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사단 독서경연대회-제9회③
제7사단 독서경연대회-제9회③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3.12.0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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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 일병 임수종, 일병 김소중, 상병 이지학

“장병들이 책과 친해지게 합니다”

책과 친해지면 꿈과 목표를 갖게 되고, 꿈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됩니다. 이는 육군 제7사단(사단장 구홍모) 칠성부대가 펼치고 있는 <Army Book Start>운동의 취지다.(본지 5월8일자 인터뷰-이형주 육군 제7사단 감찰참모, 참조)

장병들이 군 복무 기간이 단순히 국가의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시간으로 자신의 인생을 허비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육군 제7사단의 <Army Book Start>운동은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군 복무기간동안  독서의 즐거움을 깨우치게하고 더 나아가 ‘청춘’의 장병들이 책을 통해 사유의 폭을 넓히고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Army Book Start>운동은 책을 읽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후감을 통해 글쓰기 훈련은 물론 독서를 위한 동기유발과 군 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도 선물한다.이형주 감찰참모의 제안으로 시작된 <Army Book Start>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독후감 경연대회는 지난 2010년을 시작해 장병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9회 독후감 경연대회에는 일선장병을 비롯 군 간부들이 함께 참여해 총 수백편의 독후감이 출품됐다.이 중 엄정한 심사를 거쳐 수상작이 선정됐다. 본지<서울문화투데이>는 육군7사단의 <Army Book Start>운동을 지지하며 그간 책보내기를 통해 후원을 해오고 있으며 이번 제 9회 독후감 대회 수상작들을 차례로 게재키로 한다. -편집자


수상자는 다음과 같으며 수상자들에게는 소정의 포상이 주어진다. 9회째 수상 내역은 다음과 같다.

▲ 최우수 : 본부근무대 참모소대 일병 김수철

▲ 우 수 : 본부근무대 참모소대 상병 서제현, 5연대 3대대 10중대장 대위 박민석

▲ 장 려 : 본부근무대 참모소대 일병 임수종, 본부근무대 참모소대 일병 김소중, 본부근무대 참모소대 상병 이지학

▲ 입 선 : 본부근무대 경비소대 상병 이경서, 본부근무대 참모소대 상병 김용준, 헌병대 소위 백승태, 8연대 3대대 본부중대 병장 이형석

 
<장려작>

1. 군대라는 파피용호에 올라타서-파피용을 읽고

본부근무대 참모소대 일병 임수종

처음에 파피용을 읽으려고 했을 때는 그냥 흔한 우주여행을 다룬 이야기 인줄 알았다. 실제로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공상과학적인 내용을 말하고자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단순한 우주여행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들이나 교훈등을 자연스럽게 녹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책의 내용이 지구에서를 떠나 새로운 행성을 찾아가는‘탈출’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군복무중인 나의 상황에서 보니 감정이입이 더 됐다.

▲ 일병 임수종
사실 이 책을 단순히 지구인들의 새로운 행성 정착기라고 봐도 별 무리는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더 나아가 인간의 자기개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자기개발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이 책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지구에서 파피용 프로젝트를 진행되고 지구를 떠나는 부분, 파피용호가 우주로 나아 간뒤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는 부분,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여 그곳에 적응하는 부분.

먼저 파피용호는 부패한 지구를 떠나 우주로 간다. 지구는 지금까지 살아오던 현실이다. 파피용호가 지구를 떠나는 것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가고자하는 사람의 의지와 행동을 뜻한다.

파피용호는 새로운 행성이라는 목적지를 향해가면서 여러 가지 고난을 겪는다. 날개의 파손, 사람들의 갈등, 강도 및 살인자의 발생 등이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기 까지 파피용호의 운항을 힘들게 한다. 자기 발전을 이루기까지는 여러 가지 고난이 뒤따른다. 이런 고난들은 곧 자기개발 중의 고난을 뜻한다. 특히 파피용호가‘지구에 대한 향수병’때문에 가장 큰 문제를 겪었던 것처럼, 자기개발에서도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큰 고난임을 보여주고 있다.
파피용호는 이런 고난들 속에서도 운항을 계속하여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게 된다. 이것은 자기개발의 성공을 뜻한다. 파피용호가 새로운 행성에 다다랐을 때 14만명 중 6명만이 살아남은 것은 자기개발의 쉽지 않음을 보여주며, 그 고난을 이겨낸 소수만이 자기개발을 이루어 낼 수 있음을 말한다.

파피용에서 나타난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자기발전의 필요요소

이브 크리메르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사람이다. 이브 크라메르는 사람들이 모두 비현실적이라며 비웃었던 파피용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이는 남들의 시선에 굴복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엘리자베트 말로리는 고난을 극복하고 자기개발을 이룬 사람이다. 엘리자베트는 교통사고로 인해 하체가 마비되지만, 파피용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꿈을 찾고, 결국 좌절을 이겨내고 파피용호의 항해사라는 큰 역할을 맡는다.

맥 나마라는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며, 모든 의견을 포용하는 사람이다. 맥나마라는 암이라는 자신의 환경 속에서도 모두가 무시한 이브의 프로젝트를 물심양면 지원했으며,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그의 경제적 도움이 없었다면 파피용호는 실현되지 못했을 것이다.

반면에 사틴은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그 고난을 이기지 못한 사람이다. 사틴은 파피용 프로젝트의 큰 부분을 담당했지만, 결국 파피용호가 우주를 항해하는 동안에서의 고난을 견디지 못하고 반란을 일으키며 지구로 돌아간다. 지구로 돌아간다는 것은 자기발전을 포기하고 나태했던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지구에 남아서 파피용 프로젝트를 비웃었던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여 발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앞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하려한다. 그러다 보니 나태해지고,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필요 없는 짓을 하는 사람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렇다면 자기개발에 성공한 이브, 앨리자베트, 맥 나마라와 자기개발에 실패한 사틴과 지구인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자기개발의 성공유무는 고난과 목표가 있느냐에 달렸다. 자기개발에 성공한 이브, 앨리자베트, 맥 나마라는 모두 고난과 목표이 있었지만, 사틴은 목표가 뚜렷하지 못했다. 심지어 지구인들은 고난과 목표 둘 다 없었다. 고난은 사람들로 하여금 현실을 벗어나 발전을 유도한다. 또한 목표는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만들고 고난을 견딜수 있는 힘을 준다. 다시 말해 자기개발에서의 고난과 목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책의 내용을 자기개발의 관점에서 다시 정리해보자. 가장 먼저 지구를 떠나 파피용호를 성공적으로 이륙시킨 것은 첫 번째 자기개발이다. 파피용호에서 고난을 겪지만 결국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는 것은 두 번째 자기개발이다.

마지막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여 새로운 환경을 이겨내고 삶을 정착시키는 것은 세 번째 자기개발이다. 인간들은 고난 속에서 목표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자기발전을 이루지만, 그 이후에는 또 다른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고난은 인간들에게 또 다른 자기개발을 이끌어낸다. 인간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끊임없이 고난을 겪고, 그로인해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한다.

군대라는 파피용호에 올라타서…

내가 머물던 곳을 떠나 군대라는 파피용호에 올라서 무엇을 했는가를 돌아본다. 돌이켜보니 지난 시간동안 자기개발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처음 입대할 때는 체력도 기르고, 독서도 많이 하고 자격증도 따는 등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는 새로운 나 자신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처음다짐과 달리 시간이 가면서 또 다시 나태해지는 내 모습을 느꼈다. 군생활에 익숙해짐에 따라 고난은 점점 줄고, 나의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는 점점 약해졌다.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나의 군생활 목표를 확인해보고, 나에게 채찍질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나의 파피용호는 자기개발이라는 행성에 안착할 것이 분명하다고.

<장려작>
2. 아버지의 사랑을 생각나게 하는 가시고기를 읽고
본부근무대 참모소대 일병 김소중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엄마’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무섭거나 깜짝 놀랄 때 엄마를 찾곤 한다. 안타깝게도 ‘엄마’대신 ‘아빠’를 찾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나 역시 또한 그랬다. 그리고 대부분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만 생각할 뿐 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드물다. 이와 달리 이 책에서는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와 아들과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다움이가 백혈병에 걸린 채 입실해 있고 그의 어머니는 다움이를 버리고 프랑스로 도망가 버린다. 그의 아버지는 말기 암인 상태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도와주고 결국 죽는 내용이다. 

▲ 일병 김소중
이 책의 제목 ‘가시고기’는 이런 내용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어머니 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엔 어디론가 달아나 버리며 알들이 어찌되든 상관을 하지 않는다. 아빠 가시고기는 혼자남아서 알들을 돌보며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알들을 보호한다.

알에서 나온 새끼 가시고기들은 아빠 가시고기를 버리고 제 갈 길을 가버린다. 모두 떠나고 난 뒤 홀로 남은 아빠 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버린다. 이런 아빠 가시고기의 희생은 내 마음을 너무나도 아프게 했다. 지금까지 나는 아버지의 그런 희생을 알아주지 못하고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을 오직 어머니한테만 했다. 아니, 그런 희생을 지금까지 당연시 여기고 있었다. 내가 아버지라면 엄청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꼈다. 약 20년 뒤의 나의 모습을 생각하며...

많은 작품에서는 이 책과 달리 ‘어머니’를 주제로 많이 한다. 그러니 ‘아버지’와 관련된 작품들은 많이 소외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와 같이 나도 어머니한테만 전화를 하고 아버지한테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그리고 평소에도 나는 거의 ‘어머니’만 찾을 뿐 아버지와 대화도 잘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모습에서 아버지는 나에게 서운함과 섭섭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게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식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더욱 안타깝게만 느껴질 뿐이다.

나의 아버지와 책 속 주인공의 아버지는 공통점이 있다. 말을 아끼시고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며 사랑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훈련병 때 아버지가 써준 첫 편지가 그 어느 누구의 편지보다도 감동이었다. 그렇게 감동의 편지를 열 번 정도 받은 후 수료식 때 눈물을 흘리며 뜨거운 포옹을 했다. 아버지의 소중함을 뒤늦게야 깨달았고.

그 이후로 나는 줄곧 아버지께 안부전화를 하며 지내고 있다. 이 책에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에게 자신의 힘든 몸을 이끌며 희생, 즉 봉사를 한다. 나도 역시 매주 토요일에 자원봉사를 한다. 사회에서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봉사도 하기 싫었는데 여기서는 내가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고 있다. 봉사를 하고나면 뭔가 남을 도왔다는 나 자신에 대한 뿌듯함과 헌신함으로써 얻는 보람이 있다.

그의 아버지 역시 몸은 힘들었지만 아들에게 헌신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보람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다움이의 아버지는 다움이에게 가끔씩 정신이 어떻게 된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 이 행동을 보고 아버지의 행동과 엄청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나에게 화를 내시는 아버지에 벌벌 떨며 하루하루를 지냈던 기억이 난다. 한번은 아버지가 거실에서 TV보고 계실 때 조용히 집밖으로 나가려다 혼난 적이 있다. 겉으로는 나에게 화내면서 속으로는 말도 안하고 나가려고 했던 것에 엄청 서운했을 것이다. 이렇게 아버지께 죄송했던 적이 있었다.

반면에 주인공 다움이처럼 아버지께 감사했던 적도 많다. 얼마 전에 ‘가족에 대한 100가지 감사쓰기’라는 것을 통해 아버지께 감사하기도 더불어 썼다. 하나하나 사소한 일을 생각하며 써보니 정말 많다는 것을 보고 평소에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많았다는 것을 느꼈다. ‘목욕탕 가서 등 밀어준 것’, ‘축구 경기 보며 같이 웃고 떠든 것’ 등. 이런 것을 통해 꼭 물질적으로 받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어 다움이는 아버지한테 잘 참고 견뎌낸다고 칭찬받고 기분좋아한다. 남을 칭찬하는 것 역시 윈윈이다. 칭찬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칭찬하는 사람까지도 기분이 좋아진다. 요즘 사단 홈페이지에 보면 굵은 글씨로 ‘칭찬합시다’라는 코너가 있다. 전우가 전우를, 간부가 간부를, 전우가 간부를, 간부가 전우를 칭찬하는 글들이 매일매일 많이 올라오고 있다.

그 글들을 읽는 나 역시 미소가 저절로 띄어져 나의 하루를 기쁘게 한다. 어렸을 적 나의 아버지도 나에게 한말이 있다. “남을 헐뜯지 말고 칭찬해라”. 그때는 마음에 와 닿지 않았는데 지금은 다르다. 선임⦁후임 가릴 것 없이 나는 먼저 칭찬을 한다. 예를 들면 연예인○○○을 닮았다.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다.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등.

다움이의 아버지는 다움이에게 ‘이럴 경우에는 ~해야 한다. 하지 말아라’와 같은 말들을 한다.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대부분은 자식들에게 크게 뭐라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렇게 한마디씩 하는 것은 정말로 필요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나도 역시 그렇게 자라왔다.

어머니가 말하실 때는 반은 듣고 반은 흘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아버지가 말하실 때는 주의 깊게 들었다. 충고나 조언 같은 것들도 마음속에 새겨두어 다음에는 꼭 지켰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아버지가 꼭 필요한 분이시다.

본문 중에 아버지는 자신의 각막을 팔아 골수이식수술에 도움을 주어 아들을 살려 어머니와 같이 프랑스로 보낸 후 얼마 안 돼 죽게 된다. 나의 아버지도 나 몰래 무엇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무언가를 하고 절대로 알리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나도 약 20년 뒤에는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되어 있을 텐데 자식들을 위해 과연 내가 희생을 할 수 있을지 생각이 든다. 아버지를 본받아 아들에게 항상 도움이 되는 아버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희씨, 이런 말 알아? 사람은 말야. 아이를 세상에 남겨놓은 이상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부분은 아버지의 본분이 진정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나는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고 아이들을 포함해 가족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아버지를 한 번 더 떠올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전에 읽었던 죄송한 행동들을 반성하며 아버지의 소중함을 아주 잘 알게 되었다. 말로 꼭 표현해야만 하는 게 다가 아니다. 그 속에 있는 진실은 우리가 알아야한다. 지금까지 아버지의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전우들에게 이 책을 꼭 권장하고 싶고 나는 아버지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장려작>  

3. 조직에서 살아남기 공피고아를 읽고

본부근무대 참모소대 상병 이지학

군에 입대하기 전에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이 있다. 군대에서의 경험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결국 사회에 나가서 취직하고 살 때 삶의 자양분이 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사실 18개월 정도 군 생활을 하면서 많이 느끼지 못했는데 지난  달에 분대장을 달고 분대를 이끌어나가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공피고아 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고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아버지의 말씀을 이해하게 되었다. 

군대는 하나의 조직이다. 그리고 회사 역시 하나의 조직이다. 비록 두 집단의 존재 가치와 필요성은 다르지만 하나의 조직으로써 운용되는 체계나 시스템은 비슷하다. 이 책은 회사 내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다양한 인간관계나 상황에 대처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 상병 이지학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내가 몸담고 있는 군이라는 조직에서 경험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답을 얻었다, 특히 분대장 임무를 수행하면서 분대라는 하나의 작은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방법에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 소통의 비밀

어떤 조직이나 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인간관계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꼭 조직이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은 잘못된 인간관계에 그 근간을 둔 경우가 많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소통’이 기본적인 요건이다. 이 소통의 질에 따라서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할 수도 아니면 불편한 관계가 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많은 ‘소통’이 바탕이 되어야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많은 양의 소통이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할 수는 없다.

한 가지 일례로 어느 날 저녁 점호를 받기 전이었다. 청소 상태가 불량한 것을 보고 나는 A라는 후임과 B라는 후임에게 “맡고 있는 담당구역 정리정돈 상태를 확인하고 와”라고 한 적이 있다. 이 말을 듣고 A라는 후임은 “담당구역 청소 상태가 불량합니다.”라고 보고를 했고 B라는 후임은 “담당구역 청소 상태가 불량해서 다시 정리하고 왔습니다.” 라고 보고했다. A는 내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A라는 후임을 비난 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청소상태는 확인하고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동일한 지시를 동일한 언어로 말했는데 두 사람의 행동이 달랐을까? 그것은 바로 대화 이면에 숨겨진 나의 의도를 파악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상사와 부하의 관계이던 동등한 위치의 관계이던 의사소통의 핵심은 ‘배려’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배려의 중요성을 귀 아프게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배려’를 실행하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배려는 곧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을 이해해주는 것이다.

즉, 상대방이 이 말을 지금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곧 배려이며 이것이 바람직한 소통의 기본인 것이다. 이런 소통이 기본이 되어야 조직 내 사람들끼리 바람직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이 관계가 바탕이 된다면 상당한 부분의 문제가 해결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항상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를 실천해서 바람직한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보고의 중요성

군과 회사는 수직적인 인간관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조직이다. 그리고 이런 조직에서 ‘보고’는 필수적인 것이다. 군대의 모든 일은 ‘보고’로 시작해서 ‘보고’로 끝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보고가 이렇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라의 안보와 직결된 군과는 성격이 다소 다를 수 있지만 회사에서의 보고체계 역시 그 존재가치는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그것은 바로 황당하고 더 커질 수 있는 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사무비품이나 물품들을 사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어느 날 간부님이 몇 천 만원 상당의 비품들을 구매하라고 시킨 적이 있었다. 왠지 그때 안하면 깜빡할 것 같아서 그 즉시 구매를 했다. 그리고 물품을 구매했다고 따로 보고를 하지는 않았다. 며칠 후 간부님께서 물품 다 구매했냐고 물어보시기에 실제 구매목록이 적힌 종이를 드렸다. 그런데 물품을 보시던 간부님이 잘못 구매했다고 당장 다 취소하고 재구매하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취소를 하려고 업체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업체에서는 이미 제작준비가 됐으니 취소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취소를 못하면 몇 천만 원 상당의 예산이 잘못 쓰이게 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정말 다행히 간부님께서 어떻게 말씀하셔서 잘 해결되긴 했다. 하지만 구매 즉시 보고하면 그 때 바로 취소 후 재구매가 가능했을 텐데 왜 늦게 보고해서 큰일을 만드냐고 화를 내셨다. 보고가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이라고 몸소 느낀 사건이었다. 

미리 보고를 하게 되면 사전에 큰일을 미리 막을 수 있는데도 이처럼 보고체계가 지켜지지 않으면 일은 일대로 커지고 상사는 상사대로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조직에서 보고체계는 마치 우리 몸의 혈액순환과 같은 역할을 한다. 혈액순환이 되지 않으면 사람에게는 목숨이 위협받는 위험한 순간이듯 보고체계가 지켜지지 않으면 그 조직은 크게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것보다는 우선 상사에게 먼저 보고를 하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다. 왜냐하면 상사는 동일한 일이라도 더 많은 것을 알고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분대 원들에게도 ‘황당한 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보고’의 중요성을 설명해주고 나 역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보고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 하도록 습관을 들여야 한다.

□ 평가의 기준

  “복무신조” . “우리의 결의! … 상관의 명령에 복종한다.…” 이 구호를 아침마다 큰 소리로 복창한다. 매일 아침마다 외치는 구호 속에서도 군은 계급사회임을 명시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군 장병들은 입대 전에 계급사회를 체험하기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입대 전에 주위 예비역들부터 나름 군에 관한 많은 정보를 얻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겪고 맞이하는 수직적인 인간관계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 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분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어서 분대를 이끌어 나갈 때 어떤 방법으로 선,후임들을 대해야할지 난감한 상황에 처할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선임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어떤 식으로 지적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이 많은 후임들의 잘못을 어떻게 타일러야하는지 등 수많은 상황이 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분대 원들의 임무를 평가해야하는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어떤 기준을 가지고 평가를 해야 공정하고 객관적인지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회사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구성원을 평가하는가? 이에 대해 그냥 업무수행능력이 탁월하면 그냥 다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회사의 임원진이나 상사가 평가대상을 바라보는 입장을 알게 된다면 이 말이 꼭 맞는 말임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회사가 구성원을 평가하는 기준은 그 구성원의 절대적인 능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평가기준이 절대적인 능력이 아니면 어떤 것일까? 놀랍게도 그들의 평가기준은 상황에 따라서 뛰어나 보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상대적인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개인의 절대적인 능력치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로 어떤 구성원의 실무능력은 최고인데 정작 그 회사가 구성원에게 바라는 것이 부서를 통솔하고 관리하는 역할이라면 회사는 그 평가대상이 유능하다고 평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위 같은 상황은 사실 평가대상 뿐만이 아니라 회사에게도 손해가 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왜냐하면 평가대상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지 목하고 회사는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가하는 입장과 평가당하는 입장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평가를 받는 사람은 회사가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회사의 목표와 현재 자신의 객관적인 위치를 비교할 수 있어야한다.

예를 들어 회사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정작 평가대상은 혁신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을 내놓는다면? 회사는 평가대상의 능력과 무관하게 그 대상을 평가절하하게 된다. 그러므로 회사가 원하는 인재 상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어야한다. 다음으로, 평가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평가기준을 명확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즉, 이 임무를 통해 이끌어 내고자하는 결과, 임무의 기한 등을 확실하게 명시해야 구성원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임무를 받은 인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한다.

이처럼 두 위치에서의 노력이 병행된다면 개인과 조직 모두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분대장으로써 나는 어떻게 분대 원들의 과업을 평가해야하는가? 제일 우선시 되는 것은 내가 바라고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나름의 분대 상을 설정하고 이를 분대 원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이 후 실제로 분대 원들에게 구체적인 임무를 내릴 때에는 원하는 결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어야한다. 그리고 분대원이 일을 진행하는 중간 중간에 그 동안의 성과를 살펴보고 만약 다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을 시 방향을 재설정하는 등 적극적이 피드백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이끌어야할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분대 원들에게 임무를 내린다면 분대 원들 역시 확실한 목표를 가질 수 있을 것이고 나는 그들의 임무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