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위작이 나타나는 시기
[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위작이 나타나는 시기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3.12.0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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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세상이 조용하다 싶으면 어떤 스캔들이나 사건이 불거진다. 만만하게 넘어갈 일은 없는 것 같다. 미술시장의 한 켠을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는 인사동이야 늘 사건이 떠다니는 동네다. 대다수가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말이다.

미술품 도난사건, 위작 사건, 사기에 도굴 등등 온갖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중 태반이 그냥 떠돌다가 만다. 진짜냐 가짜냐에 대한 의심의 시간도 없이 시간에 묻혀 버린다. 오래전 화랑에 방문한 손님이 억대의 미술품을 들고 도망간 사건도 있었다.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회수하기는 하였다.

최근에는 이우환화백의 작품이 진짜냐 가짜냐로 인사동 지하시장(?)이 잠시 시끄러웠다. 논란이 사실이거나 아니거나 또 한해를 보내는 그들만의 리그로 끝날 것이 예상된다. 어쨌거나 위장은 어렵고 힘든 시기에 고개를 드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 위작이 가장 많은 화가가 이중섭, 천경자, 박수근, 김환기 순이라고 한다. 그까이꺼 대충만 보아도 억대가 넘어가는 작품들이다. 위작이 진작으로 판매되면 수익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다. 위작 시비는 언제나 돈이 관련되어 있다. 경제적 위기이거나 돈을 벌어야 하는 시기에 미술시장이 위축되어야 활성화된다.

장사가 위축되거나 거래가 어려우면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경기불황으로 급전이 필요하다는 명분과 사업자금의 필요에 의해 조심스럽게 나왔다고들 말한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정치자금마련을 위해 팔겠단다. 여기에 공통되는 것은 원 소장자에 대한 비밀을 지켜 달란다.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다면서 말이다.

미술시장 초보시절에 작품세계를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위작 시비에 휘몰리기도 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위작일수록 소장자와 입수 경위가 몹시 그럴싸하다. 한번은 중국에서 아주 중요한 미술품을 입수했다면서 보여준 적 있다. 세상물정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학위와 그들의 주변에 포진해 있는 명사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과의 수교 이전이라서 중국 문화재를 본다는 기쁨도 있었고, 대접받는다는 우월감도 있었다. 근래에 만들어진 중국 민예품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돈 되는 곳에는 불법이 있다. 미술계의 불법은 비자금이 아니라 위작시비가 가장 먼저다. 위작시비의 가장 최근의 일은 석지 채용신 ‘황현 초상’ 작품이다. 지난 8월 ‘한양유흔’전에서의 일이다. 1991년에는 천경자 ‘미인도’ 사건이 있었다. 본인은 위작이라는데 감정위원들은 진품이라고 했다. 채용신의 작품이나 천경자의 작품이 진품인지 가품인지는 여전히 논란속에 놓여 있다.

2005년 이중섭 위작사건이 일어난다. 아들에게 받은 작품이라며 서울옥션에 출품하였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위작으로 판명한다. 유족의 소장품이 어찌 위작이냐며 원 소유주는 반발하였지만 사기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이었다. 유족이 애초부터 소장하였는지 다른 경위를 통해 소장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2007년에는 박수근의 ‘빨래터’라는 작품이 시비에 휘말린다. 법원 판결에 의해 일단락되기는 하였지만 45억 2천 만 원이라는 최고가의 작품에 대한 진위는 여전히 물밑에 가라앉아 있다. 2009년에는 소위 말하는 ‘국세청 인사 청탁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던 최욱경 화백의 ‘학동마을’이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소비자가, 실거래가, 화랑가격이 별도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기도 하였다.

위작은 돈의 문제만은 아니다. 위작의 진작은 언제나 문화재급이며,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유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진짜냐 가짜냐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역사의 가치를 만들고 문화를 창출하여 보존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