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제7사단,독서경연대회 수상작 ③
육군제7사단,독서경연대회 수상작 ③
  • 고무정 기자
  • 승인 2013.08.29 1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려, 상병 박승찬 <위대한 개츠비>

장병들이 군 복무 기간이 단순히 국가의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시간으로 자신의 인생을 허비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육군 제7사단의 <Army Book Start>운동은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군 복무기간동안  독서의 즐거움을 깨우치게하고 더 나아가 ‘청춘’의 장병들이 책을 통해 사유의 폭을 넓히고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Army Book Start>운동은 책을 읽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후감을 통해 글쓰기 훈련은 물론 독서를 위한 동기유발과 군 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도 선물한다.이형주 감찰참모의 제안으로 시작된 <Army Book Start>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독후감 경연대회는 지난 2010년을 시작으로 올 상반기까지 8회 째를 맞고 있다.지난 4.1일부터 6월30일까지 마감된 제8회 독후감 경연대회에는 일선장병을 비롯 군 간부들이 함께 참여해 총 500 여편의 독후감이 출품됐다.이 중 엄정한 심사를 거친 10편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본지<서울문화투데이>는 육군7사단의 <Army Book Start>운동을 지지하며 그간 책보내기를 통해 후원을 해오고 있으며 이번 제 8회(4. 1∼6. 30) 독후감 대회 수상작들을 차례로 게재키로 한다. -편집자

 

★장 려3★
위대한 개츠비

                                   포병연대 본부포대 상병 박 승 찬

포병연대 본부포대 상병 박 승 찬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현대 영문 소설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최근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으로 열연한 영화까지 나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제목에서도 내포하듯 소설은 J. 개츠비의 낭만적인 삶을 그린다. 1차 대전에 참전하고 돌아온 개츠비는 연인 데이지가 다른 남자, 뷰 캐넌과 결혼했음을 안다. 개츠비는 잃어버린 연인을 되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갈지 않고 돈을 벌었고, 데이지의 집 맞은편에 집을 마련한 후 떠난 연인이 돌아오길 빌며 매일 화려한 파티를 연다.

1920년대 미국은 경우 없는 경제호황을 맞이했고, 1929년 대공황이 찾아오기 전까지 과소비, 밀주, 증시과열 등으로 쉼없는 광란의 질주를 계속하였다. 작가 피츠제럴드는 그 시대상과 그 때 살던 캐릭터들을 생생하게 구현함으로써 남녀의 애정과 물질적 성공을 묘사했다. 단순히 소재만으로 보자면 허영되고 껍질만 있는 소설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소재를 다루는 것보다 '어떻게' 소재를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위대한 개츠비'가 특정한 역사적 시간과 지리적 공간에 국한된 문제만을 다루고 있다면 해묵은 달력처럼 지금은 빛바랜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문학사를 보면 시대의 요구에만 복무한 탓에 까맣게 잊혀 버린 작품이 의외로 많다. 이 소설은 시대적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표현해 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삶의 보편적 진지를 형상화하는 데에도 성공을 거두었다.

소설에서는 과소비와 재즈에 흠취하여 뉴욕 사회 전체가 종말을 애써 외면하는 가식의 삶, 경제 성장의 그늘에 자리한 도덕적 타락과 부패에 비판적인 시선을 가하고 있다. 개츠비가 여는 사치스러운 파티처럼 겉으로는 우아하고 고상하며 화려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 놓고 보면 탐욕과 이기와 정신적 공허감이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등장인물의 탐욕과 이기는 닉 캐러웨이라는 화자를 통해 도드라지게 표현된다. 첫머리에서 닉 캐러웨이가 독백하듯 그는 작품 속 유일하게 도덕적인 가치관을 지향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 외의 인물들은 그렇지 않다. 톰과 데이지는 여러모로 도덕적 마비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츠비의 동업자 울프심은 1919년 월드 시리즈를 조작할 만큼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조직 폭력계의 거물이다. 닉과 잠시 사귀던 조던은 골프 시합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경기를 하는 인물로 밝혀진다. 그런 닉과 다른 등장인물들이 대조를 통해 그 시대에 만연한 도덕적 부재를 효과적으로 나타내며 부도덕과 무책임한 시대상에 경고의 일침을 가한다.

인물의 비유와 대조뿐 아니라 공간적 묘사에도 탁월한 면모를 보인다. 공간적 배경중 하나인 이스트에그와 웨스트에그는 직접적으로는 부를 세습받은 무리와 신흥 부자들을 상징하지만 나아가 미국 동부 지역과 중서부 지역을 상징하기도 한다. 파티가 끝난 후 앙상하게 남은 과일껍질과 그것들이 버려지는 쓰레기 매장 등의 묘사는 사치스러운 주인공들의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여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위대한 개츠비”는 주인공 J. 개츠비가 헤어진 연인과 결합하기 위해 부를 쌓아 연인에게 다시 접근한다는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 구조의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감동을 선사하는 데에는 작가가 소설 구석구석에 정교하게 도안한 흔적들이 발견되기 때문일 것이다. 

스콧 피츠제럴드 작가는 이 책을 처음 구상하였을 때 단순히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이 아니라 후대에 더욱 널리 읽히길 바랬다고 한다. 출간된지 100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여전히 이름을 올리는 것은 1920년대인 재즈시대의 시대상을 화려하고 담아내고, 삶의 보편적인 진리를 소설 속에 녹아내고 있음이 아닐까 싶다. 또한 간단한 이야기 구조를 기반으로 하여 곳곳에 비유적이면서 대조적인 장치를 심어놓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김영하 소설가가 일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가가 직접 ‘위대한 개츠비’의 번역자를 자청하는 것도 한 세기가 지나도 이 소설이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닉 캐러웨이가 개츠비의 죽음 이후 뉴욕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감을 통해 도덕적 타락과 무책임한 태도를 멀리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닉 캐러웨이는 중간자의 역할이자 이상적인 인간의 기준이 될 뿐이고 주목할 캐릭터는 다름 아닌 J. 개츠비라 생각한다. 분명 마피아와 연계한 밀주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은 개츠비는 도덕적으로 흠 없는 캐릭터가 아니다. 하지만 개츠비는 과거를 되돌릴 수 있으며 연인 데이지와 다시 맺어질 수 있다고 믿는 환상과 이상에 빠져있는 순수함이 남아있는 이상적 낭만주의자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그의 이상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것일는지 모르지만 그 꿈을 성취시키기 위한 헌신적 노력은 다른 인물들의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과 비교해 볼 때 차라리 숭고하게까지 느껴진다.

이 점과 관련 되서는 제목에 붙은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반어적인 의미가 아닌 문자 그대로 ‘위대한 개츠비’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물론 범법적인 일을 통해 돈을 벌었던 개츠비의 최후가 비참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주법이 시행되던 시기에 불법으로 밀주를 판매하거나 훔친 증권을 불법으로 판매하는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다. 낭만적 이상주의에 가려 자칫 놓쳐 버리기 쉽지만 개츠비가 엄연한 범법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비록 방법이 잘못되었기는 하지만 확고한 믿음과 이상 아래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인 위대한 개츠비와 같이 낭만적인 삶이 부럽기도 하다.

현대는 1920년대 미국과 같이 경제적인 부흥과 거품이 치솟는 양상은 아니지만, 허영된 사치와 이기적인 부도덕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은 상통한다고 본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정형화하여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나름대로의 삶의 고통과 세상의 거친 파도를 느끼면서 살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개츠비와 같이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환상에 대한 낭만을 통해 무자비한 삶의 고통을 극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100년이 되도록 미국 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많이 읽는 이유는 아마도 개츠비를 통해 느끼는 바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