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食道樂 2 <<청목>>
예술가의 食道樂 2 <<청목>>
  • 김종덕 창작춤집단 木대표/한양대 강의교수
  • 승인 2013.10.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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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사는 즐거움 중 식도락(食道樂)만한 것이 있을까.

생존을 위해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맛을 음미하기 위해 요리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생명체가 인간이다. 후각을 통해 뇌를 자극하고, 시각적 즐거움과 미각을 통한 맛을 음미할 뿐만 아니라 신선한 재료를 씹을 때 나는 소리를 통한 청각적 즐거움까지 식도락만큼 사람들을 만족케 하는 행복한 자극도 없을 것이다.

나는 곳곳을 다니며 여러 음식을 두루 맛보며 즐길 수 있는 여유와 형편은 못된다. 그러나 같은 값이면 발품을 조금 더 팔더라도 맛있는 포만감 때문에 느낄 수 있는 행복한 경험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송파구 삼전동 삼전사거리에 가면 청목(靑木)이라는 한식집이 있다.

건물 2.3.4층의 넓은 식당은 평소에도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일단 테이블에 앉으면 주문이 필요 없다.

기본 상차림에 추가 요리를 주문할 수 있는데 12,000원 밥상이 푸짐해서 굳이 다른 요리를 추가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잘 차려진 밥상을 테이블 레일 위로 쭉 밀면 상차림이 완성된다.

돌솥밥에 씨래기국과 콩비지를 비롯하여 보쌈, 잡채, 맛있는 간장게장과 생선구이, 각종 산채나물이 한 상 가득하다. ‘정말 아낌없이 대접받는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자존감마저 느낄 수 있다.

일정이 없어서 오랜만에 늦잠을 잘 수 있는 날이면 좋은 친구와 미리 약속을 하고 이른 점심을 먹으러 정오쯤 청목을 찾는다. 실컷 게으름을 피우고, 오랜만에 정겨운 담소를 나누며, 가족과 함께 하는 느낌을 보상 받기라도 하듯,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낄 만큼 충분히 먹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여기는 2인 상차림이 기본이라 혼자 즐길 수는 없다. 그러니 좋은 친구와 미리 약속을 하고 들러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밥상을 마주할 수 있다.

주말 점심이나 저녁에 온 가족 또는 중년쯤 되어 보이는 다수의 남녀가 한 자리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맛에 취해 있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 사는 것이 저쯤은 되어야지’ 하는 자조 섞인 생각을 한다.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눈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이라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청목
서울시 송파구 삼전동 28-2
☎ 02-412-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