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18) - 국립극장 신축의 40년을 기리며
나의 문화콘텐츠 체험 여행(18) - 국립극장 신축의 40년을 기리며
  • 서연호 고려대명예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
  • 승인 2013.08.16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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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연호 고려대명예교수/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사장
남산 국립극장이 신축 40년을 맞는다. 1973년 10월 현재의 자리에 새로 지어 문을 열었다. 국립극장이 창설된 것은 1950년 4월이다. 그러나 자체 시설을 갖지 못한 채 그 동안 태평로 부민관(식민지시대의 경성부민관, 현 서울시의회당), 피난지였던 대구의 문화극장, 명동의 시공관(1935년 개관된 영화관인 명치좌, 현 재건된 명동예술극장)을 옮겨 다니며 활동했다. 1961년 11월 시공관이 광화문 서울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으로 신축 이전함에 따라, 그 건물을 명동 국립극장으로 물려 받았다. 낡은 시설에서 한 동안 지내야 했다.

지난 7월 23일부터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은 「국립극장 남산시대를 열다」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시를 시작했다. 이 전시에는 신축을 위해 작성된 건축가 이희태(주식회사 엄&이종합건축)의 설계도를 비롯해 국가기록원이 제공한 공사현장 및 준공식 사진 등이 공개되었다. 또한 <성웅 이순신> <아이다> <시집가는 날> 같은 개관기념 작품 사진, 당시의 구형 조명기기들도 전시되었다. 우리 공연사의 희귀하고 값진 자료들이다. 전시 방법에 있어서도 최첨단의 새로운 기법을 활용해 누구나 흥미롭게 즐길 수 있게 했다. 국립극장의 신축 이전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대역사였다. 2년 공기를 예정으로 1967년 10월에 착공되었지만 6년만이야 겨우 완공을 보았다. 그 만큼 애로가 많고 힘든 공사였다.

1961년 5월 이후, 새 정부는 4차에 걸친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했다. 제1차(1962-1966)기간에 1인당 국민소득은 125달러에 수출은 2억5천달러였다. 제2차(1967-1971) 기간에 국민소득은 285달러에 수출은 11억3천달러로 성장했다. 참고로 1966년도 국립극장 예산액은 9백20만8천원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절반이 삭감되어 4백11만9천원이 책정되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경제수준에서 감히 국립극장을 짓겠다는 거대한 사업을 꿈꾼 셈이다. 국민 누구도 믿기 어려운, 무리하게 보이는 계획이었다.

건설비를 어렵사리 마련하고 착공을 했지만 암반지역인데다 지하수가 쏟아지는 대지여서 공사는 나날이 지연되었다. 예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났고, 공사는 중단되었다. 정부는 국립극장 건설만이 아니라 같은 시기에 방송공사(1973,3)와 문화예술진흥원(1973,3)의 설립, 제1차 문예중흥 5개년개혁(1973,10)의 착수 등을 준비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1973년 7월에 극장은 겨우 완공을 보았다.

새 극장에는 대극장(해오름극장)과 소극장(달오름극장)이 갖추어졌고, 회전무대와 좌우 이동무대를 컴퓨터로 조정하는 메커니즘 체계가 마련되었다. 어떤 장르의 작품이든, 모든 공연의 시각적인 볼거리와 압축적인 내용을 총체적으로 템포감 있게 표현해낼 수 있게 되었다. 관객들에게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넓고, 시원하고, 컬러풀한 무대를 제공해 주었다. 이런 무대의 변화에 따라 무대미술, 조명, 의상, 효과, 음악에 연쇄적인 진전이 이루어졌다.

이런 물리적인, 메커니즘적인 변화와 함께 공연의 질적 향상, 젊은 작가들의 진출, 충분한 연습시간의 확보, 국립극장 관객으로서의 존재성 부각, 예술가들에 대한 처우 개선, 레파토리 시스템의 시도와 같은 획기인 발전이 이루어진 점도 지나칠 수 없다. 새 극장은 창작의 산실이자 우리의 공연을 선도하는 불빛이 되었다. 지난 40년 동안, 남산 국립극장은 선구적인 면에서, 또는 비판적인 기준에서 국제적으로 한국 공연예술의 모범으로서 기여했다.

오늘날 국립 공연예술단체는 수효가 많고 살림 규모가 크게 늘었다. 국립극장 자체의 공간 확대, 주변 경관의 개선은 물론, 국립 공연예술단체들의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극장과 국립단체들과의 공연 협력 및 연계(레퍼토리의 획적인 개선), 국립단체 단원들의 지속적인 연수교육 사업 등도 과제로 남아 있다. 공연예술박물관도 현재보다 더 규모를 늘리고 자료 수용을 활성화해야 한다. 지난날 험난했던 역사를 되돌아 보면, 현 정부는 국립극장을 포함한 국립단체들의 애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필자는 믿는다. 정부는 다시 40년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길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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