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 화백, 뚝심으로 이뤄낸 장인의 길
박대성 화백, 뚝심으로 이뤄낸 장인의 길
  • 최영훈 기자
  • 승인 2013.11.0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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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화 거장 개인전, 가나아트센터 24일까지

한국 화단에서 박대성 화백은 외골수 혹은 뚝심으로 통한다. 이제 일흔을 바라보는 원로작가임을 감안할 때 자칫 얕잡아 부르는 말로 이해할 수 있으나, 그의 작품세계를 보면 이런  표현은 한 길을 고집한 장인에게 내려진 최고의 찬사임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

▲ 불국설경, 800x252cm, Ink on paper, 2013

박 화백은 화려한 색감의 서양화풍이 주류로 인정받는 화단에서,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수묵을 통한 전통회화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며 그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오는 24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박대성 전시회는 이런 그의 인생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실경산수의 계보를 이으며 거장으로 평가받는 그는 한국전쟁 당시 부모를 잃고 자신의 왼팔까지 잃었다. 그러나 그림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붓을 들었고 초지일관 작업에만 열중했다. 이런 그의 면은 외골수란 소리를 들을 수도 있지만, 그가 구축한 작품 세계가 심도있고도 큰 뜻을 담고 있어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 고미2, 295x190cm, Ink on paper, 2013

화업에만 정진해 정규 교육을 받지도 않은 그가 수묵이 외면당하는 한국화단에서 한국화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수묵의 현대화에 앞장선 결과다.

박 화백은 최근 수년간 가족과 떨어져 홀로 경주 남산 기슭 작업실에서 신라의 정신을 담은 신작을 제작했고, 이번 개인전 ‘원융(圓融)’을 통해 수묵화 5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명 '원융'은 막힘과 거리낌이 없이 두루 통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원융무애(圓融無碍)에서 가져왔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불국설경’이다. 가로 8미터 장대한 화폭에 눈 내린 불국사를 표현한 불국설경은 세필로 섬세하게 표현된 건축물과 화면을 가로지르는 소나무의 역동적인 구성을 담은 역작이다. 이와 함께 도자기를 소재로 한 ‘고미2’연작은 담백한 미색으로 도자기에 담긴 정신성을 함축하고 여백과 글씨를 현대적 감각으로 더해 관람객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터키 마르마라 대학 공화국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먹의 향기, 이스탄불을 담다’에서 현지 미술계와 언론의 찬사를 받았던 수묵풍경화 일부도 나온다.

가장 전통적인 소재와 기법을 통해 역설적으로 현대적 감각을 보여주는 박대성의 작품들은 한국화의 근본을 지키는 한편, 이를 현시대에 생동하는 그림으로 만들기 위한 작가의 꾸준한 조형적 시도의 결과물이다.

박 화백은 “수묵화에서 가장 중요한 필선(筆線)을 제대로 살리고 필력을 기르기 위해 평생 글쓰기에 힘을 쏟고 있다”며 "가장 전통적인 소재와 전통적인 기법을 통해 현대적 감각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뚝심있는 예술 세계가 결실을 거둬 내년 가을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내에 그의 이름을 내건 시립미술관이 문을 열게 된다.

전시 문의 : 02-720-1020

 

소산 박대성 (小山 朴大成)
1945 경북 청도 출생

주요 개인전
2013 가나아트센터, 서울
원융, 마르마라대학 공화국갤러리, 이스탄불, 터키
2011 중국미술관, 베이징
전북도립미술관, 완주
2009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문화센터전시장, 경주
2001 아문아트센터 개관기념초대전, 아문아트센터, 대구
1997 가나보부르, 파리

수상
2012  경주시민상 수상
2010  금복문화재단, 금복문화상 수상
2006  문신미술상 수상
1979  중앙미술대전 <상림>으로 대상 수상
1978  중앙미술대전 <추견>으로 장려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