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학습의 중요성
[특별기고]학습의 중요성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 회원
  • 승인 2013.10.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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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성의 이해와 자생성

▲ 일랑 이종상 화백/대한민국예술원회원/전 서울대 초대 미술관장/독도문화심기운동본부장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시공간적 환경에 처해지게 마련이다. 그 시대의 역사적 상황과 풍토와 사회적 조건 속에서 성장하면서 그 집단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를 사회화를 통하여 점차적으로 배워가게 된다.

그러므로 문화는 어떤 경로를 통하여 학습되는 것이지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진 것이 아니다. 학습된 삶은 문화를 낳고 방치된 삶은 생존만 있을 뿐이다. 학교교육을 통해서나 아니면 독학을 해서라도 학습의 과정을 밟지 않고서는 올바른 문화를 접할 수 없다.

문화는 노력 없이 얻어지는 요행수가 아니기 때문에 눈높이만큼만 조망 할 수 있고, 눈 트임만큼만 보이게 마련이다. 우리가 물질만능의 경제논리 속에서 문명생활에 탐닉(耽溺)하는 동안 문화생활을 소홀히 해왔던 까닭이 모두 예술교육을 통한 학습 부재에서 비롯되었음을 반성해본다.

또, 그동안 개발과 성장의 기치아래 지나친 서구모델 중심의 교육의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국제화시대를 맞아 세계 속에 나와 우리를 인식해야한다. 그러기 위서는 예술교육을 통해 우리문화의 정체성을 철저히 배워야 함은 물론, 통일에 대비한 예술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 구성원인 각자의 취향이나 습관 따위는 각 개인이 갖는 개성일 뿐, 그 자체가 민족이나 사회집단이 공유되거나 학습을 통해 축적되고 체계를 세울 수 있는 문화대상이 아니다.

민족문화의 정체성은 그 집단이 공유하는 어떤 행위나 경향, 또는 관습 등, 다른 사회집단과 구분되는 문화 동질성 속에서 찾아진다. 이러한 문화동질성은 역사에 대한 자기성찰을 통해서나 아니면 교육을 통해 학습되지 않으면 공유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민족이 남북을 가릴 것 없이 통일을 염원하고 있는 것도 바로 민족이 공유하고 학습할 수 있는 문화 동질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음으로써 그 당위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시대의 흐름과 더불어 점차 변화하기 때문에 통일을 서두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속성중의 학습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의 생리적 본능이나 유전성을 문화속성으로 믿고 자기의 개성표현은 저절로 드러나는 한국적 문화 정체성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문화적 학습성을 철저히 부정한다. 더구나 민족문화의 정체성은 자신의 생리적 본능이나 개성으로부터 저절로 나온다고 믿고 전통문화에 대한 체계적 학습을 거부한다.

이 경우 대부분 우리문화에 대한 무관심 내지는 폄하하는 경향을 보이며 문화적 자생성을 인정하려하지 않고 새 문화는 모두 밖으로부터 온다고 믿고 그쪽으로만 시선을 보낸다. 이러한 문화적 사대 속에 남의 문화는 학습의 대상이 되고, 자문화는 생래적 현상이므로 학습할 대상이 아니라고 믿는다.

우리 것은 굳이 배우지 않아도 자신이 한국인이니까 다 알고있으며 자신이 만든 작품은 당연히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갖는다고 착각한다. 이런 경우 우리문화에 대한 학습성을 강조하면 국수주의자가 되고 전통문화의 체계성을 설명하면 보수주의자로 오해받기 쉽다.

우리는 오랜 세월 질곡의 역사 속에서 학습을 통한 우리문화의 정체성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왔다.

우리교육을 실시한지 반세기가 넘었어도 학습을 통한 문화사대는 아직도 상존하고 있다고 본다. 그 결과 문화의 주체가 뒤바뀌어 외래문화양식이 주인이 되고 겉에 한국적 냄새를 적당히 발라놓은 무근성(無根性) 꺾꽂이문화(揷枝文化)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화적 자생력을 바탕으로 우리문화가 주인이 되어 외래문화를 수용하고 창조할 수 있는 문화저력은 올바른 예술교육이 지속적으로 선행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사회적 문화통념 속에서 우리문화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체계화된 학습을 실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한국의 예술교육 컬리큘럼에서 보듯이 전통문화양식과 외래의 서구문화양식으로 양분된 예술장르의 교육환경 속에서 서구 지향적 편향성을 보인지 오래다. 이처럼 우리문화에 대한 학습성의 부정적 시각은 전통문화의 축적성과 체계성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다.

우리문화를 외면하는 사회적 현상이 심각하면 할수록 교육당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구호는 요란하기만 했다.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문화적 학습성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리가 문화와 비문화를 구분 지을 수 있는 훈련의 기회가 거의 없었고 특히 문화적 속성을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자문화에 대한 학습을 소홀히 다루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사회전반의 문화의식이 먼저 바꿔져야함은 물론이고 전공이 세분화된 대학의 예술교육에서부터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