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부인 등 50년대 영화로 그 시대를 만난다
자유부인 등 50년대 영화로 그 시대를 만난다
  • 최영훈 기자
  • 승인 2013.11.1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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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중명전서 근대 한국영화 상영회 및 강연
1950년대 사회상과 시대의 풍경을 영화를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아베크 1950 - 근대영화에 담긴 세 가지 시선’이라는 근대 한국영화 상영회 겸 강연회를 통해서다.

이번 행사는 12월 4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30분 덕수궁 중명전에서 진행되며, 영화를 통해 전쟁과 개발로 사라진 근대도시 서울의 풍경과 그 속에 깃든 도시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어떻게 묘사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근대영화 상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매회 영화 상영 후 근대건축, 근대문화 등 관련 분야 전문가를 각각 초빙해 강연회를 개최하는 점이 눈에 띈다.

오는 20일 진행되는 1부는 ‘서울의 휴일’(1956)을 통해 쇼핑과 레저, 영화 관람과 음악회 같은 다양한 문화행사들을 통해 1950년대 서울이라는 도시와 여가 공간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이연경 건축학박사가 강사로 나선다.

27일 2부는 ‘운명의 손’(1954)을 상영하며 이념과 애정 사이에 갈등하는 여간첩의 모습을 통해 전후의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영화사 연구자인 이길성 씨가 마이크를 잡을 예정이다.

또 3부에서는 ‘자유부인’(1956)을 통해 비리와 부패, 속물다움이 만연한 1950년대를 이영미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초빙교수와 함께 만나게 된다.

문화재청, 문화유산국민신탁, 레오퐁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매회 상영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 100명 내외로 관람객을 받을 예정이다. 문호유산국민신탁 회원은 우선 입장의 기회가 주어진다.

◆ 영화 정보

<서울의 휴일> (1956)
감독 이용민
출연 노능걸, 양미희, 임성숙

신산백화점에서 쇼핑- 아서원에서의 점심- 한강에서의 보트와 수상스키 - 덕수궁 산책 - 영화관 -미장클럽(?)에서의 저녁- 로스엔젤레스 필하모니 교향악단의 야외연주회 ... ‘로마의 휴일’의 앤 공주보다 더 바쁘게 짜진 이 계획은 바로 영화 ‘서울의 휴일’속 산부인과 여의사와 신문기자 부부의 어느 휴일 일정이다.

무려 25,000원, 무려 한 달 치 월급 분량의 예산이 소요되는 이 화려한 휴일 일정은 신문기자 남편의 급작스런 일로 비록 실행되지는 못하지만, 영화 곳곳에서 보이는 서울의 모습들은 전쟁 후 3년여 밖에 지나지 않은 도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문화주택에서 눈을 뜨고 클래식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한강에서 뱃놀이를 즐기고 골프로 맥주 내기를 하던 1950년대 중반 서울사람들의 하루. 비록 그것이 서울 시민 대다수가 아닌 일부 중산층, 혹은 상류층만이 누리던 생활이라 할지라도, 그 모습이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느껴져 낯설기만 하던 1950년대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운명의 손> (1954)
감독 한형모
출연 이향, 윤인자, 주선태

장편기록영화 ‘정의의 진격’ 이후 한형모 감독이 만든 첫 장편극영화인 ‘운명의 손’은 수도극장에서 개봉하였으나 공전의 흥행 성공영화인 ‘춘향전’과 맞물려 상영되면서 흥행에는 실패하였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 최초의 키스 장면으로 세간의 화제를 받았다. 배우 윤인자의 도전적인 시도는 이후 ‘자유부인’의 키스 장면과 더불어 선정성 논란을 낳기도 하였다. 주인공 마가렛은 술집 바걸이면서 북한의 간첩이다.

이후 한국영화의 중요한 캐릭터가 되는 일명 ‘아프레걸’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는 여주인공은 쫓기고 있던 고학생 신영철을 집에 숨겨주게 된다. 해방 이후 본격적으로 제작한 최초의 스릴러이자 여간첩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김수임이라는 인물의 그림자를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여간첩 서사는 주로 사랑에 빠진 여성 간첩이라는 상황을 통해서 스릴러와 애정 서사 사이에서 저울추가 흔들린다.

따라서 추가 어디로 기울어지는가에 따라 대중적 감수성의 방향을 흥미롭게 드러내는데 최근에도 이러한 변주는 ‘쉬리’나 ‘서울, 1945’, ‘아리리스’ 등이 지속해서 만들어졌다.

<자유부인> (1956)
감독 한형모
출연 박 암, 김정림, 양미희, 이 민, 김동원

흔히 정비석의 ‘자유부인(1956)’이 교수 부인의 춤바람을 그린, 다소 퇴폐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보다 훨씬 더 풍부하다. 춤바람은 이외의 다른 작품에도 이미 많이 다루어진 바 있으며, ‘자유부인’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유부인’의 독특함은, 그 춤바람으로 대표되는 성적 욕망의 과감한 표출이, 여비서나 사장 같은 연애 소설의 대표적 인물들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교수 부인을 통해 드러났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데 더욱 주목할 것은, 교수 부인 오선영만이 아니라 점잖은 장태연 교수조차 이러한 욕망으로부터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자유부인’은 1950년대에 만연한 비리와 부패, 속물다움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