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가(家) 압수미술품 화제 불러… 5백여점의 목록과 가치는 과연?
전두환가(家) 압수미술품 화제 불러… 5백여점의 목록과 가치는 과연?
  • 신기원 기자
  • 승인 2013.08.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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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前 대통령 일가의 미술품이 문화계의 최근 화제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집행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이 지난달 16일부터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사업체와 자택 등에서 비자금을 추적하기 위해 각종 예술품을 압류하면서 예술품의 종류와 제작자, 가격 등에 세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당국이야 되도록 많은 물건을 잡아내 정확한 감정을 거쳐 많은 금액을 확보하고 싶은 입장이다. 미납추징금을 더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나 문화계인사들의 관심의 초점은 전두환 일가 소유 작품의 종류와 가격, 구입경로 등 문화관련 궁금증을 풀어주는 내용이다. 과거 S그룹 등 일부 재벌들의 부정비리와 관련해 밝혀진 팝 아트의 대가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은 비자금 사건의 핵심으로 등장해 미술의 문외한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아직 수사가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의 숫자나 작가, 작품가격등은 현재까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과거 재벌들의 비리 수사에서 압류 예술품의 내용이 시원치 않았던 전례에 비추어 이번에도 “별 것없을 것”이란 견해에서 “장남이 미술품 수집가이어서 상당한 작품이 있을 것”이란 분석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 검찰 수사
5백여점 압수, 감정 작업중...계속 수사로 추가 예술품 확보 장담

현재까지 검찰이 압수한 미술품은 5백여점으로 알져졌다. 전두환 전(前)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 소유의 경기도 연천의 허브빌리지에서 대형 불상과 도자기, 그림이 발견됐으며 시공사에서도 다수의 미술품을 찾아냈다. 압류 예술품의 종류는 서양화,동양화를 비롯해  판화·포스터·서예·사진·도자기·불상 등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보관 하면서 작품명과 작가 이름을 목록화 작업진행 중이다. 물론 검찰의 수사가 다 마무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전 전대통령의 미납추징금 집행과 은닉재산 적발을 위해 수사를 계속 한다면 더 많은 예술품이 나올수 있다.  또 현재 수사중인 상황에서도 일부 미술품을 접한 전문가들이 검찰이 찾아낸 작품이 별것 아니라는 분석을 내려, 전 대통령측에서 고가 미술품은 검찰이 못 찾는 깊숙한 은닉처에 숨겨놓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거금을 빼돌리려는 측에서 쉽사리 발견될 장소에 고가 미술품을 둔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분석이다.

◇ 소장품 내역
동서양화, 불상 등 모든 예술품 망라..국내 작가만 40 여명

압류된 미술품의 종류는 동양화, 서양화, 판화, 서예, 포스터, 족자, 타일액자, 불상 등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품은 국내외 유명 작가 48명의 작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은 판화본에 불과해 값어치가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시공사 파주 사옥에서만 압수된 미술품은 5톤 트럭 2대 분량에 달했다. 압수물은 동양화, 서양화, 판화, 서예, 포스터, 타일액자, 사진, 족자 등 모두 5백여점으로 알려졌다. 국내 작가는 천경자· 김종학· 배병우· 육근병· 정원철· 권여현 등이며 해외 작가는 이탈리아의 조각가 마우로 스타치올리와 프란시스 베이컨, 데이미언 허스트등이다. 압수된 미술품 중에는 정원철 화백의 작품이 15점으로 가장 많았고, 권여현 화백 작품이 11점, 배병우 화백 작품이 6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씨가 직접 그린 그림 7점도 포함된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작품이 진위 확인을 거쳐 모두 진품으로 판명된다면 그 가치는 수십∼수백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진위 여부 확인은 전문가 감정을 거쳐야 해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연희동 사저에서 발견된 이대원 화백(1921~2005)의 그림은 국내 수집가들 사이에서 박수근 이중섭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그림이다. 봄꽃이 핀 사과나무밭을 화사하게 그린 이대원의 ‘농원’시리즈는 블루칩 작품으로 꼽히며 200x102cm 크기(변형 120호)의 경우 1억~1억3000만원을 호가한다. 전문가들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이 작가에게 직접 주문해 받았다고 하는데 1990년대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작품 상태를 봐야겠지만 90년대 작품은 1억5000만원까지 갈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검찰의 일부 작품 감정 결과 의외로 고가 작품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져 향후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검찰수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밝혀진 최고가로 예상되는 작품은 억대정도 나가는 한국 근·현대 작가의 서양화 한 점 뿐이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여덟폭 병풍이 발견됐는데 감정가가 2000만원대에 불과하다는 것. 조선시대 예술품의 경우 값나가지 않는 고서화와 골동미술품, 민화 등이 대부분이었다.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의 작품도 있었는데 위작인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조각가 스타치올리의 작품은 초고가인 조각작품은 한 점도 없고 스케치와 판화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까지 일부 감정된 일부 결국 값나가는 미술품은 거의 없다는 게 감정위원들의 의견이다. 이번 감정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고가라는 소문은 과장된 것 같다”면서 “우리가 본 미술품은 일부이지만 30억원대 전후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미술관계자는 “비리등으로 압류돼 부자집에서 나온 수집품을 나중에 감정 등을 거쳐 최종 분류해보면 값나가는 작품이 10%에도 미치지 못할때가 많다. 이번 전재국 대표의 연천 허브빌리지 수장고의 압수수색 과정서 드러난 불상의 경우 우리 것도 아니고, 작품성도 떨어져 보인다. 또 허브빌리지에서 압수된 그림 중 보도를 통해 일부 드러난 그림은 수준급이라 볼 수 없다. 보도만을 듣고 소장규모가 총 수십억원대는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성급한 예단이다. 정확하고 엄정한 진위 감정및 가격감정이 먼저 이뤄진 뒤 이를 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모든 작품을 정밀 감정한 것도 아니며 향후 수사에서 고가 예술품이 더 나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섣부른 단정은 금물이다.

◇ 왜 예술품인가?
아트 커넥션..비자금 도피수단으로 각광

으레 비리를 저지른 부자들이 부정한 돈을 저장하는 수단으로 귀금속이나 유명작가의 예술품을 이용한다. 검은돈과 미술품의 관례를 나타내는 이른바 “아트 커넥션”이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최근 10년간 미술품 관련 주요사건 12건이 모두 재벌총수나 전직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재산은닉, 해외재산도피와 관련된 건이었다”고 밝혔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지난달 24일 보도자료에서 "2008년 1월 삼성 에버랜드 미술품 비자금 조성사건에서는 '행복한 눈물' 등 수천여점이 압수수색 대상이 됐으며 2009년 11월과 2010년 10월에는 연이어 국세청 전현직 간부들의 미술품 로비 사건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면서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의 비자금 조성사건과 최근 CJ 이재현 회장의 위작을 이용한 미술품 해외반출 은닉 사건 등이 대표적이며 해당 사건들은 하나같이 재산의 도피와 은닉, 불법적 축적에 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해 국내 미술품 거래 금액이 5000억원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부는 제도적 미비 탓에 유통경로나 미술품 종류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무자료 현금거래의 경우 얼마든지 세금을 탈루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 전대통령이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묻어둘 대상으로 예술품을 꼽을 것은 당연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사업체와 자택 등에서 비자금을 추적하기 위해 검찰이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 각종 예술품을 압류했다. 박수근, 이중섭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발견돼 작품가 등에 세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7월 17일자 방송된 YTN 뉴스Y 캡쳐 이미지

◇ 전씨 일가의 미술애호론
장남 전재국 미술애호가..전씨 부부도 불상등 직접 사들여

전씨일가의 미술애호 성향으로 미술품 소장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미술계는 역대 대통령 일가 중 ‘미술과 가장 가까운 일가’로 꼽는다. 다른 대통령들이 휘호 등을 많이 남기긴 했으나 미술품 수집에는 별반 열의를 보이지 않았던데 비해 전두환 일가는 예외적이었다. 전 전 대통령 내외는 불상및 서예 등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압수물품중 불상 서예작품은 전씨가 직접 사들인 예술품일 가능성도 있다.

또 장남 전재국(54) 시공사 대표는 미술에 관심이 무척 많아 고미술에서부터 현대미술까지 지속적으로 수집해왔다. 전 대표는 1990년대 홍익대 근처에 ‘아티누스’라는 북갤러리를 만들었는가 하면, 파주 헤이리에서도 한때 갤러리를 운영했다. 전 대표는 한국의 불교미술과 고미술을 특히 좋아해 다수 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그는 근현대미술도 섭렵했으며, 베트남 등 제3국 미술도 컬렉션했다고 전해진다. 베트남 근현대미술의 경우 미래에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투자 예측으로 사놓았을 가능성도 있다. 도서출판 시공사 설립초 전 대표는 거금을 들여 ‘고려불화’화집을 대형판본으로 펴내 화제를 모았다. 또 박수근화집, 한국의 대표적인 동시대 미술가 55명을 선정한 ‘아르비방’화집도 연속적으로 출간했다. 따라서 전재국 대표의 미술품 컬렉션 중 상당수는 이들 작품일 것으로 추정된다.
 
◇ 예술시장 반응
미술품 양도소득세 시행에 비자금 수사 덥쳐..예술시장 한파

전 전대통령의 예술품 압수에다 최근 CJ 이재현 회장의 위작을 이용한 미술품 해외반출 은닉 사건 등이 겹치면서 인사동등 예술품 거래시장은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예술품에 대한 신뢰 하락은 물론 검은돈의 은신처로 지목되면서 불신의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인사동 미술시장의 한 관계자는 “인사동 미술시장은 작년부터 극심한 불황에 시달려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완전히 초토화 된 상태”라면서 “전 전대통령사건과 모 그룹회장 위작사건 등으로 이런 불황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올해부터 미술품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서 시장은 한겨울처럼 더 얼어붙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술품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올 1월1일부터 부과되는데 작고 작가의 6000만원 이상 그림을 거래할 때 발생하는 차액의 20%가 세금으로 징수된다. 양도소득세 부과는 미술시장 육성차원에서 1990년 이래 7차에 걸쳐 시행이 연기됐으나 올해부터 적용됐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투명한 시장을 지향한다는 의미는 좋지만 일부 악덕거래를 빌미로 미술시장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한 지원은 전혀 없이 양도세를 부과하면 미술계는 고사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관계전문가들은 “미술시장 규모가 1조원 이상으로 커지고 중산층에까지 확대될 때까지 유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세무당국에 따르면 미술품 양도소득세의 올해 예상 세수는 40억원도 되지 않을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에서 고가로 거래돼 검은돈 축척이 빌미가 되는 해외 유명작가나 작고한 작가의 미술품과 관련, 예술가들의 작품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방향에서 거래와 등록 등에 관한 근거법령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예술품 시장에서 당분간 찬바람이 계속 불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