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종소리를 사랑하고 있었다”
“나는 그 종소리를 사랑하고 있었다”
  • 유시원 객원기자(문학인 총 편집주간)
  • 승인 2013.11.1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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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인생수업’ 2주 연속 1위… 공지영, ‘높고 푸른 사다리’ 16위

가을이 깊어가는 산과 들에 단풍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서점가에도 새로운 단풍물이 배이고 있다. ‘즉문즉설’로 널리 알려진 법륜스님이 쓴 인생지침서 <인생수업>이 2주 연속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작가 공지영이 새롭게 펴낸 장편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도 순식간에 16위를 꿰찼다.

<인생수업>은 법륜스님이 말하는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이 담겨 있는 책이다. <높고 푸른 사다리>는 한 젊은 수사가 겪는 사랑과 방황을 그린 작품이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도 12위에 올랐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이 책에서 예술이 지닌 치유 기능을 특이한 철학이 담긴 글쓰기로 풀어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펴낸 새 작품 <제3인류> 1권도 17위에 올라 있다. <제3인류>는 베르베르가 지닌 독특한 상상력으로 사람 성장기를 그린 과학소설이다. 2위와 5위, 7위는 조정래 <정글만리> 1,2,3. 4위는 김은주 <1㎝+>, 6위는 혜민 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8위는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1916~1956>.

일간문예뉴스 <문학iN>은 시월 넷째 주 종합베스트셀러 16위에 오른 작가 공지영 새 장편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한겨레출판)를 들춘다. 작가 공지영이 5년 만에 서점가에 내놓은 이 장편소설은 어떤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까. 이 장편소설에서 작가 공지영이 던지는 우리 시대 화두는 무엇일까.

“고뇌에 대한 질문들을 하고 싶었다”

“젊은 시절 하게 되는 고뇌, 취직이나 이런 거 말고 인간 본성에 더 깊숙이 다가가는 고뇌에 대한 질문들을 하고 싶었다. 이 소설은 그런 질문들에서 시작된 한 청년의 순례기, 방황기 또는 어른이 되기 전 겪는 마지막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공지영

작가 공지영이 펴낸 새 장편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는 등단 26주년, <도가니> 뒤 5년 만에 내놓는 작품이다. 이 장편소설은 신부 서품을 앞둔 베네딕도 수도회에 있는 젊은 수사가 사랑에 빠지고, 같은 길을 가던 친구들이 갑작스런 사건을 겪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국전쟁 한복판에서 일어났던 이방인 노수사들과 할머니, 할아버지가 겪은 끔찍하고 쓸쓸하고 기적적이며 가슴 뭉클한 삶도 함께 들어 있다.

이 장편소설은 공지영이 10년 앞에 읽었던 책 속 몇 줄 묘사가 모티브가 되었다. 한국전쟁 흥남 철수 때 목숨을 걸고 14,000명에 이르는 한국인을 구조한 선장 마리너스가 겪는 실제 이야기… 그 뒤 세상에서 조용히 사라져 미국 뉴튼 수도원에서 수사로서 평생을 살다가 뉴튼 수도원을 인수하러 간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 그 기나긴 구조 과정을 털어놓고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

“‘대체 왜?’가 이 소설의 키워드인데, 내가 신에게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이다. ‘대체 왜 나에게?’ ‘대체 왜 저 죄 없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어느 한순간 누구에게나 커다란 봉우리를 넘는 시간이 있다. 죽을병에 걸릴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버릴 수도 있고, 갑자기 가난해질 수도 있고, 직업을 잃을 수도 있다.

‘정요한’을 주인공으로 하기로 하고 취재하러 수도원에 갔는데, 마침 나이까지 비슷한 정요한 수사라는 분이 계셨다. 그런데 소설을 쓰는 중간에 이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많이 충격을 받았고, 인생에 대해 숙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인생의 커다란 봉우리를 넘는 순간 어떤 자세로 내 삶을, 나를 돌봐야 할 것인가? 마지막까지 잃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공지영

이 장편소설은 여러 가지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요한과 소희, 요한 할머니와 할아버지, 미카엘과 미카엘 여자 친구 등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 ‘미, 안, 요’ 수사들 사이 사랑 이야기… 요한과 할머니, 안젤로와 어머니, 토마스 수사와 어머니, 모니카와 어린 요한 등 부모와 자식 사이 사랑 이야기… 수도사들의 인간과 신을 향한 사랑 이야기… 인간과 인간에 대한 사랑 이야기…

“수도원의 모든 일과는 종소리로 시작되어 종소리로 끝난다. 특별히 허락을 받지 않는 한 하루 다섯 번 모여 기도했다. 실제로 이 새벽의 기상이 너무 힘겨워서, 조금은 분주해 보이는 기도 일과 때문에 끝내 수도원을 떠나는 지망생들도 있었다. 나로 말하자면, 힘들다고 해서 그 종소리를 싫어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나는 그 종소리를 사랑하고 있었다. 새벽하늘, 푸르스름한 빛 속에 종탑이 우뚝 솟아 있고 종소리가 퍼져가고 있었다. 새벽의 찬 기운을 피하려고 검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올려다보면 그것은 이 지상에 유일하게 허락된 영원에의 통로, 야곱이 보았다는 그 사다리가 소리를 타고 쏟아져 내리는 듯했다. 만져볼 수도 붙들 수도 머물 수도 없으나 분명히 거기 있는, 그런.”-22쪽에서

한국출판인회의가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8곳에서 지난 18일(금)부터 24일(목)까지 팔린 책 부수를 더한 2013년 10월 넷째 주 종합베스트셀러 순위는 다음과 같다.

1. 인생수업(법륜·휴)

2. 정글만리 1(양장)(조정래·해냄출판사)

3. 관계의 힘(레이먼드 조·한국경제신문사)

4. 1㎝+(김은주·허밍버드)

5. 정글만리 2(양장)(조정래·해냄출판사)

6.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쌤앤파커스)

7. 정글만리 3(양장)(조정래·해냄출판사)

8.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1916~1956(이중섭·다빈치)

9. 꾸뻬 씨의 행복 여행(프랑수아 를로리·오래된미래)

10. 행복한 그림자의 춤(앨리스 먼로·뿔)

11. 노란집(박완서·열림원)

12.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알랭 드 보통·문학동네)

13.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무라카미 하루키·민음사)

14. 원씽(게리 켈러,제이 파파산·비즈니스북스)

15.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열린책들)

16. 높고 푸른 사다리(공지영·한겨레출판)

17. 제3인류 1(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

18. 서울 시 2(하상욱·중앙북스)

19. 3배속 살림법(조윤경·스타일북스)

20. 마시멜로 세번째 이야기(양장본 하드커버)(호아킴 데 포사다·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