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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평우의 우리문화 바로보기] 종택, 고택에 사는것이 즐거움일까?
2013년 10월 11일 (금) 10:38:19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press@sctoday.co.kr

   
▲필자 황평우 소장
우리 집은 거대하거나, 사람을 억압하거나,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과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주변과 잘 어울린다. 요즘에는 과거와 달리 한옥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현대인들이 살기 위한 편의 시설들이 갖추어진 신한옥도 많이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살펴 본 고택이나 종택은 비참 그 자체였다. 한옥은 밖에서 바라보고 기풍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에서 밖으로 내다보는 것이나, 안에서 살고 있는 그 자체를 알아야 한다.

또 일회성 감동을 가지고 한옥을 평가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한다. 현대인들이 추억과 낭만을 가지고 보는 것들이 실제 살고 있는 분들에게는 고통이 수반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종부님들은 고택을 지키고 종가를 지키며 집안 대를 이어 가는 것이 조상에 대한 예이자 숙명이라 여기며 살아가지만, 고령의 고택 소유자들은 높은 뜰과 계단을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도 밤낮으로 오르내리면서 많은 부상을 당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신체적인 장애를 겪고 있다. 봄, 여름 대청마루에 앉으면 시원하여 남들 보기엔 풍류라고 부러워하지만 늦가을부터 추운 겨울동안 발이 시려 나가지도 못하고 앉아보지도 못하는 상황이고, 방안에 있으면 밖이 보이지도 않는 한옥 특유의 창호 구조 속에서 차가운 외풍을 견디며 살아야한다.

대표적인 예로 안동 하회 충효당의 노어르신께서는 뜰을 내려오다 골절로 인해 치료 중이고, 해남 녹우당도 연세 드신 후손들이 살기 너무 어렵다고 한다. 거창 정온 선생댁 후손도 10여 년 전 입은 골절상으로 계속 치료 중이고, 논산 명재 고택 종부 어르신은 5년 전에 입은 골절상 악화로 현재 요양병원 치료 중이고, 강릉 선교장 종부 어르신은 12년 전 골절상으로 7년간 투병 후 작고하셨다는 실로 안타까운 현실이 믿어지지 않을 뿐이다.

더구나, 젊은 후손 세대들은 고택에서 지내는 것을 기피하고 있으며 부모 손에 억지로 끌려나와 제사나 차례에 참석하고 하루 한시라도 빨리 도시 아파트나 편리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더 처참한 이야기는 며느리와 손자들이 집에 오면 도대체 먹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보고 침만 흘린다.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변소간을 못가는 것이다. 맛있게 먹다보면 배설이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이것이 너무나 큰 고통인 것이다.

한옥을 찾아 돌아보면 가장 아쉬운 것은 집이 비워지고 있다는 것이고, 또 비워짐은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집은 사람이 살아야하는데 말이다. 집은 사람이 살아야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지금 고택에 살고 있는 분들께 여쭈어 보면 남들은 고택을 헐어버리거나 버리고 떠났지만 우리는 잘 지켜왔고, 문화재 소유자로서 또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지켜간다는 자부심과 국가에 대한 의무와 책임감으로 충실히 살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공무원들과 문화재를 조사·연구하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사례도 참아왔다. 문화재위원 같은 전문가들은 살고 있는 당사자들의 의견은 들으려 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전문성만이 최고인 것으로 고택의 운명을 결정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사유도 전해 주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또 연구 조사자들에게도 한마디를 남기자면, 고택에 살아오면서 어른들에게 전해들은 구설도 진실일 수도 있는데 꼭 땅을 파보아야만 하는 것을 고수하는 태도에 고택의 주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즉 문화재 연구조사도 집안에 사는 사람들의 입장이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땅의 많은 고택 소유자들은 한옥의 원형유지를 진실로 원하며 옛 모습 그대로 지켜가기를 원한다.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이 오래된 전통이라고 해서 그 속에 생활하는 사람이 고물일 수는 없다. 옛 문화를 유지, 보존하고 현재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의 보장이 시급해 보인다. 전통한옥 방식의 외부 건물에 내부는 현대식 생활구조의 소박한 구조로서 장애인이라도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의 시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는 여러 형태로 문화재를 지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문화재로 지정되었다고 보전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 지정과 재산권, 편리한 생활보장권과의 관계는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직접화폐(현금)를 지원하는 방식이지만 전 국토가 문화재인 현실에서 모두에게 현금보상을 하기에는 우리나라 국가예산규모로는 한계가 있으며 반드시 현금보상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국가 정책은 긴 호흡으로 이루어져야한다. 즉 간접화폐 지원 방식인 제도나 법률을 개선해서 해결할 수 있어야한다.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 문화재주변의 개발제한, 천연기념물 보호구역내에 있으면서 경제적인 피해를 보는 주민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강구해 보아야한다.

문화재보호구역, 천연기념물보호구역 및 기타 국가가 정하는 개발제한구역이나 보존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가칭)국가유공자’에 준하는 혜택(간접화폐)을 주자는 것이다.

미래의 국가유공자는 전쟁이나 스포츠에서 승리자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문화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불이익과 고통을 받는 사람들도 훌륭한 국가유공자이다. 이러한「문화보존 국가유공자」에게 일반 국가유공자와 마찬가지로 자녀학자금면제, 차량구입 시 특소세할인, 항공료, 철도 등 교통비 면제, 주민세, 재산세 면제 등 직접화폐(현금)지원보다 문화재구역에 살면서 고통 받는 것을 자긍심으로 전환해 주는 간접화폐(법률적 제도)지원 제도를 만들어야한다. 그리해서 오히려 고통을 받아도 문화재(보호구역)내로 이주를 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즐거운 고민을 하는 정책을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한다.

중앙 정부나 국회, 문화재청, 학계는 지금부터라도 반목과 내분을 떨쳐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때이다. 간접화폐 지원제도를 만드는 것에 대해 막연하게 어렵다고 할 것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 상생의 기틀을 마련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비워지는 한옥에 대해 활용할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지역의 문화공간이나, 한옥에서 살고 싶어 하는 문화예술인의 창작 공간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활용에는 고택 소유자들의 이해와 양보가 필요하다.

“내 집에 누가 와서 살아” 라는 폐쇄적인 생각을 버리고, 집주인과 살고자하는 사람들의 한옥에 대한 교육, 지켜야 하는 약속들을 정하고 활용된다면, 사라져 가는 한옥들이 그나마 더 보전되지 않을까 한다.

일반 시민들도 전통문화를 바라보는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통문화는 결코 신비로운 것이 아닌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생활을 아름답게 승화한 형태다. 그 아름다움은 박제되거나, 무조건 고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줘야 한다.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마음이 필요 할 때이다.

 

<필자 프로필>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사적분과]
육의전박물관 관장 
문화연대 약탈문화재 환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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