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기행-103]우리 현대사 속살보기 - 이화동마을박물관 프로젝트
[박물관 기행-103]우리 현대사 속살보기 - 이화동마을박물관 프로젝트
  • 이정진 Museum Traveler
  • 승인 2013.10.2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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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동은 2006년 낙산공공미술프로젝트를 통해 벽화마을로 새롭게 알려진 후 공중파방송의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다뤄져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화동은 서울의 중심 종로에 위치했음에도 개발, 현대, 발전이라는 단어와는 멀게 느껴지는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도성 안에서 또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적산(敵産: 자기 나라의 영토나 점령지 안에 있는 적국의 재산 또는 적국인의 재산)가옥들이 들어선 곳으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기거했던 이화장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서 깊은 곳이 되었다.

▲이화동의 정겨운 골목길

7~8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인접한 동대문과 창신동 봉제공장 지대가 있어 호황기를 누렸으나, 봉제 산업의 쇠퇴로 지역발전 또한 자연스럽게 멈추게 되었다. 더불어 고지대의 다소 불편한 교통 여건과 사 대문 안에 있다는 이유로 재건축은 물론 개보수까지 심한 규제에 막혀 외지로 떠나는 이들이 늘어나 현재는 노인들만이 동리 앞 당산나무처럼 터를 지키고 있다.

이화동 언덕배기에서 손에 잡힐 듯 빼곡한 광화문 빌딩 숲의 복잡함과 유리된 곳. 세월을 실어 나르는 바람이 머물지 못하고 억새사이로 스치듯 시간이 멈춰버린 곳. 이곳 이화동은 오히려 더딘 발자국이 화석처럼 고여 서울의 보물처럼 오늘날 재조명받고 있다. 근대박물관과도 같은 이곳에 ‘이화동 마을박물관’ 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간이 박물관이 밥상처럼 차려져 있다.

▲이화동 마을 박물관 - 주 전시관인 이화동 생활사박물관

이화마을을 등지고 있는 대학로의 쇳대박물관(관장 최홍규)에 의해 마련된 프로젝트는 10월 말까지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화동 내 빈집과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7개 가옥이 각각 다른 장르의 박물관으로 꾸며 투어형식으로 관람할 수 있게 했다. 박물관으로 가는 길모퉁이에는 다양한 벽화를 비롯해 주민들의 삶을 그대로 드러난 작은골목과 가옥들이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먼저, 첫 전시관의 명칭은 ‘수작(酬酌)’으로 소규모 봉제공장이 흥했던 시절의 이화동을 재현해 놓은 듯 여러 종류의 다리미들과 재봉틀이 아련한 추억으로 다가온다. 철제 다리미 하나하나가 가진 다른 용도와 사용법은 흥미와 함께 당시의 시대상이 다리미판의 열기만큼이나 따사롭다. 벽에 걸린 여러 가지 색상의 수많은 실패들 또한 작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데, 이 실패들은 봉제공장을 접을 때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던 주민들의 것으로 각기 다른 아픔이 실타래를 타고 감겨있어 형형색색의 칼라가 오히려 가슴을 아리게 한다.

두 번째 전시관인 ‘산개미갤러리’는 구멍가게와 작은 카페를 앞에 둔 비교적 너른 골목에 있어 오가는 이들에게 한눈에 들어온다. 1층에는 아이들이 그린 이화동의 모습, 지도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2층에서는 사진작가 유종연씨가 촬영한 이화동과 북촌의 모습이 박제처럼 우둑하여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노인들의 심경만큼 적막하다.

 

▲이화동 생활사박물관 - 전시장면

세 번째 전시관인 문인화가인 소석 구지회선생의 작업실로 전시기간동안 1층은 전시실, 2층은 작업실 그대로를 개방하고 있다. 갤러리 초입에는 ‘신을 벗고 들어오세요.’라는 작가가 직접 쓴 안내문구가 작가의 따뜻하고 희화적인 마음을 읽게 한다. 구석구석 손길이 닿을 듯 벽에 걸린 현대 문인화와 방 한쪽 싱크대 위에 놓인 도자기 작품들은 전시장이 결코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

도토리를 말리고 있는 슈퍼와 미장원이란 이름이 더 어울릴 듯 한 헤어숍을 지나 예쁘게 꽃이 핀 돌계단을 올라야 보이는 ‘목인헌갤러리’가 바로 네 번째 박물관이다. 이름보다는 ‘돌밭댁’으로 불렸던 어느 종갓집 며느리의 70평생의 생활사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집안의 대소사를 잘 그려낸 흑백사진은 기쁨과 추억이. 감사와 그리움이 담긴 편지에는 뭉클한 가족애가 고스란히 내려앉아있어 현대인에게 가족의 애틋함과 소중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며느리, 어머니, 아내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돌밭댁의 생애는 근현대를 살다간 우리 어머니들의 희생과 자애로움을 느끼게 해 애잔한 감동을 준다.

이화동 마을 박물관의 주 전시관으로 싱그러운 텃밭이 함께 자리한 다섯 번째 전시관, ‘이화동 생활사박물관’엔 특별함으로 가득하다. 먼저 마을 주민들로부터 기증받아 살림과 생활의 향기가 묻어나는 전시물들은 추억과 함께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자식의 손이 다칠 새라 덧대어진 굴렁쇠 손잡이, 30년 전 시어머니께서 쓰셨던 붉은 국화무늬 노란 양은 밥통 등은 저마다의 삶의 흔적과 근면한 세월을 보여준다.

▲이화동 골목어귀의 구멍가게

다섯 번째 전시관만이 가진 체험의 장은 독특하다, 이화동주민들을 비롯한 서울 시민들의 인터뷰 영상과 음성을 모니터와 다이얼 전화기를 통해 보고 들을 수 있게 준비되어있는데 이 자리엔 영상을 보려 다이얼을 열심히 돌리는 이들로 북적인다. 추억을 풀어나가는 목소리 하나하나엔 이화동을 아끼는 향토애가 담겨있으며, 조근 조근 이야기 하듯 설명해주는 영상 속 장면들은 그 어떤 박물관의 도슨트 보다 설득력이 있다. 삐걱거리는 나무계단 위 2층 다락방엔 이화동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이 전시된 공간이다. 아름다운 영상미 속 다채로운 색상의 스틸 컷은 이화동의 옛 정취를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어 보다 직접적이다.

여섯 번째 ‘개뿔’이라는 전시관은 안창모 역사문화 환경보존연구실로 사용되던 적산가옥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개방되었다. 일제식 목조저택 2층 작은방에 오르면 먼지처럼 내려앉은 세월에 흔적들이 눈에 띈다. 바닥에 눌러 붙어 장판 화(化) 되어버린 신문에는 촌스러운 외래어광고들이 누렇게 붙어있으며, 창밖 풍경으로 보이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지붕들과 저 멀리 보이는 서울N타워는 과거와 현대, 시골과 도식처럼 대조를 보여 먼 시간의 긴 간극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 일곱 번째 전시관은 칠보연구소로, 비교적 모던한 흰 건물로 이 공방 안에는 지금도 작가들이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전시된 작품들은 빛을 받아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으며 반지나 목걸이 등은 현장에서 바로 구입할 수도 있어 인기가 높다. 모든 전시관을 방문하고 나오는 낙산성곽 근처 작은 화단에는 맨드라미가 핏빛 닭 벼슬 같고, 낮은 처마에는 작은 박이 성급한 흥부를 기다리고 있는 듯 매달려있다.

집 한 채엔 아련한 추억이, 골목어귀에는 서민들의 삶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이화동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이화동 마을 박물관 (www.ewhadong.com) 참조
위치_쇳대박물관: 종로구 이화장길 100 / 문의_02-766-6494

이정진 Museum Traveler(wumolong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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