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의 박물관 칼럼]문화재 관리, 시스템과 매뉴얼 점검이 시급하다.
[윤태석의 박물관 칼럼]문화재 관리, 시스템과 매뉴얼 점검이 시급하다.
  • 윤태석 뮤지엄 칼럼니스트(문화학 박사)
  • 승인 2013.12.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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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윤태석/뮤지엄 칼럼니스트(문화학 박사)/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한국박물관학회 이사/한국박물관교육학회 이사
문화재 관리정책, 시스템을 점검 할 때

의궤가 반환되면서 국외소재문화재 환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약탈의 아픔을 겪은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시민단체들의 활동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

경기도 이천 오층석탑과 고양시 육각정(六角亭), 경남 진주 연지사(蓮池寺) 동종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시민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국립동경박물관에 소장 전시되고 있는 조선왕실 갑옷과 투구역시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인이 가세해 반환을 요구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문화재 환수업무까지 더해, 갈 길 바쁜 문화재청이 국내 문화재에 대한 보존과 관리부실, 관련 정책의 우왕좌왕으로 설상가상에 좌불안석이다. 복원한 숭례문의 기둥이 갈라지고, 단청이 떨어져나가는 등 문제가 확산되고 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석굴암도 심각한 균열이 발견되어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울산반구대 암각화 보존문제,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황금의 나라, 신라'전의 유물 반출과정에서 보여준 불합리한 절차와 혼선......, 한마디로 문화재청 자체가 심각한 균열을 보이고 있는 양태다.

국내문제가 이럴진대, 국외소재문화재 환수를 논한다는 것이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안방에 있는 문화재관리가 이 모양인데 해외 걸 돌려받아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고 묻기라도 한다면 참 할 말이 없게 생겼다.
급기야는 책임을 지고 문화재청장이 불명예 퇴진했으며,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문화재 문제를 원전, 방위산업, 철도와 같이 척결대상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수장이 떠난 문화재청도 억울할 것이다. 문화재가 오랜 역사를 보듬고 있는 과거의 것이고 이를 관리ㆍ보존한다는 것은 특별히 새로울 것도 혁신적이거나 창의적일수도 없는 속된말로 잘해야 본전인 것이 업무의 특성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만들어짐과 동시에 열화와 마모, 탈색과 부패 등 물리화학적 퇴화가 진행되게 된다. 따라서 시간이 감에 따라 관리해야할 문화재는 대폭 늘어나고 있다. 더군다나 역사, 문화, 미학과 인류사적 가치 등을 담고 있는 중요문화재를 관리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과업이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 국민 삶의 질 향상 등에 따라 문화재에 대한 관심 증대, 여가시간 확대 등으로 인한 문화재 향유 및 활용욕구 증가 등은 문화재 관리정책에 더 큰 부담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전 국민과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문화재를 둘러싸고 최근 불거진 문제에 대해 문화재청 만을 탓하기에 앞서 정부는 관련 시스템과 정책, 제도, 지원체계 등을 먼저 점검하여 기본부터 바로 잡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또한 여기에 반드시 국외문화재 환수의 기본방침도 포함해야함은 물론이다.

국외문화재 환수 시스템과 매뉴얼 만들어야

문화재환수는 선조들과 후손이 우리에게 던져준 과업이다. 삼국, 고려, 조선의 긴 역사 속에 경우에 따라 제집 드나들 듯하며 수를 헤아리기조차도 어려울 만큼 일본에 의해 강탈된 수많은 문화재를 하루아침에 가져올 수는 없다. 지금처럼 한 건 한 건 환수로는 몇 백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또한 활용의 측면에서는 가져올 필요가 없는 문화재도 있을 수 있다.

먼저, 환수와 활용대상으로 명확히 구분하여야 한다. 환수대상 문화재에 초점을 맞춰 정부든 시민단체든 환수노력에 집중하되 다소 늦더라도 큰 틀에서 저인망식으로 죄다 가져오는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기초로 각 계층에서는 각각에 맞는 진중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최근 문화재환수 노력은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방향에서 추진되고 있는 형국이다. 시민단체는 무조건 가져오고 보자는 논리를 펴고 있어, 문화재청을 비롯한 관계 당국과 손발이 맞지 않을 뿐 만 아니라 곤혹스럽게 까지 하고 있다. 활동예산을 받기위해 정부에 외압을 넣는가하면, 교부받은 예산은 관계 당국과 세심한 조율 없이 비계획적으로 집행하는 사례도 있다.

모 기초 자치단체의 환수시민운동가들이 2012년도 초에 있었던 미국박물관협회 총회와 관련행사에 비공식적으로 참석하여 피켓시위와 설문을 시도한 것은 그 대표적 사례이다. 사전에 교섭하지 못해 공식행사에서 참가하지 못함에 따라 오히려 미국 및 우리나라 참가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지 못했으며 오히려 불편함까지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역시 국고가 투여된 사업이었다. 모든 일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 역시 합리적이어야 한다.

서산의 부석사 불상이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지난해 우리나라 절도범들에 의해 반입되어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보관되고 있다. 이 역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 다시 돌려 줘야하네 마네, 입장이 첨예하다.

국가 간의 입장도 있겠지만, 정부와 불교계, 일반국민과 관계 전문가의 입장차도 분명하다. 국제법과 사례, 이를 넘어서는 정치적 관점 등 합리적 해결점이 주목된다. 이와는 별개로 환수 전반에 걸친 시스템구축과 매뉴얼의 설정이 더 시급한 과제이다.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한국박물관학회 이사
한국박물관교육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