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담론생산 프로젝트]사진의 방1-공존하는 두 개의 시선전
[전시담론생산 프로젝트]사진의 방1-공존하는 두 개의 시선전
  • 이은주/ 아트스페이스 정미소 디렉터
  • 승인 2013.08.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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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큐레이터토크 30] 큐레이터수첩 속의 추억의 전시

큐레이터토크 30회부터는 2012년 여섯 개의 전시를 통해 현대사진을 둘러싼 담론을 제기하려 했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고자 한다. <사진의 방>이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 다양한 형태의 개인전과 그룹전으로 진행된  <사진의 방_전시담론프로젝트>에 관한 얘기다. 이 전시는 현재 카메라와 사진 이미지가 어떠한 방식으로 작가들에게 사용되고, 그 결과 어떠한 형태로 작품이 생산되는지, 나아가 이것을 수용하는 관객은 사진의 영역에서 어떠한 확장적 경험을 하게 되는지를 응축해서 드러내 보여주었다. 이 전시를 기획할 때 사진 탄생의 결정적 계기가 된, 일루전의 원근법 기술 기능을 대체한 카메라의 옵스큐라적인 사실 기록차원의 접근을 매개시키고자 했으며, 이러한 시도를 통해 동시대 사진에서 그 역할과 내용을 비롯하여 기능이 점점 확장되고 있는 현황을 다시금 사유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했다. 

Dual Perspective 포스터 이미지

첫 번째 <사진의 방1_두개의 공존하는 시선전>은 최종 결과물을 사진으로 제작하는 김정주, 목정욱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혀 다른 두 개의 이미지를 어떻게 하나로 공존시키고 화합시킬 것이냐를 화두로 삼아 기획된 두 작가의 작업은 이미지의 결과 그대로 세상에 정반대의 개념을 제시했다. 끊임없이 위로 쌓이면서 위압적으로 구축되는 동시대의 도시 풍경을 떠올리는 김정주의 사진에서는 바로 인간사회 문명화 과정과 결과를 생각해볼 수 있으며, 정반대의 개념으로 건물 폭파장면을 담은 목정욱의 작품은 마치 문명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듯한 행보를 암시한다. 하지만 그 행위는 원초적인 자연에서의 문명과는 상이하다. 이미 인간이 구축한 것들을 다시금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이미지 사이에는 문명 구축과 파괴의 이분법적인 시간성이 존재하지만 한 장소에 디스플레이되는 전시의 맥락에서 그 시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구축과 파괴 그리고 생성과 소멸의 순환적인 상황을 발견하게 된다.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예술 안에서 우리의 인식 차이에 따라 다르게 펼쳐지는 것들의 공존과 화합을 꿈꾸는 자리를 마련해보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도시의 구축과 폐허, 인간의 삶과 죽음, 일의 시작과 끝, 선과 악 등 인간을 둘러싼 조건이 있음을 깨닫고, 또 그 조건에는 양날을 가진 두 개의 축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그것들의 공존을 인정하고 그 이후에 화합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사진이라는 매체적인 관점에서도 두 작가의 사진 제작 방식은 전통적인 방식과는 상이하다. 우선 김정주는 작은 스템플러 유닛으로 자신이 상정한 도시이미지를 차분히 구축하여 하나의 모형을 제작한다. 그리고 그 모형에서 자신이 원하는 각도만큼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이미지를 생산한다. 목정욱은 건물 폭파 영상물을 다시 사진으로 찍어낸다. 동영상의 움직이는 이미지를 사진이라는 매체로 순간 포착하여 이미지화하는 방식이다. 사진 하나하나의 이미지에 영상적 시간성을 부여하기보다는 그 반대의 설정을 기준으로 하여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 순간적 찰나를 담아내는 기법을 활용했다. 마치 잘 발달된 폭파공법으로 거대한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그  찰나적 시선을 포획하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