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 - 미술잡지도 ‘증’이 필요하다.
[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 - 미술잡지도 ‘증’이 필요하다.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3.09.0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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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몇 해 전, 서울지역 몇 개의 잡지를 제외하고 의견교환이 가능한 몇 곳과 지방 잡지에 의견을 물어본 적 있다.

디자인 비용과 인쇄비용, 사무실 유지비용을 절감해 보자는 의견이었다. 넓은 공간에 디자인 사무실을 모아보자 하였다. 같은 건물에 다른 사무실이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는데 결과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크건 작건 상관없이 미술잡지의 주요 고객은 미술가들이기 때문에 서로 아는 미술가들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여기에 덧붙여 잡지만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잡지를 이용한 각종 인쇄물을 담당하는데 가격 담합보다는 덤핑이 우선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결국 말 몇 마디 건내 보지도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지만 좁은 미술시장에서 참 힘겹게 산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았을 뿐이다.

미술잡지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의 맘은 비슷할 것이라 생각된다.

기사나 여타의 정보를 위하여 팜플렛을 입수하고자 하여도 무척 머쓱하다. 마지못해 명함을 내밀면서 마지못한 기분으로 도록 등의 자료를 받는다. 이참에 문화예술관련 종사자들에게 제안해 보고 싶다. 크건 작건 상관없이 미술관련 기사나 자료를 위한 공동 ‘증’이나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

한 회사에 하나씩만 있어도 활동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 기왕 모임을 가질 수 없을 바엔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의미다. 그렇다고 무슨 협회를 구성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어려운 시국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며, 함께 살아갈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의미에서 출발이다. 어떻게 모여야 하고, 어떤 디자인이며, 어떻게 공인받아야 하는지는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 현재는 작은 의견을 개진해 볼 따름이다. 조금씩 천천히 마음을 열다보면 서로의 의기가 투합 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 발견되리라 믿는다. 여기서 말하는 ‘증’은 말 그대로 증일 뿐이다. 어떤 효력에 대한 접근이 아닌 서로간의 필요하다는 공통된 의견으로서 ‘증’일 뿐이다.

미술잡지의 어려움은 그들만이 잘 안다. 그냥 이미지 대충 모아서 인쇄하면 절로 완성되는 일 아니다. 발간되는 매회 비용부담 여간 아니다. 어느 미술가들은 본인의 기사가 나온 시즌에 잡지가 발행되면 50여권 보내달란다. 유가지(有價誌)라고 하면 머뭇거리다 두서너권만 보내달란다.

미술잡지 편집장을 하는 입장에서 매회 출판될 때마다 여간 고충을 겪지 않을 수 없다. “잡지 한권 가져가도 되죠.”라는 말은 양반이다. “이번에 제 이미지 그 잡지에 나왔던데 몇 권 보내주시면 안되요?”부터 문제가 심각해진다. 나날이 광고는 줄어들고, 기사는 가벼워진다.

“잡지 성격은 어때요?”라는 질문을 간혹 받는다. “저희 잡지는 삼성이나 현대에서 발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돈 되면 다해요. 성격 없어요.”라고 농담 섞인 어조로 답한다. 속내는 농담 절대 아니다. 잡지에 대한 성격을 부여하고 싶어도 독자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 책이 발간되면 자신이 나온 부분과 아는 사람을 찾아보는 것이 대다수다. 여느 잡지나 비슷하다. 이런 문제는 서울아트가이드와 전시가이드를 비롯한 몇 개의 무가 잡지에 의한 영향이 크다. 그렇다고 무가(無價)잡지를 폄훼할 이유는 전혀 없다.

여기에 덧붙여 십 수개의 미술잡지가 출간되는데 서로들 잘났다고 말한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해봄직도 한데 그럴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서로의 수익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의견 교환의 추임새조차 없다. 어느 잡지 편집장이 누구며, 발행인이 누구며, 어떤 일을 하는지 서로의 소식은 한 다리를 건너기 전에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 직접 들을 일이 별로 없다. 조금씩 다가가는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