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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국악방송 사장으로 취임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이 자리는)국악 소양이 없어도 국악방송 사장을 맡을 수 있는 등 정치적인 성향과 영향력이 컸던 게 사실이다. 국악을 위해 설립된 방송국인데 국악미전공자가 사장을 맡게 되니 여러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국악의 대중화도 중요하겠지만, 방송국 콘셉트를 국악이 아닌 일반 문화예술로 범주를 잡아 가더라. 그러면서 점차 국악방송만의 가치와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에 안타까웠다. 문화예술이라고 하면 너무 포괄적이다. 국악과 더불어 전통문화까지 포괄해 전문성 있게 가야한다. 나는 이번에 국악방송을 다시 살리라는 역사적인 소명을 갖고 사장으로 취임했다. 지금껏 오로지 국악만을 위해 살아온 나는 인생 자체가 국악이었고, 단순히 국악을 아는 게 아니라 국악을 너무도 사랑한다. 나라음악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임하겠다.”
-취임한지 두 달 가량 됐다. 성과를 논하기에 이르지만, 앞두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알려 달라.
“업무파악은 임명되고 하루 만에 끝났다. 그동안 늘 생각하고 있어서인지 실행이 수월하고 속도도 빨랐던 거다. 현재까지는 내 첫 계획과 청사진대로 잘 오고 있다. 취임식을 취소하고 직원들에게 간단히 취임사만 전하면서 딱 두 가지를 강조하고 약속했다. 앞으로 국악방송은 국악과 우리 전통문화예술을 다룰 것이다. 국악을 중심으로 국어, 국사, 국학 등 ‘4국 운동’을 벌이려고 한다. 이는 국악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고, 나라의 얼을 세운다는 ‘국악입국’을 천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류정보센터를 설립해 운영을 앞두고 있다. 두 번째로는 직원들에게 복지향상을 약속하고 곧바로 복지카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6월 7일부터 일하기 시작해 7월에 도입했으니 한 달 만에 이뤄낸 쾌거이다. 다른 기관은 복지카드에도 차등이 있지만, 우린 그런 것 없이 전 직원 동일하게 일률적으로 적용한다. 지금까지 국악방송의 복지환경이 열악했던 게 사실이지만, 호전시켜 나가려고 한다.”
-오는 가을, 한류정보센터가 가동된다. 소개 부탁한다.
“진정한 한류를 확산시킨다는 의미에서 한류정보센터를 만들었다. ‘문화융성’의 근간이 우리 전통문화예술이 돼야 하지 않겠나. 국악으로 국민행복을 도모하고, 문화증진을 하겠다. 국악을 중심으로, 우리 전통문화예술 전반의 모든 자료를 한데 모아놓고, 각 방송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통문화예술 소식이 원활히 전달될 수 있게 하고, 또한 한류와 관련해 문화산업도 펼치려고 한다. 가을 개편 후, 본격적으로 운영되니 기대해 달라.”
-한류정보센터를 통해 국악의 체계적인 보급과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궁금하다.
“9월에 미국을 가서 미주한인방송협회와 접촉한다.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등 미국 내에서도 우리 국악방송이 나가고 있긴 하지만, 미주한인방송협회와 함께 더 확산시킬 생각이다. 더불어 라디오뿐만 아니라 영상까지도 직접 제작해 제공하려고 한다. 그들에게는 제작비용이나 인건비용이 없이 양질의 영상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동시에 우리 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될 거라 기대된다. 또한 판소리 명창들과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인들이 함께 하는 무대 등 해외에서의 라디오 공개방송도 계획 중이다. 그리고 전주, 경주, 부산 등 지역 국악인들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모시고 단가, 눈대목 등 수시로 국악 녹음을 하려고 한다. 그분들이 국악방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지역 국악인들을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영상 제작에도 나선다고 하니, 국악방송의 영상채널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까?
“국악을 바탕으로 전통 무용, 공예, 도예, 복식, 음식, 건축, 관광에 이르기까지 우리 전통과 관계되는 모든 걸 다루고 싶다. 단순히 국악TV가 아니라 전통문화예술관광TV를 꿈꾸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와 관련한 모든 것은 전통문화예술관광TV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다. 요즘 케이블 채널은 수 백 개에 이르더라. 하지만 그 중에 전통문화관광을 다루는 채널은 없다. 우리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영상채널이 하나라도 있어야하지 않겠나. 처음에는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먼저 마니아를 공략하려고 한다. 마니아가 늘어나면 대중으로 확산된다. 전통 문화와 관련된 모든 게 한데 모아져 있는 우리 채널만의 강점이 채널의 존재이유를 말해줄 것이다. 전통 문화에 관한 정보가 필요할 땐 우리 채널로 보면 된다는 인식을 퍼뜨려 특화시켜갈 것이다.”
-현재 국악방송 주파수 지역 발송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서울·경기, 부산, 전주 등 전국 8개 권역에 지방 중계소를 두고 있다. 국악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에 곧 개국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주파수를 내주기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앞으로 6-7개는 더 생겨서 국악방송의 전국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국민들부터 홀대하고 듣지 않는 국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마련돼야 할까?
“교육에서부터 먼저 국악이 영역을 확보해야한다. 초중고생 음악 교육에서는 양악만큼 국악도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한다. 대학 졸업 후, 중학교에서 음악교사로 재직한 적이 있는데, 당시 학생들에게 국악과 양악을 균형 있게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바이올린과 해금을 비교해서 들려주기도 하고, 시험 문제도 절반씩 냈다. 얼마 전, 제자들을 만났는데, 벌써 흘러간 시간이 수 십 년인데도, 여전히 국악음계를 기억하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자녀를 키울 때에도 다른 음악들만큼 국악도 자주 접하게 해줘야 음악에 대한 편견도 없더라. 또한 젊은 주부들, 젊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국악의 이점과 아름다움, 매력 등에 관해 강좌를 실시하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 엄마들이 좋아하면 아이들과 남편도 따라오게 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국악의 설 자리를 마련하려면 엄마와 아이들을 공략해야 한다.”
-전통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서 중요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 지정제도와 관련해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다.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요즘은 문화재가 부와 권력의 수단으로 변질돼 가는 것 같기도 하고, 문화재 지원도 한정적이라 배고픈 문화재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현실에 회의감이 들곤 한다. 문화재로 지정되면 그분들이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으시더라도 품위유지비 정도는 지원이 돼야 하지 않나 싶다. 문화재라면 문화재다운 대접이 뒷받침돼 줘야 하는 것 아니겠나. 또한 문화재가 점점 왜곡돼 널리 퍼지지 못하는 상황도 안타깝다. 문화재 제도가 이대로 가도 좋은지에 대한 주제로 토론회도 가져볼 생각이다. 앞으로 문화재 제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국악방송이 나아갈 방향은?
“대중화를 앞세워 국악방송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진정한 우리 국악만을 다루는 등 국악방송만의 뚜렷한 매력이 있어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고정 향유층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악방송이 없어지진 않을 거라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