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칼럼] 동기의 전개
[음악칼럼] 동기의 전개
  • 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 승인 2013.09.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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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구 남양주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노바아르테 음악감독)

음악은 시간적 예술이기에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겨나고 우리에게 들려오게 된다. 이 때 우리는 계속적으로 생성되어 들려오는 어떤 형태를 인지하게 된다. 이 음악의 형태는 반복되기도 하고 혹은 대조적인 부분이 나타난 후에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그 기본적인 형태가 변형되기도 한다. 음악에서 형식을 이루는 기본적인 요인은 음 단위(tonal unit)들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선율적 단위를 악구(phrase)라 하며, 각 단위가 차례로 연결됨으로써 선율이 전개되며 그 음악적 형식도 드러나게 된다.

그렇다면 선율과 음악 형식을 결정짓는 악구를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이 구성인자를 동기(motive)라 하는데, 동기란 짧고 분명한 선율형旋律形으로써 대개 단순한 리듬과 음형音形으로 만들어진다. 동기가 단순해야하는 이유는 그 간결성으로 인해 쉽게 인식되고, 선율 구성의 중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듬과 음들은 명백한 성격을 제시하여 동기의 특징을 만들게 된다. 음이나 리듬구조는 동기구성의 지배적인 요인이며, 그 둘의 결합으로 단위가 만들어진다. 

이 단위를 기초로 하여 만들어진 많은 선율들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그 음형이 반복되는데, 이 때 대개 동기의 변형을 하게 된다. 변형은 동기를 한 단위로 반복하기도 하고, 소악구를 한 단위로 반복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동기의 원형을 다른 음역으로 음높이의 변화를 주어 변형 반복하기도 한다(이 방법을 동형진행 sequence이라고 함). 또 동기가 반복될 때 음과 리듬의 변화를 주기도 하고, 대조적인 동기가 없는 악구일 때는 같은 박의 위치(metric position)에서 지속적인 반복이 자주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동기의 반복은 흔히 독특한 특색과 연결되어 강한 통일적 요소를 갖게 되고, 흥미를 돋우기 위해 변화되고 장식되는 것이다. 독특한 특색은 대부분 좋은 선율로 구별되는데 그 특색은 리듬, 음정, 동기의 음 단위나 혹은 증명될 만한 어떤 것이다.

음악은 다른 예술분야와 마찬가지로 작곡가가 살던 그 시대의 문화와 사상이 스며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는 음악을 통해 삶의 철학을 볼 수 있어야하고 그로인해 얻어진 철학적 사고들을 삶에 스미게 해야 한다. 물론 그저 듣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만족하는 삶을 비판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생각이 없는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바른 것인가 의구심이 들어서 하는 말이다. 음악이론 속에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연의 법칙이 녹아져 있고 철학적 사고가 바탕에 깔려있으니 이를 도외시하고 기교만을 배워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제 음악의 동기의 구성과 전개 방법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자. 동기란 가장 근원적인 단위이다. 그 작은 단위가 반복되고 장식되고 변형되면서 소품에서부터 장대한 교향곡까지 만들어 낸다. 이 처럼 작은 것이 지속성을 가지고 반복될 때 비로소 커다란 집합체가 되는 것이다. 떼어놓고 보면 아주 보잘 것 없는 것이 위대한 결과물의 바탕이 된 것이다. 

그런데 모든 동기가 다 멋진 음악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멋진 음악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그 동기를 다루는 작곡가가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어야 하며, 제대로 된 구성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베토벤 제5번 교향곡 <운명>의 동기나 제9번 교향곡 <합창>의 동기는 지극히 단순하다. 그러나 그 단순한 동기가 베토벤이라는 능력자의 손에 의해 감동적인 교향악으로 완성된 것이다. 

이는 우리의 삶이나 사회나 같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아이디어와 행동양상이 모여 패턴화되고 구조화되어 삶도 그리고 사회도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멋진 세상을 위해서 지금은 베토벤과 같은 능력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베토벤은 하루아침에 나타나게 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베토벤은 부단히 준비하고 노력한 결과로 우리에게 다가온 음악가이다. 그 처럼 습작을 많이 하고, 변주곡을 쓰고, 완성된 작품을 위해 고뇌하며 고치고 또 고칠 수 있어야만 위대한 창조물을 세상에 선물로 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