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국가 위한 마지막 봉사”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국가 위한 마지막 봉사”
  • 인터뷰-이은영 발행인/정리-최영훈 기자
  • 승인 2013.11.1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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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크리에이티브 크레이지 캠프 사업 등 효과 기대”

 

문화융성’, 국민 개개인을 문화예술 활동의 주체로 만들어 그 일상 생활과 내면을 풍요롭게 만들겠다는 꿈.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이 품고 있는 꿈은 소박하고도 원대하다.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그 뜻을 정책으로 만들어 민심을 실현하겠다는 단순한 이치에 따르는 일이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난과 역경이 예상되고 행정 절차 수립과 정부 부처간 조율에 따른 부담감이 있기에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원대한 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원대한 꿈을 소박하게 말하는 김 위원장의 눈빛에는 청명한 빛이 서려있다. 그 눈빛 속에는 자신이 오랜 기간 문화예술계에 몸담으며 속속들이 체득한 경험적인 지식과 부산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 및 문화부 차관 역임 등으로 쌓아온 행정적인 진행력,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모험심과 뚝심있게 진행하는 추진력이 자리잡고 있다. 그렇기에 문화융성이란 원대한 꿈은 허황되지 않은 실현가능한 목표로 자리매김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문화 활동을 충분히 향유하게 하고 싶다’는 국민을 마음이 우선하기에, 그 진정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 25일은 김 위원장이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첫번째 시험대에 오른 자리였다. 이날 그는 위원회의 첫번째 결과물로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다-문화가 있는 삶’ 8대 정책과제를 청와대와 국민에 보고했다. 문화 정책 수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자리로 ‘자율, 상생, 융합’의 키워드 아래 국민과 지역이 주도하는 '상향식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아리랑’의 국민통합 구심점화 ▲인문학 지원 강화 ▲전통문화의 생활화와 현대적 접목 ▲생활 속 문화 확산 ▲지역 문화 자생력 강화 ▲예술 진흥 선순환 생태계 형성 ▲문화와 IT기술의 융합 ▲한류 등 국내외 문화가치 확산 등 8대 정책을 통해 국민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7월부터 직접 지방을 순회하며 문화 관련 단체, 원로 인사 등 국민의 목소리를 수렴해 반영한 이번 정책의 실현에 일정부분 의문이 일고도 있지만 김 위원장은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겠다는 확신에 차있다.  대통령 보고 후 구체적인 실현 계획을 세우기 위해 국민과 대통령 사이에서, 또 각 정부 부처 사이에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김 위원장을 최근 문화융성위가 자리한 고궁박물관 내 김 위원장의 집무실에서 만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 박근혜 정부가 ‘문화융성’을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삼을 만큼 문화에 관한 관심이 높다. 문화융성위원회가 그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데, 먼저 문화융성이란 뜻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융성의 사전적 의미는 크게 일으키는 것, 풍성하게 하는 것. 번성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참조하면 문화융성이란 국민 개개인이 주체가 돼서 자기의 일상 생활을 문화예술로 풍요롭게 하고 번창시키려는 노력이다.

▲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이 고궁박물관 내에 위치한 문화융성위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1972년 문화공보부 재직 시절 입안한 문화예술중흥 5개년 계획과 이번 문화융성의 차이점은?

정책 수립 및 반영에 있어 누가 주체가 되는 것이냐가 가장 큰 차이점이다. 1972년 당시 문화중흥 5개년 계획이 정부 주도로 이뤄진 것이었다면, 문화융성은 국민의 뜻이 맨 앞에 나선다는 게 다르다. 40년 전과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에 정부는 조정과 지원 역할에 머물고 정책 집행의 책임에 대한 주체는 국민이다.

개인적으로는 40여 년 전에 문화 정책에 대한 기반을 만들고 추진하다가, 이번에 새로운 패러다임 아래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게 대단히 감개무량하다. 또 국가에 마지막으로  봉사할 기회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 상향식 정책 추진이란 말로 요약을 할 수 있는데, 그동안의 정책은 국민의 의견이나 문화예술 단체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를 타개하고자 한 방안인가.

실제로 지방에 다니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문화정책이 중앙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하달하는 형식이라 현장과 괴리감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여론을 충분히 들어서 실정에 맞는 정책을 세워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상향식 정책 추진이란 큰 틀을 잡게 됐다.

- 현장의 의견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었나.

예산 수립과 집행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계획 수립시 문화 부문이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축성 있는 예산 편성을 원했다. 또 사업 집행을 지방에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다. 중앙에서 사업을 하기보다 지방의 문화재단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해달라는 의견이었다. 이런 여러 의견을 듣다보니 자연스레 상향식으로 추진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8대 정책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

큰 틀에서 보면, 인문적인 가치를 정립하고 공론화시켜서 지방자치단체를 주축으로 확산시키자는 의식개혁 운동이라고 여기면 된다. 요즘 시대는 나눔과 배려, 융합과 포용 등 전통적인 가치들이 많이 훼손돼 양극화 현상이나 언어폭력 등이 발생하고 기본적인 인성 자체가 많이 거칠어졌다. 이런 부작용들을 전통적인 가치로 치유할 수 있다는 가치를 담고 있다. 어릴 때부터 바른 심성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사람의 격을 높이자는 얘기다. 인문정신특별위원회와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기관이 그런 가치를 정립시키고 교재를 만들고 프로그램화해 직접 교육현장에서 확산시켜 나가자는 취지다.

또 자생적으로 생겨난 문화마을 운동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집약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문화 커뮤니티 활동에 퇴직 인력을 활용한 문화봉사단을 투입해 문화 멘토로 역할을 하게 만들겠다.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했는데, 김 위원장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정책을 꼽는다면?

젊은이의 창의력을 앞세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크리에이티브 크레이지 캠프’(Creative Crazy Camp)를 꼽고 싶다. 문화와 IT를 접목하는 시도로 기존 학계에서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를 보완할 프로그램이 크리에이티브 크레이지 캠프다. 20~30대 중 비디오 아트·게임·문학·음악·영상 등 다양한 방면에 ‘미친 친구들’을 캠프로 모아서 약 일주일간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게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만들어 문화와 IT가 접목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시킬 계획이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들에 대해 개발비나 상품화, 창업비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나아가 결과가 좋다면 창의미디어 아카데미 같은 식으로 상설기구로 만들 계획도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나. 대통령이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특히 아리랑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녹지원에서도 아리랑 행사를 한 번 한 적이 있고. 향후 아리랑 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아리랑 확산과 관련 전통 계승이란 측면과 현대적인 발전이란 측면의 양 방향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교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로 만들 것이다. 음악적인 요소 외에 문학, 무용 등 여러 장르가 포함된 아리랑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 연말연시에, 보신각 타종시에 외국 민요 대신 아리랑이 울려퍼졌으면 한다.

- 그 외 강조한 부분은?

한류(K-Wave)를 넘어서는 K-Culture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전통 궁중음식이나 야생화, 한복 등을 한류의 핵심으로 삼고 콘텐츠를 계속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단 뜻이다.

- 각 분야별로 살펴보고 싶다. 우선 김 위원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영화 산업 관련 내용을 듣고 싶다.

핵심은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문제와 저예산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이다. 대기업 수직계열화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 대기업과 영화계가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해결해야 된다. 저예산 독립영화 지원은 상영관을 전국 거점별로 확대시키는 방안으로 해결하려 한다.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지원 사업을 전개해야 할 것이고, 대기업 멀티플렉스 극장 안에 독립 예술영화 전용관을 넓히자고 협조를 구하는 투트랙 방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민간인이 개설하는 독립영화 전용관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시책이 필요하다. 이 외 큰 효과를 얻고 있는 ‘굿다운로더 캠페인’과 관련 불법 다운로드의 단속을 강화해 콘텐츠 자체의 수익성을 늘려야 할 것이다.

- 무용과 연극을 정규 교과목에 추가한다는 내용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예술에 대한 교육은 미술과 음악만 있다. 여기에 무용과 연극 과목을 선택적으로 넣자는 것이다. 살아오면서 특히 청소년기에 한 번이라도 예술에 대해 접해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크다. 연극이나 무용을 교과목에 대한 경험을 늘려 인식을 시키자는 게 목표다. 일부 ‘음악과 미술도 외면받는 현실에 무용 연극을 추가한다는 것은 현실을 모른다’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다. 학생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 전통 예술이나 무형문화재 관련 의견도 듣고 싶다.

전승자들이 없어서 우리 고유의 문화들이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일단 지금 존재하는 인간문화재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생계와 직결시켜 응용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무형문화재 지정 분야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다.

-다양한 방면에서 많은 정책이 나온 만큼,  4개부처가 함께해야하는데 예산 부분 등 일부 비판이 있다. 필요한 예산 충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업 단위로 정부 각 부처의 예산이 투입된다. 문화체육관광부·미래창조과학부·교육부 등의 기존 예산을 활용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일부 ‘부처 이기주의’를 걱정하는 부분도 있는데, 위원회에서 충분히 조율 가능하다. 인문학 협의체를 통해 각 부처의 예산 중복 편성도 막고, 예산 활용도 원활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문화 예산을 5년에 2%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실제 내년 예산도 많이 증액됐다고 본다.

- 위원회의 활동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향후 사업 시행에 대한 평가도 하게 되나?

위원회는 정책 방향만 제시해주는 게 옳다고 본다. 집행 책임은 해당 부처에서 져야 하고, 사업 시행에 대한 점검을 위원회가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다른 예를 보더라도 대통령위원회는 대통령에게 정책 건의하는 선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다. 위원회는 분기별 보고를 통해 임무를 이어갈 예정이다.

- 문화 예술인에 대한 복지 문제도 고민하고 있는가.

집행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지난 보고는 지역을 순회하며 모은 의견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수준이었다. 추후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해서 해결하겠다. 또 각 부처에서 세부 계획을 만들어서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 앞으로 위원회의 계획과 과제는 무엇인가.

7월부터 지역을 순회했지만, 저변에 있는 사람들까지는 만나지 못했다. 11월 말부터 낙도나 오지, 공장지대나 문화 소외지역 등을 돌아다니며 더 깊게 파고들어보려고 한다.

융성위원회의 역할은 현장의 목소리를 폭넓게 수렴해서 대통령과 국민을 하나로 연결시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런 여론들이 정부 시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서 정부와 국민이 문화를 매개로 하나로 융합되게 하려 한다.

-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는데,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문화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문화예술 매체들이 살아남기 힘든 세상에서 운영상의 어려움이 많다보니 순수예술계의 목소리를 담을 매체 수가 너무나 적다. 이를 위한 지원이나, 정책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국민과 정부의 가교, 메신저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문화매체들이 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실제 보니 매체 환경이 너무 열악한 걸 느꼈다. 향후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