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문화속성의 이해와 자생성
[특별기고] 문화속성의 이해와 자생성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회원
  • 승인 2013.10.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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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의 체질적 특성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회원/전 서울대 초대 미술관장/독도문화심기운동본부장
어느 민족이나 집단의 문화는 제각기 다른 문화적 변별성을 유지하면서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화속성이 있다.

첫째, 개인적 취향은 문화가 아닌 개성이다. 그 사회의 집단구성원에 의해 어떤 행위나 관습, 또는 개연성 있는 경향 등을 같이 나누어 갖으려는 문화속성이  공유성(共有性)이고,

둘째, 생리적 현상은 문화가 아닌 본능이다. 태어나면서 생리적 본능으로부터 벗어나 사회화를 통해 공유된 문화현상을 배우게 되는 문화속성이 학습성(學習性)이다.

셋째, 찰라의 사건은 문화가 아닌 현상이다. 시대적 지식이 다음세대로 전이되고 새 시대의 지식이 다시 더해지면서 관성이 생겼을 때 문화라고 하는데 이처럼 시간의 흐름을 따라 문화적 수용능력과 지식이 쌓이게 되는 문화속성이 축적성(蓄積性)이고,

넷째, 연계성 없는 독존은 문화가 아닌 단순 존재이다.  그 시대에 따른 다양한 문화요소들이 서로 긴밀하게 관련되고 여러 세대를 관통하면서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문화속성이 체계성(體系性)이다.

다섯째, 시대정신의 외면은 문화가 아닌 인습이다. 역사의 변천과 문화적 접변에 따라 그 시대가 만들어 낸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초유기체성을 발휘 하며 진화와 퇴화를 반복하는 문화속성이 변이성(變移性)이다.

이와 같은 유기체적 특성이 끊임없는 문화적 접변과 변주로 새롭게 생성되고 다시 도태 되어간다.

그러는 가운데 통시적으로 관통되는 다양성 속에서의 통일성과 보편성 속에서의 특수성이 문화적 속성에 의해 체계화되는 중에 우리문화의 정체성(正體性)이 드러난다. 그러므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말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다섯 가지의 문화속성을 이해하고 그 중에서 특히 학습성의 중요함을 인식하면서 예술교육에 임해야 할 것이다. 

문화적 속성에 의해 안, 밖으로부터 부단히 요구되어오는 외연적 변화에 자신의 내면적 체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문화적 자생력이다. 이런 문화적 잠재력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이 문화주체가 되어 안으로는 창조력을,  밖으로는 수용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려는 속성이 바로 문화적 자생성(自生性)이다.

우리 문화의 정체성은 이러한 문화적 자생성을 기초로 하여 민족 공동체가 공유하고 학습하며 축적되어 체계를 갖추게 될 때 비로서 얻어지는 값진 결과이다. 여기서 예술교육의 일선에 있는 우리는 앞서 말한 문화속성 중에 학습성의 중요함을 상기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많은 학자들이 말했다. ‘무기교의 기교’라고도 했고 ‘비균질미’라고도  했고 ‘억지가 없는 자연스러움’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말들은 모두가 조형 속에 나타난 형상적 결과였지 동인적(動因的) 요소는 아니다.

한 민족이 공유하면서 학습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상호 연계하며 체계를 세워 그 시대에 맞게 변이해 내려온 문화적 성소를 규명하여 진즉에 우리미학을 정립했어야 했다. 위에서 보듯이 어느 집단의 문화적 특질을 알기 위해서는 그 집단이 가지고 있는 인류학적 체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체질인류학에서는 민족의 특질을 생리학적으로 유전력이 강한 두개골상과 모발 등 특정부위에서 찾는다고 한다. 우리민족의 안상에서 공유점을 살펴보면 속 쌍꺼풀이 많고 광대뼈가 발달되어 있으며 편상하악을 갖고 있다.

선사암화를 살펴보면 시베리아 바이칼호 동남단의 한냉지로 부터 남하한 민족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실은 한민족이 복합문화 체질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도하다. 우리 민족이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복합성이란 유목, 수렵, 농경문화적 요소를 함께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첫째로, 너그러운 관용성(寬容性)과 따듯한 남쪽을 동경하는 남향성, 그리고 큰 것, 넓은 것, 높은 것을 선호하는 '한사상(카한사상 ; 홍익사상)' 등의 유목문화적 체질이 연상된다.

둘째로, 용맹성과 진취성이 있고 가무와 놀이문화를 즐기는 반면에 성급함이 있고 때로는 잔인성 마져 보이는 수렵문화체질이 잠재해 있다.

셋째로, 자연에 순응하는 조화력이 두드러지며 하느님을 경외하는 경천사상(애국가에도 종교를 초월한 ‘하느님’이 등장한다), 화랑도로부터 조선시대 선비로 이어지는 풍류사상과 안정과 정착을 희구하는 토지선호사상, 풍수사상, 중용사상 등이 상존하고 있는 농경문화적 성향이 보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복합문화적 체질을 보이면서 그 안에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는 관용성이 분명 우리문화의 한 미학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