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디자인 개념에서 본 예술과 과학
[특별기고] 디자인 개념에서 본 예술과 과학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회원
  • 승인 2013.09.1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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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현대미술의 논리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회원/전 서울대 초대 미술관장/독도문화심기운동본부장
<지난호에 이어>

서구적 과학문명이 경제적 부와 정치적 민주체제와 결부되어 금세기 문명을 주도해 온지 이제 반세기를 넘기고 있다.

원래 고대사는 대하를 끼고 발흥한 인류정신문명의 발흥지를 따라 융성하게 되었고 이에 의해 세계문명이 제 나름의 독특한 사상과 문화권을 형성하였던 것이지만 근대적 실용주의(Pragmatism)와 서구 시민사회의 형성이후 그러한 고전적 정신문명의 다양한 세계사는 지역의 특수성을 상실하고 국제화시대 편의주의에 경도되어 정신문화(Culture)보다 물질문명(Civilization)의 획일성(Uniformity)으로 치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20세기는 서구문명이 여타의 개별자적 지역문화. 특히 유구한 역사 속에 자생적으로 발아해온 동양의 정신문화마저도 흔들어 놓게 됨으로써 정치, 경제, 종교, 예술 등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종주적 위치에 서서 군림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서구문명이 동양문화와 부딪히면서 야기되었던 중요한 갈등의 하나는 개별문화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였다는 점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오늘’의 관점에서 동양문화의 속성을 조망할 때 정신문화의 가치체계로서 문화전통의 內包的 수성의지로 표출되는 불역의 가치관과 외연적 발전의지로 표출되는 변역의 가치관이 조화를 이루면서 서서히 발전되어 왔지만 후자보다는 전자에 더 비중을 두고 상고(尙古)와 온고(溫故)를 숭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무섭게 치닫고 있는 서구 물질문명의 외연적 변역 속에 도사리고 있는 위기를 제어하고 조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불역의 가치관으로 볼 때 우리의 그림이 서구 주도의 국제적 사조를 따라가지 못한다 하여 후진의 미술로 간주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앞서 말한 문화적 속성으로 보면 우열의 관점에서 평가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양의 정신문화, 좁게는 우리의 미술로 한정해서 볼 때 기법이나 재료, 혹은 양식의 변화속도가 완만하다하여 현대적 속성의 미술이 아니라거나 후진미술이라고 성급하게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외적 변화만이 오로지 발전이며 진리라고 보는 편협 된 시각에서 보면 우리의 회화양식을 진부한 것으로 보고 계몽해야 될 그 무엇으로 몰아 부치려 드는데 이것은 서구적 사대에서 우리 것을 넘겨다보려는 자학적 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 미술의 정체성이나 전통성을 빙자하여 구태에 안주하려는 경우는 여기서 말하지 않는다. 다만 학습을 통한 한국미술의 참다운 특질에 대한 이해야말로 현대미술의 편견 없는 공존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서구미술이 현상과 상황에 중점을 둠으로써 가변성이 불가피한데 비해 우리는 그러한 상황을 있게 하는 근본적인 본질과 원인에 주목한다. 그럼으로써 가시적 변화보다는 항존적 원리와 직관적 정신세계에서 오성(悟性)을 불러오게 되는 근원적 형상을 취상(取象)하는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