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미술관의 새 시대 열리나?!
국립미술관의 새 시대 열리나?!
  • 박희진/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3.12.0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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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전경(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13년 한국미술계는 한껏 들떠있었다. 2,460억 원의 기록할만한 예산투자로 지어진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관 건립은 한국미술계의 희망이었다.

서울관 건립을 주축으로, 과천관과 덕수궁 본관도 미술관 특유의 개성을 살리기 위한 색을 입히는 작업에 들어갔고, 청주에 미술품 수장 및 보존센터가 생기면서 국립미술관 운영에 체제 정비가 확실해 지는 분위기이다.

전시공간에 색을 입히는 작업이 하루아침에 몇 개 전시 오픈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는 한국미술계도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건립은 단순히 ‘서울에서도 전시를 볼 수 있다’는 환경적, 물리적 변화의 영역을 뛰어넘어 미술계 종사자들이 꿈꾸는 삶의 현장을 확장시키고, 국제적인 무대에서 국가적 차원에서의 미술계 권위를 자랑할 만한 사건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그 간 문제시 돼왔던 ‘문 턱 높은 미술관’ 이라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콧대 높은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개관일에 3,900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보도됐다. 조선시대 규장각과 소격서, 사간원을 비롯해 왕실 종친부 건물이었던 기무사령부 건물 터에 그 뼈대를 살려 미술관으로 만들었다는 데에 인파가 몰리는 데에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고, 그 간 과천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지 않아 더 멀게만 느껴졌던 미술관이 도심 한 가운데, 담장도 허물고 언제나 열려있는 공간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는 데에도 미술관을 찾는 이유를 담고 있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미술관의 속사정은 어떠했을까. 미술관과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찾는 관람객들은 미술관의 첫 인상을 ‘개관 특별전’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과 더불어 5개 이야기의 특별전시가 소개됐다. <미술관의 탄생> 전을 통해 미술관 탄생 배경을 엿보고, 유난히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현장제작 설치 프로젝트>에서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의 서도호 작품을 미술관 로비에서 관람한다. 그리고 <알레프 프로젝트>의 ‘착생 식물원’ 필립 비슬리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최첨단을 엿보게 하는 작품을 볼 수 있다.

예민한 감각을 세워 디지털 요소로 디테일하게 표현해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예술을 표현해 신비감을 더한 작품이다.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 소장품전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로 구성돼 있고, 주전시인 <연결_전대>는 국외 유명 미술관의 전시기획자의 추천을 받은 작품들을 소개하는 전시로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복합의 시대에 예술과 삶의 결합이 미술문화라는 것을 대변한다.

서울관의 개관 특별전은 최고이다.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기반이 될 만한 전시로 구성됐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와 작품, 그것을 미술관에 가득 채운 기획과 연출도 모두 최고의 구성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미술관에서의 핵심은 잘 만들어진 공간- 미술관의 거대 건축물이 아닌 미술관이 담고 있는 문화적 가치, 의미가 아닐까싶다.

최근 서울관 개관에 기대감이 부풀었던 미술계에 특별전 작품 선정에 대한 학맥, 인맥 등에 불편한 이야기들이 들려오고 있다. 또한 서울관 오프닝 행사에 이해관계가 얽혀 복잡해진 상황도 알려지고 있다.

우린 새롭게 탈바꿈한 전시공간에서 길을 헤매가 일쑤다. 미술관은 예술을 개방하고, 문화 속에 하나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진 것은 분명하다. 전시는 우리를 소통의 왕래가 아닌 일방통행 길을 따르게 하고- 시대착오적인 작품들을 보게 한다.

지상3층, 지하3층에 8개 전시실과 프로젝트 홀, 영화관을 비롯한 도서관과 각종 편의시설로 화려함을 자랑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다. 스펙터클한 그 공간에서 여직 깨지 못하는 한국미술계 고질적인 병폐가 근본적으로 뿌리내릴 수 없도록 소프트웨어적 측면도 과감한 변화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