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오현ㆍ맹문재, 제13회 고산문학대상 받아
조오현ㆍ맹문재, 제13회 고산문학대상 받아
  • 이푸름 객원기자
  • 승인 2013.10.2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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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사과를 내밀다’ 맹문재, 시조 ‘적멸을 위하여’ 조오현

삶의 즐거움을 모르는 놈이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
어차피 한 마리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이 다음 숲에서 사는
새의 먹이로 가야겠다 -조오현, ‘적멸을 위하여’ 모두

고산(孤山) 윤선도(1587∼1671)가 지닌 탁월한 문학정신을 기리고 그 업적을 이어받고자 지난 2001년 학술과 시조 작품에 주어졌던 고산문학대상. 2010년 제9회부터 학술부문을 빼고 시조와 시 부문으로 바뀐 2013년 제13회 고산문학대상은 시조부문에 조오현 시인, 시 부문에 맹문재 시인에게 돌아갔다.

전남 해남군이 이끌고 고산문학 축전운영위원회와 계간 <열린시학>이 함께 하는 2013년도 시조부문 수상시집은 조오현 큰스님이 펴낸 <적멸을 위하여>(문학사상, 2012년), 시부문 수상시집은 맹문재 시인이 펴낸 <사과를 내밀다>(실천문학사, 2012년). 심사위원은 선고위원으로 이은봉(광주대 교수)?공광규 시인과 정수자(아주대)?오종문 시조시인이 맡았다.

이들 선고위원들은 6월과 7월 두 달 동안 2012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나온 시집과 시조집을 놓고 심사를 했다. 본심 심사는 구중서(전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문학평론가 겸 시인, 신경림 시인, 정희성 시인, 김제현(가람기념사업회회장) 시인, 박시교 시인이 맡았다. 시상식은 고산문학 축전행사가 열리는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10월 12일(토) 낮 3시에 열린다. 상금은 각 1000만 원.

1.

골목길을 돌아 나오는데
담장 가에 달려 있는 사과들이 불길처럼
나의 걸음을 붙잡았다

남의 물건에 손대는 행동이 나쁜 짓이라는 것을
가난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지만
한번 어기고 싶었다
손 닿을 수 있는 사과나무의 키며
담장 안의 앙증한 꽃들도 유혹했다

2

콧노래를 부르며 골목을 나오는데
주인집 방문이 열리지 않는가
나는 깜짝 놀라 사과를 허리 뒤로 감추었다
마루에 선 아가씨는 다 보았다는 듯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3

감았던 눈을 떴을 때, 다시 놀랐다
젖을 빠는 새끼를 내려다보는 어미 소 같은 눈길로
할머니는 사과를 깎고 있었다
나는 감추었던 사과를 내밀었다, 선물처럼 -맹문재, ‘사과를 내밀다’ 모두

맹문재, 조오현 시인은 누구인가?

▲조오현, 맹문재 시인(좌,우)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맹문재는 1963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마친 뒤 1991년 <문학정신>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먼 길을 움직인다>, <물고기에게 배우다>, <책이 무거운 이유>가 있다. 전태일문학상, 윤상원문학상을 받았다. 지금 안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지금 일간문예뉴스 <문학iN>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시조시인이자 지금 설악산 신흥사 조실로 있는 조오현은 193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1979년 시조집 <심우도>를 펴냈다. 필명 조오현, 법명 무산(霧山), 법호 만악(萬嶽), 자호 설악(雪嶽). 시집으로 <절간 이야기> <만악가타집> <아득한 성자> <비슬산 가는 길> 등이 있다. 그밖에 <마음 하나> <적멸을 위하여> <시와 그림으로 보는 현대시 100년> 등을 펴냈다. 2005년 한국문학상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