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기념 5개 특별전 ‘풍성’
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기념 5개 특별전 ‘풍성’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3.11.12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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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개관에 맞춰 다양한 장르, 작품 선보여

‘전세계 미술의 허브’를 꿈꾸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13일 개방과 함께 대규모 특별전을 마련했다.

서울관이 문을 열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술 연구 기능 중심의 과천관, 한국 현대미술사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덕수궁관과 더불어 ‘3관 시대’를 맞게 됐다.

서울관은 친근한 미술관이라는 콘셉트로 대중의 삶과 예술을 밀착시켜 진정한 문화 융성의 발원지로 도약하겠다는 의지와 비전을 담아 개관 기념 5개의 특별전을 마련했다.

국내외 7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특별전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마련한 ‘연결_전개’, 다양한 장르 간 소통과 융합의 플랫폼이 될 서울관의 미래를 상징하는 ‘알레프 프로젝트’,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을 역사적 맥락에서 해석하고 제시하는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전, 서울관 곳곳의 현장 맞춤형 대형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현장제작 설치 프로젝트’, 서울관 건립과정을 사진매체를 통해 다채롭게 담아낸 ‘미술관의 탄생’ 등으로 구성된다.

   
▲ 킴 존스, <양동이와 부츠가 있는 머드맨 구조물>, 1974, 190×241×50cm

이 중 서울관 개관 특별전의 대주제이기도 한 ‘연결-전개’전은 3~5 전시실에서 관람객을 기다린다.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을 연결하고 그 미술관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고자 하는 서울관의 염원을 담았다. ‘연결-전개’전은 각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와 디렉터들이 추천한 21명의 후보들 가운데 7명의 작가를 선정해 작품을 전시한다. 이 전시는 동시대 현대미술에서의 다양한 현상들을 펼침으로써 새로운 예술의 세계를 선보이며 관람객의 체험을 유도할 예정이다.

최은주 현대미술관 학예팀장을 비롯, 리차드 플러드(미국), 앤 갤러거(영국), 유코 하세가와(일본), 이숙경(한국), 베르나르트 제렉세(독일), 푸자 수드(인도) 등 큐레이터 7명이 타시타 딘(영국), 킴 존스(미국), 아마르  칸와르(인도), 마크 리(스위스), 리 밍웨이(대만), 키시오 스가(일본), 양민하(한국) 등 작가의 작품 14점을 소개한다. 기존 관습적 경계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차원의 융·복합이 가능해진 시대에 예술과 삶의 결합이 미술문화를 통해 어떻게 해석되는지 살펴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베트남전 참전 뒤 반전 예술을 구사해온 킴 존스는 ‘머드 맨’ 퍼포먼스와 함께 그의 대표적인 드로잉 연작 중 하나인 ‘전쟁 드로잉’을 내건다. 하얀 벽면을 캔버스 삼아 두 집단의 군사 작전을 드로잉으로 표현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 척도 없는 네트워크, , 2012 (왼쪽)에드윈 판 데르 헤이더, <진화형 스파크 네트워크(Evolving Spark Network)>, 2013

큐레이터·건축가·천문학자·아티스트·연출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펼치는 ‘알레프 프로젝트’는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 프로젝트로서 전시실은 물론 미디어랩, 멀티프로젝트홀, 영화관 등 다양한 곳에서 펼쳐진다. ‘알레프’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 소설에 등장하는 작은 구슬처럼 생긴 무한한 공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번 서울관 개관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플랫폼의 등장을 알린다는 취지다.

21세기 신개념 이론인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을 적극 수용한 전시로 단순함과 복잡성 사이에서 미술의 진화를 고민하고 있는 결과물이 소개된다. 필립 비슬리, 척도 없는 네트워크, 에드윈 판 데르 헤이더, 하태석, 태싯 그룹 등 8개 팀의 설치 및 공연 작품이 소개된다.

1~2전시실의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은 현대미술관이 50년간 수집해온  소장품 7000여 점 중 시대정신을 잘 보여주는 60여점을 엄선해 보여준다.  서용선·장화진·신학철·민정기·김호득·황인기·김홍석·전준호·오원배 등 작가의 작품이 준비됐다. 

정영목 서울대 교수의 기획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39명 작가의 회화·조각 등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짚어본다. 정 교수는 “정치·사회적 이슈 등 시대정신과 밀접한 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역동성을 느꼈으면 한다.”고 밝혔다.

   
▲ 서도호,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설치 가상 이미지), 2013

미술관 곳곳에선 ‘현장제작 설치 프로젝트’전의 일환으로 대형설치 작품들이 선보인다.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서도호 작가는 서울관 중심에 ‘서울박스(Seoul Box)’를 설치해 눈길을 끈다.

미국 유학 초기에 거주했던 3층 높이 아파트 건물과 한국에서 거주한 성북동 전통 한옥 구조를 결합시킨 실제 건물 크기의 대형 천 설치 작품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을 내놓았다. 미국 유학 시절 거주했던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의 3층 주택을 철사와 천을 이용해 실제 크기(높이 12m, 너비 15m)로 재현하고 그 중심에 한옥집인 '서울집'이 매달린 형태다. 한옥을 품은 양옥, 양옥을 품은 서울박스, 서울박스를 품은 서울관, 서울관을 품은 서울까지 5개로 확장되며  공간개념이 녹아 있다.

   
▲ 최우람,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 Opertus Lunula Umbra (Hidden Shadow of the Moon)>, 2008

5전시실 앞 천장에는 ‘움직이는 조각’을 하는 최우람의 작품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가 매달려 있다. 가상의 기계 생명체 이름으로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하게 되는 작품이다. 최우람은 첨단 기계문명에 대한 엇갈린 시각을 절묘시켜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6전시실과 창고전시실에는 세계적 미디어아티스트 장영혜중공업의 11채널 HD 비디오설치 작품이 선보인다.

‘서울관 건립 기록전’은 서울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다. 2009년부터 2013년도까지 5년에 걸쳐 서울관이 변해가는 모습을 노순택·양아치·백승우 작가가 사진·영상·음향 등으로 담아냈다. 

   
▲ 노순택, <애처로운 애정의 거창한 욕망 #IX-062301> (왼쪽)노순택, <애처로운 애정의 거창한 욕망 #IX-062302>

5개 개관 특별 전시와 함께 영화, 공연 프로그램 및 맞춤형 교육프로그램도 다수 준비됐다. 특히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학생가장 등과 같은 문화소외계층을 매년 초청해 무료 전시관람 및 전시해설과 함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원로 작가들이 작품 기증 뜻을 알려와 서울관 개관에 더 큰 의미를 두게 됐다. 미술관에 따르면 한국현대미술의 선구자격인 서세옥 작가와 김영중, 정탁영, 정영렬, 송수남 작가의 유족이 작품을 대량으로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한국화가 서세옥은 자신의 작품을 시대별로 망라하는 주요 작품 100여 점을 기증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이 작품들은  심의를 거친 후 특별전시를 통해 대중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서울관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오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무료로 개방되며 개관 초기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 사전 예약제를 11월 말까지 시범 운영한다. 또한 서울관과 과천관 그리고 덕수궁관을 잇는 광역 셔틀버스가 하루 4차례 무료로 운행된다.

홈페이지 www.mmca.go.kr

문의 02-3701-9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