 주제로 토론회도 가져볼 생각이다. 앞으로 문화재 제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국악방송이 나아갈 방향은?
“대중화를 앞세워 국악방송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진정한 우리 국악만을 다루는 등 국악방송만의 뚜렷한 매력이 있어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고정 향유층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악방송이 없어지진 않을 거라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