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숙선 명창, 방일영 국악상 시상식서 눈물
안숙선 명창, 방일영 국악상 시상식서 눈물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3.11.19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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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처럼 길러주셨기에” 스승들 생각하며 눈시울 붉어져

“선생님들이 손을 잡아주시지 않았다면, 전 다른 길을 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안숙선 명창(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은 방일영 국악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돌아가신 스승 만정 김소희 명창과 향사 박귀희 명창을 떠올리며 눈물을 보였다. 

▲안숙선 명창이 상을 수여받고 웃음을 짓고 있다. 이후 안 명창은 수상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스승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혀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아홉 살에 판소리에 입문한 뒤 56년 동안 소리 외길 인생을 걸어온 한 길을 걸어온 중요 무형 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와 병창 예능 보유자는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한없이 겸손하기만 했다.

지난 15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0회 방일영국악상 시상식의 스포트라이트는 안숙선 명창에 집중됐다. 안 명창은 “만정 선생님과 향사 선생님은 자식을 길러내듯 저에게 공을 들였다”며 스승들을 회상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본이 되라는 뜻으로 알고 더욱 정진하는 소리꾼이 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황병기 심사위원장은 안 명창을 두고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청중을 도취경에 빠지게하는 격조 높은 소리를 낸다"고 평했다.

이날 시상식 이후에는 축하무대가 이어지며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안 명창의 제자들로 이뤄진 안숙선 가야금병창 보존회 회원 20여 명이 가야금 연주와 함께 ‘제비노정기’를 불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뒤이어 안 명창이 ‘심청가’ 중 ‘화초타령’을 불러 의미를 더했다.

앙코르 공연에서 안 명창은 만정 김소희 선생에게 사사한 ‘춘향가’의 한 대목을 불렀다. 만정 김소희 선생은 제1회 방일영국악상 수상자로 스승과 제자가 20년 시간을 두고 한 무대에 서게 됐다.

안 명창은 “우쭐한다거나, 반대로 소리가 잘 안 될 때 만정 선생께서 생전에 적어준 ‘내가 너를 건성으로 제자 삼아 보아온 게 아니다. 차원 높은 예술인이 되려면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메모를 꺼내본다”며 자신의 신조를 밝혔다.

▲안숙선 명창의 부군이 상금을 수여했다.

1949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안 명창은 아홉살에 판소리에 입문한 뒤, 1979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199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병창 보유자로 인정받은 뒤 1997년부터 2년 여 국립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창극의 발전을 이끌었다. 지난 10월부터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으로 우리 소리를 해외에 알리고 있다.

1986년 남원춘향제 전국명창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을 시작으로, 1993년 제25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1998년 프랑스문화부 예술문화훈장, 1999년 옥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한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소리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