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은 우주의 바이블”
“내 그림은 우주의 바이블”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7.02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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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 성취의 만다라 그리는 아티스트 이희성

이 그림들을 자꾸 보면 아픈 사람은 치유되고 마음속으로 꾸는 꿈도 이뤄지게 된다?

이전에 한 번도 배운 적도 취미로 한 적도 없는 그림을 아주 잘 그리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신기(神氣)를 받았다’라는 말 외에 달리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 그런데 여기 그 주인공이 있다. ‘옴’이라는 글자로 우주와 소통하는 만다라를 그리는 아티스트 이희성(63).

국악퓨전그룹 슬기둥의 멤버이자 KBS국악관현악단의 대금주자 한충은 씨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는 화려하고 섬세하며 웅대하기마저 한 만다라를 어느 날부터 갑자기 그리게 됐다. 그녀가 미술을 전공했거나 특별히 평소 그림에 취미를 가졌던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무척이나 특별하다.

“젊어서부터 큰 병도 없는데도 불구 몸이 늘 허약하고 힘이 없었어요. 그래서 고행이나 요가와 같은 수행을 통해서 제 몸을 치료 해보려고 했죠. 그러다 제가 무의식 세계에서 변화하는 것을 느꼈어요. 아주 기이한 체험이었는데 단전이 따뜻해지면서 ‘옴’이라는 진동음이 제안으로 들어왔죠. 그러니까 더운 기운들이 온몸에 쭉 퍼지고 따뜻한 진땀이 나면서 에너지가 돌아왔어요.” 

그녀는 어려서부터 남들과는 조금 다른 구석이 있었다고 했다. 하늘이나 자연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 했던 것. 가령 오늘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 예보를 듣고 자신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그 말을 하늘을 쳐다보면서 하는 것이다. 그럼 이상하게도 그날은 비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

▲ 이희성 작가와 달라이 라마

수양을 하고부터 더 많은 꿈을 많이 꾸었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우주와 천체와 관한 꿈이라 글로서 혹은 말로서는 표현이 불가능한 꿈이 많았단다.

그것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오늘날의 그녀의 작품이다. 처음에는 불경을 사경 하는 것부터 시작해 산스크리트 어로써 정신계와 물질계를 연결하는 매개체이며 생과 사를 뜻하는 글자 ‘옴’ 을 쓰거나 부적을 그려보는 것으로 옮겨갔고 이것은 결국 만다라 그림으로 발전하게 됐다.

그렇기에 그녀의 만다라는 어떤 영험한 힘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또 어떤 특정한 종교를 연상 시킨다거나 하는 종교적인 색채가 가득 담긴 작품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색감이 화려하고 고와 마치 클림트의 회화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녀는 꿈을 꾸거나 영감을 받으면 그 즉시 일어나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명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고. 그렇기에 어떤 때는 16시간씩 또는 21시간씩 꼬박 작품 활동에 몰입해야 할 때가 있다고 했다.

“만다라를 다 완성 한 후에 저도 왜 이런 그림이 나오게 됐는지 기억을 못해요. 어떤 영감을 얻거나 꿈을 꾼 후에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꿈을 꾸고 작품을 탄생 시킬 때 마다 꿈 내용을 기록을 해 두기 때문에 맞춰 볼 수는 있겠죠."

남편과 사별한 87년 이후에는 미국으로 가서 88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가 만다라를 그리는 것을 절의 한 스님이 보시고는 인도에 가면 자신이 그리는 그 문양들이 인도의 왕궁의 벽이나 대리석 바닥에 새겨져 있다고 말씀을 해주신 까닭에 그녀는 인도를 가게 되고 첫 번째 전시는 인도에서 열게 된다.

“인도는 자체가 신성한 신이고 온 국민 전체가 옴 속에 녹아서 살아요. 전시에 와서 매일 같이 그림을 보고 명상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녀가 미국에서 전시를 했을 당시에는 달라이 라마와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도 참관한 이력이 있다고 한다. 또 인도에서 전시를 할 때는 인도의 수도승들이 그녀의 그림 앞에서 기도를 하기도 했다. 인도의 평론가이자 저명한 시인 케세이 말릭(Keshav Malik)은 “작품 속에 ‘옴’ 글자의 변화들은 지루하지 않고 예상 밖의 놀라움을 준다” 며 “붓놀림이 옛 거장들의 웅장한 고전 성악 음악 속에 한 음절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것과 같이 우리를 무아지경으로 몰아넣는다.” 고 평하기도 했다. 그녀의 그림을 보고 어떤 힘을 느끼고는 변화를 가져온 경우도 많다.

“인도전시 때 체코 대사 부인이 오셔서 제 그림들을 둘러보신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한 작품 앞에 서시더니 울음을 참으려고 하는데도 자꾸만 울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기분이 나빠 그런 것이 아니라 가슴속에서부터 눈물이 자꾸 나온다는 거죠. 그래서 편하게 우시라고 했더니 흐느껴 울기를 시작하시더군요. 그런 이후에 얼굴이 맑아지면서 기분이 한 결 편안해 지신 그분을 볼 수 있었어요.그동안 자신 안에 억압되어 있던 무엇이 풀려 나오면서 해탈이 된 것이라고 봐야 하겠죠. 제 그림을 보고 그런 체험 하는 분들이 많은데 체험 하시는 분들은 이야기를 간혹 해 주시더라고요.”

그녀는 작품을 제작할 때 미국에서는 주로 네팔산 수제종이를 썼고 한국으로 돌아 와서는 전주에서 제작된 닥종이를 쓴다했다.이유는 그녀가 끌리기 때문이다. 그림속의 색채와 문양에 대해서도 그녀는 설명이 불가능 하단다. 자신의 느낌이 끌리는 대로 선택을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는 그녀가 그동안 제작한 만다라들로 전시 ‘우주로 가는 열쇠’가 열린다. 이 전시회에서는 지난 25여 년간 요가와 명상을 해온 그녀의 구도 과정을 그린 만다라 작품 50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유는 현재 만연한 물질주의와 빠르고 쉼 없는 생활 속에 공허함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자아를 성찰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라고. 전시회의 관전 포인트를 묻자 그녀는 내 마음이 바로 우주를 여는 열쇠라고 말한다.

“그림을 보시면 알겠지만 옴 이라는 글자만으로 탄생된 작품들이 일정한 패턴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유롭게 시작도 있고 끝고 있죠. 작품 하나하나마다 무한한 우주와 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작품을 보면서 정답을 내릴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진리의 세계가 아니지요. 한 작품을 보면서도 어떤 분들 몇 백 명의 부처님 같다라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겠고 아름다운 연꽃같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우주가 있어야 내가 있고 내가 있어야 우주도 존재 한다는 ‘물아일체’를 느껴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에게는 사물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다. 산의 경우에도 남자와 여자가 있으며 심지어 나무들도 사랑을 한다. 뱀과 같은 우리가 평소 긍정적이게 바라보지 않는 사물들도 그녀에게는 우주의 한 부분이다. 그녀는 우주의 일은 일치의 오차가 없다고 말한다. 더하고 감한 것은 반드시 순환하게 되어 있다는 것.

“앞으로 옴 만다라 전시관을 하나 열고 싶습니다. 전시관을 한다고 하지만 옴 만다라 템플인 셈이죠. 사람들이 와서 그림도 보고 수시로 명상을 하고 돌아가고 영혼적으로, 영적으로 정화된 삶을 살 수 있게 말이죠. 저에겐 제 그림들이 우주의 바이블입니다.”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