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피카소 고향으로부터의 방문 展
[전시리뷰] 피카소 고향으로부터의 방문 展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3.10.1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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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얼마나 아시나요?

스페인 피카소재단의 소장품 200여 점이 지난 7월 시작으로 국내미술전시에 첫 발을 내디뎠다. 피카소의 국내 방문은 그리 낯설지 않다.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피카소’라는 타이틀로 전시가 소개될 만큼 우리에겐 피카소 전시가 익숙하다. 블록버스터 급 대형전시를 비롯해 갤러리에서의 짧은 기획전시까지- 피카소 내한전시는 필자 기억에 스쳐 지나가는 전시만도 20건 이상이지 싶다. 친근한 작가에 익숙한 작품을 접하는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는 시작부터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유화 작품 없는 피카소 전시’라며 유화작품이 소개되지 않는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런 점에서 전시의 목적이나 취지조차 구분할 줄 모르고 마구 떠들어대는 몇몇 언론보도 때문에 전시 시작부터 매우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시는 피카소 재단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인천시와 스페인 말라가시 간의 교류로 전시가 추진됐고, 말라가는 어린 피카소의 추억이 깃든 고향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전시를 오직 ‘피카소전’으로만 한정지으려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많은 대중들이 그의 명작들을 떠올리고- 그의 왕성했던 시기의 작품들을 현실에서 찾고, 그리고 내가 찾은 전시에서 그 작품이 없을 때 전시는 도마 위에 올라 논란의 대상이 된다.  ‘내가 찾는 그 작품이 없다’는 이유로 전시의 질적인 측면이 비난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애초부터 전시코드를 잘 못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전시를 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간 대중에게 배려 없는 전시에 대해 필자 또한 냉정하게 혹평을 해왔으나 오늘만큼은 대중들에게도 주관 있게 전시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 하려한다. 

FPCN 1807 DOS MUJERES DESNUDAS R

<피카소 고향으로부터의 방문>전시는 피카소의 다양한 예술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예술의 창조자’로 불리는 피카소의 다양한 표현과 자신의 창조적인 화법을 만들어가는 그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번 전시에서 도마 위에 오른 판화와 드로잉, 도자기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 짚어보자. 과연, 유화 작품이 없는 이번 전시는 볼 것이 없었을까. 유화가 아닌 다른 작품들의 가치는 유화보다 못한 것일까.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이번 전시는 여느 블록버스터 급 전시보다 그 짜임새가 좋다.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릴 만한 피카소의 작품들이 소개되었고, 그 작품의 탄생과정을 바라볼 수 있어 훈훈했다. 그 간 봐왔던 피카소의 작품 속에서의 복잡하기만 했던 곡선들과 날카로웠던 선과 구상들이 어떠한 형태에서- 어떻게 변화되어 창조적인 예술이 되었는지 읽어낼 수 있다. 포스터와 삽화, 일러스트 등을 통해 미술의 장르를 넘어 시대적 문화 흐름을 타고 상업화되어가는 예술의 한 형태를 전시로 보여주고, 대중화 되어가는 예술의 흐름을 소개하기도 한다. 피카소의 사실주의에 입각한 드로잉에서부터 피카소만의 입체주의 구상법이 탄생되기까지 그 길고 긴 여정을 비교 가능한 작품들을 소개함으로서 관람객 스스로 궁금증을 해소될 수 있도록 한다. 변하지 않는 피카소 예술의 순수함에 놀라고, 드로잉 한  켠에 그려넣은 또 다른 드로잉의 흔적들을 바라보며 그의 끈기를 엿보는 것. 그를 스쳐지나간 뮤즈들의 관계를 그림 속 흐르는 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고, 어린 피카소가 감당해야 했을 외로움과 혼란을 짐작해보며 늙은 피카소가 누렸을 행복한 기록물들은 또 다른 피카소로 기억하게 하는 것.

전시는 말하고 있다. 값비싼 그림들의 나열이 아닌 화가의 값진 삶과 그 삶 속에서 탄생한 명화에 담긴 이야기.

피카소의 유화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충분히 아쉬움이 남을 만큼 전시는 잘 만들어졌다. 공간구성이 어려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미로 같은 전시를 선보였어도 정작 전시를 직접 관람한 관람객들은 불평이 없다. 다소 복잡한 섹션으로 쪼개져있지만 벽면에 안착된 작품들은 한 눈에 쏙 들어올 만큼 전시연출에 완벽을 기했다. 얇은 연필선 한 줄이라도 관람객이 놓치고 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캔버스가 아닌 종이작품이기에 조도의 제약도 컸을 것이고, 액자 구성도 작품 속 흑백 비중에 맞게 적절한 칼라로 구성했다. 작품보다 액자가 더무  집중되지 않도록- 액자는 작품의 시선을 정돈해주는 역할을 잘 소화했고 전시장 섹션별 작품은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색감으로 배열했다. 작품이 다소 많다는 느낌이 들지만 관람 피로 정도는 그리 크지 않다.

필자는 같은 전시를 여러 번을 봐도 관람할 때마다 그 느낌이 새롭다.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전시를 찾느냐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알던 것이 다를 때도 있고, 내가 느끼던 것이 다른 느낌으로 변화하기 마련이다. 전시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이 달라질수록 전시의 즐거움과 예술에서 알아가는 기억과 경험들이 분명 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