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민들레예술문학상 대상, 김인수
제2회 민들레예술문학상 대상, 김인수
  • 이푸름 객원기자
  • 승인 2013.11.1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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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노숙인 대상 문학상 공모, 시상

고물을 선물해주시는 신에게 감사!

어둠이 사라지고 새벽이 옵니다
새벽이 오면 나는 매일매일
버려진 것들을 주우러 길을 나섭니다

새벽의 길 위에서 수레를 끌며 천천히 걸으면
수많은 불빛이 환하게 반기며 밝히고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인도해주고
나는 원하는 ‘파지, 철, 알루미늄 깡통’을 길에서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길을 되돌아오면서 다시 걸으면
무거워진 수레가 더 고맙고
내일 새벽에도 오늘 새벽처럼 꼭 오늘만 같기를 바라게 됩니다

새벽을 흔들어 깨우며 나를 건강하게 움직이게 해주시고
빛, 길, 고물을 선물해주시는 신에게 감사하고
고물을 보물처럼 고물도 보물처럼
새벽의 길 위에서

감사합니다
이제야 이 말을 더 제대로 배웠습니다
십년 뒤에도 그 후에도 이 말을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 겁니다

-제2회 민들레예술문학상 대상작, 김인수 ‘새벽의 길 위에서’ 모두

노숙인들이 ‘민들레예술문학상’을 통해 문학인으로 거듭난다. ‘민들레예술문학상’은 문학을 통해 노숙인 스스로 자존감을 일깨우고, 시민들이 노숙인이 겪는 삶을 이해하고 다독이게 하기 위해 지난 2012년 만들어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는 “서울특별시, 사단법인 빅이슈코리아, 주거복지재단, 서울노숙인시설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노숙인을 위한 문학축제 '제2회 민들레예술문학상' 수상작으로 대상 1편, 최우수상 3편, 우수상 6편, 장려상 20편 등 모두 30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노숙인 시설에서 살고 있는 김인수 시 ‘새벽 길 위에서’가 차지했다. 최우수상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맑은 시선과 투명한 상상력으로 표현한 김영서 시 ‘자갈음악회’, 이별과 실패를 거듭하며 거리 생활로 내몰린 삶이 지닌 핍진함을 완성도 있게 그려낸 김영철 시 ‘목숨’, 세상을 떠난 친구와 고향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진솔하고도 단정하게 써낸 한승수 수필 ‘방과 일’이 뽑혔다.

올해는 지난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모두 275편(시 200편, 수필 75편)이 접수됐다. 심사위원들은 대상을 받은 김인수 시 ‘새벽의 길 위에서’에 대해 “김 씨의 실제 경험이 녹아 있는 이 작품은 새벽 길 위에서 고물을 주우며 살아가는 삶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대상 수상자 김인수는 “불빛도, 길도, 고물도 모두 참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계속, 10년이 지나도 그 후에도 이런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하며 살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현대엠코, 민들레예술문학상에 3000만 원 내놔

올해 2회째를 맞이하는 ‘민들레예술문학상’ 시상금 마련을 위해 현대 엠코가 시상금 3000만 원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내놨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 이하 예술위원회)는 “현대엠코와 예술위원회 기획모금 프로젝트인 ‘민들레예술문학상 국민시상금 마련 프로젝트(이하 민들레 프로젝트)’의 시상금 후원 전달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현대 엠코가 '민들레 예술문학상' 후원금으로 3000만원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기탁했다.

민들레예술문학상은 시상금 1500만 원으로 대상부터 장려상까지 모두 28명에게 각각 50만원씩 시상금을 줄 예정이었으나 이번 현대엠코 후원금을 통해 100만 원을 받게 됐다. 이번 시상금은 크라우드펀딩으로도 조성돼 모두 232명으로부터 600여만 원을 도움받았다. 이 후원금은 노숙인 자활을 돕는 월간잡지 <빅이슈코리아>를 통해 나눠줄 예정이다.

민들레문학상 시상식은 지난 9일 서울시청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시상식에는 재능 나눔으로 민들레문학특강을 펼친 문학작가 20여 명과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후원자 200여 명도 초청됐다. 노숙인 수상자에게는 주거복지재단을 통해 매입임대주택도 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