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봐야 한다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한국인이라면 봐야 한다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3.10.2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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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황소’부터 박수근 ‘빨랫터’까지 대작 총망라
한국인의 기억에 영원히 남을, 가슴 속에 아로새겨진 미술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빨랫터’, 김환기의 ‘산월’, 천경자의 ‘길례언니’, 김기창의 ‘군작’ 등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이 한곳에서 전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오는 29일부터 덕수궁관에서 선보이는 ‘명화를 만나다-한국근현대회화 100선’전이다.

▲ 이중섭 '황소' 1953년경
▲ 이응노 '향원정' 1959년 / 김기창 '아악의 리듬' 1967년

이번 전시에는 한국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화가 59명의 수묵채색화 30점, 유화 70점 등 회화작품 100점이 엄선돼 한국회화의 진수를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총 500점의 작품 중 엄선된 100점을 통해 그 시대와 실제 생활의 모습과 예술가들의 고민까지 담으며, 미술이 대중에게 친숙함과 감동을 동시에 줄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다.

총 4부 중 1부는 1920~30년대 작품들을 모아 ‘근대적 표현의 구현’으로 꾸몄다. 사회 변혁 및 외국 문화 유입에 따라 급격히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당시 미술계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또 표현주의·추상미술·전위미술 등이 시도되던 초창기 미술계를 느낄 수 있다. 이인성의 ‘가을 어느날’, 김인승의 ‘화실’, 오지호의 ‘남향집’ 등이 대표작이다.

2부 ‘새로운 표현의 모색’에서는 1945년 광복에 따른 사회 혼란과 1950년 한국전쟁 속에서도 꽃피웠던 예술혼을 감상할 수 있다.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빨랫터’ 등이다.

3부는 ‘전통의 계승과 변화’라는 주제로 수묵채색화를 다룬다. 큐비즘·앵포르멜 같은 서양 현대미술 및 전위예술과 만난 수묵채색화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이응노 ‘향원정’, 김기창 ‘아악의 리듬’이 대기중이다.

▲ 김인승 '화실' 1937년/이인성 '가을 어느날' 1934년 (좌,우)
▲ 최영림 '경사날' 1975년

4부 ‘추상미술의 전개’에서는 1960~80년대 당시 젊은 작가들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화단에 활력을 불어넣던 시기의 작품들을 준비했다. 특히 1970년대 화단의 돌파구로 주목받던 추상미술의 여러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한묵의 ‘푸른 나선’, 최영림의 ‘경사날’ 등이다.

‘작품 보험가 총액 1000억 원’에 걸맞게 전시되는 작품의 면모도 화려하다. 최근 수십년 한국 미술 전시 중 가장 화려하고 명성있는 작품들로 채워졌다는 평가다.

우선 눈에 띄는 건 14년 만에 공개되는 이중섭의 ‘황소’, 붉은 노을과 거칠게 콧김을 뿜어내는 황소의 질감이 역동적으로 어우러진 이중섭 소 그림 중 대표작이다. ‘소’, ‘길 떠나는 가족’ 등도 이번 전시에 나와 기대감을 높인다.

지난 2007년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45억 2000만원짜리 그림도 전시된다. 박수근의 ‘빨랫터’다. 경매가로도 화제를 모았지만, 빨랫터 아낙들의 모습을 통해 소박한 한국의 미를 잘 표현한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았다. 밀레의 ‘만종’에 비견되는 ‘절구질하는 여인’, 서울 창신동 풍경을 그린 ‘골목 안’도 선보인다.

▲ 박수근 '빨랫터' 1954년

김환기의 ‘산월’(1958년) 또한 관심을 모은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이 프랑스 유학시절에 산·달·바위를 전통산수화법으로 그린 작품이라 더 이채롭다. 절친한 벗이었던 김광섭의 시구에서 제목을 따온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고향에 대한 무수한 그리움을 대형캔버스에 점으로 치환한 서정적인 작품이다. 전쟁이 빚어낸 참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피란열차’도 작품 속 힘든 여정을 떠나는 중이다.

여성 원로 화백 천경자 작가의 ‘길례 언니’가 사랑스런 모습으로 관람객을 기다리고, 운보 김기창의 ‘군작’ 속 1000여 마리 새 떼는 금방이라도 캔버스를 벗어나 날갯짓을 할 것만 같아 보인다. 독자적 화풍을 구축해 ‘한국의 로트레크’로 칭해지는 구본웅 작가가 막역한 사이였던 시인 이상의 초상을 그린 ‘친구의 초상’도 기대를 모은다.

▲ 천경자 '길례언니' 1973년

 

총 100점이 전시되는 이번 전시는 192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회화 작품을 통해 한국 근․현대 회화는 물론 역사적 단면들을 전체적으로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등 가장 치열한 삶을 살았던 한반도와 그 민중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들로, 도전적인 실험정신에서부터 최절정기의 완숙함에 이르기까지 화가들의 치열한 창작 의지와 열정을 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여 개 의 국공립 기관 및 개인소장자들로부터 작품을 모아 한국 근현대 회화의 반세기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어 한국 미술의 표본이 될 획기적인 전시”라고 소개했다.

한편 전시기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이 함께 마련돼 의미있는 시간을 선사할 계획이다. 전시 연계 강연, 큐레이터 설명회 등 알찬 내용이 준비돼 있다. 전시연계강좌는 11월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서울관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11월 한 달동안 초등학생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2-318-5745 www.koreanpainting.kr

▲ 오지호 '남향집' 1939년 / 구본웅 '친구의 초상' 1935년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2014년 3월 30일까지
화~목 오전 10시 ~ 오후 7시
금~일 오전 10시 ~오후 9시
월요일 휴관
관람료 2,000원 ~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