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食道樂 4’ <<청국장 밥>>
‘예술가의 食道樂 4’ <<청국장 밥>>
  • 김종덕 창작춤집단 木 대표/한양대 강의교수
  • 승인 2013.12.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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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친구들과 달리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를 대면한 적도 없고,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다. 할머니들께서는 내가 막내에 늦둥이로 태어났을 때 이미 돌아가신 뒤였으며, 어린 마음에 할머니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는 친구들이 무척 부러웠다.

▲원남동로터리 근처에 위치한 <청국장 밥> 입구 전경
부모의 완고함에 비해 할머니는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과 부드러운 심성, 따스한 품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난 초등학교 3~4학년이 되도록 여전히 막내의 어리광에 익숙했었고, 어머님 품에 안기면 입버릇처럼 '난 세상에서 엄마 냄새가 제일 좋다'며 속삭였다.

그러므로 어머니의 엄마이거나 아버지의 엄마이신 할머니의 손을 잡고 다니거나 업혀 다니는 아이들에 비해 나는 늘 사랑을 반쯤 손해 본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아직도 할머니의 체취는 어떤 향인지 그립고, 윤기 없고 까칠한 손으로 아껴두신 쌈지 돈과 곶감을 주셨을 할머니의 사랑에 갈증을 느낀다.

난 할머니는 청국장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아름답고 세련된 모습은 아니지만, 푸근하고 정겨운 품과 체취로 어린 시절 고향을 느끼게 해주며, 절대 해가되지 않을 넉넉하고 여유로운 심성과 자신의 맛을 드러내지 않는 어울림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청국장으로 간을 해서 내오는 <청국장수육>담백함이 일품이다.
청국장은 콩과 볏짚에 붙어있는 바실러스(Bacillus)라는 미생물을 이용하여 만드는 비타민 B가 함유된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콩을 통째로 발효시켜 영양 손실이 적고 몇 달에 걸쳐 발효시키는 된장에 비해 2~3일에 완성할 수 있는 고분자 핵산, 항산화물질, 혈전용해, 단백질 분해 등으로 항암과 면역증강효과가 있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종로구 인의동(원남동 사거리 근처)에 위치한 ‘청국장밥’이라는 음식점에 가면 정감 있는 냄새와 미각을 자극하는 푸짐한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청국장을 이용해서 푹 삶아낸 돼지고기를 부추위에 얹어서 내 놓는 수육이 일품이인데, 기름을 쫙 뺀 고기는 맛이 담백하고 씹는 맛이 부드러워 미각뿐만 아니라 소화력이 약하거나 다이어트와 피부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하다.

그리고 다양한 산채나물과 야채, 김 가루를 청국장과 함께 비벼 먹으면 속 편한 포만감이 기분 좋게 밀려든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할머니의 손맛을 느끼고 싶고, 저녁밥을 혼자 먹기 싫다면 동료나 친구들을 불러 이곳에 들러라. 마음 푸근하고 정감 있는 밤을 선물 받게 될 것이다.

<청국장밥>
서울 종로구 인의동 77번지
02-3676-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