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카드 꺼내든 작은 공연장 ‘수아트홀’의 성공
‘소통’ 카드 꺼내든 작은 공연장 ‘수아트홀’의 성공
  • 인터뷰-이은영 편집국장/정리 - 최영훈 기자
  • 승인 2013.12.1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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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 관장 “좋은 공연 많이 선보이는 문화사랑방 같은 역할 했으면”

소프라노 김옥. 부산 수아트홀 관장으로서 그가 꺼내든 카드는 ‘소통’과 ‘공감’이었다. 11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이 수천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겨뤄 살아남을 수 있는 비책이었다.

외형적으로 덩치가 큰 공연장이 대세를 이루고 살아남는 시기에 신선한 기획력과 수준높은 무대, 열린 대관이라는 콘셉트로 ‘작은 공연장’으로서 출사표를 던진 소극장 수아트홀.

▲ 김옥 수아트홀 관장

지난해 5월 개관 이후 1년 여를 돌아보면, 그의 야무진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 평할 만하다. 더구나 서울 외 마땅한 문화 인프라가 적은 타 지역에서 새롭게 시도된 측면이 더욱 높이 살만 하다.

세계 내로라하는 연주자, 성악가들 외에도 예술의 길을 가려는 학생들과 신진 음악인들이 수아트홀이 마련한 무대에 올랐다. 수아트홀은 연주자의 작은 숨소리 땀방울까지 생생히 전해지며 관객이 공연을 그대로 빨아들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 어느 곳보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운, 아니 공간의 간극이 따로 없어 호흡까지 그대로 전해지는 수아트홀이었기에 가능한 무대였다.

골리앗에 맞선 다윗처럼 한발 한발 침착하게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김옥 관장을 만나 그의 꿈으로 향한 길을 함께 했다.

김옥의 꿈이 담긴 수아트홀

해운대 스펀지 뒤에 위치한 수아트홀은 동부산대학 외래교수인 소프라노 김옥 씨의 꿈이 담긴 공간이다. 서울 외 지역에 작은 문화공간을, 그것도 개인이 주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터.

“대학 다닐 때부터 품고 있던 오랜 염원이었어요. 연주하는 사람들이 늘 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룹이나 합창 연습, 앙상블 모임의 장소로 제공하고 싶어 수아트홀을 열게 됐어요. 원하면 이뤄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이뤄졌기에 그 믿음을 더 확신하게 된 거죠.”

김옥 수아트홀 관장은 부산대, 계명대 예술대학원을 거친 뒤 이탈리아 로엥 카발로 아카데미에서 수학하고 글린카 마그니타 고르스크 국립음악원 연주박사 과정을 밟았다. 만학도인 만큼 그 누구보다 음악과 공연에 대한 갈망이 깊다.

“오래전부터 꿈이었어요. 예술인들이 공연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곳, 관객과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꿨죠. 많은 분들의 혼과 정성이 담겨 지난해 5월 수 아트홀을 열었어요.”

90평 작은 공간이기에 더욱 알차게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이 곳에는 피아노가 놓여진 110석 규모의 무대와 대기실, 조명과 음향 시설 외에 녹음, 영상시설까지 갖춰져있다. 홀 공사 중일 때도 피아노를 치며 직접 노래하면서 전체적인 음향을 조절할 만큼 남다른 애정이 깃든 공간이다.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 작은 공연장에 모여들다

지난 2~4월 열린 개관 기념전은 김옥 관장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었다. 국내외 정상급 클래식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매주 수요일 정기 연주회를 개최하며 수아트홀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관객에게 수아트홀을 알렸다.
“10회 정도 기획공연을 했어요. 훌륭하신 분들이 적극적으로 많이 응해주셔서 정말 고마운 무대가 됐죠. 또 무엇보다 학생들이 많이 찾아와서 기뻐요. 앞으로도 젊은 음악인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싶은 바람이에요.”
큰 공연장이 아님에도, 신생 공연장에 개인이 운영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내로라하는 정상급 뮤지션들과 신예 아티스트들이 수아트홀의 무대를 풍성하게 했다. 김옥 관장에겐 모두가 고마운 인연들이다. 

“남달랐던 무대를 꼽자면 지난 3월 로얄오페라단의 오페라 춘향전 갈라 콘서트가 기억나요. 현재명 작곡의 한국 최초 오페라인 춘향전은 1949년 서울 부민관에서 초연해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었죠. 이서구 선생님의 대본, 이영기 교수님의 연출로 사랑의 승리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설경진 선생께서 피아노 반주를 맡아주셨어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1위를 한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 피터 도노호와 남성 팝펠 그룹 핸즈 싱어즈의 무대도 정말 좋은 공연이었죠. 이탈리아와 일본 콩쿠르에서 수상한 바리톤 이재표의 무대와 2012아시아태평양 국제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샤운 추의 피아노 리사이틀, 테너 김현식의 무대도 감명깊었구요. 개인적으로 지난 4월에 제 독창회도 열면서 뜻깊은 시간을 가지기도 했어요.”

▲ 수아트홀 내부

이 기간동안 ‘유럽음악기행’, 오페라 갈라 콘서트 ‘춘향전’등 다채로운 레퍼토리가 선보이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수준이 높은 클래식 공연 덕에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과 세계적인 공연자들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는 평이다.

김 관장의 “지역에 있는 음악인이 무대에 설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어 시민과 예술인이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는 소망이 현실화된 것이다.

진로 체험·영 아티스트 발굴…수아트홀의 참신한 시도들

김 관장은 수아트홀을 좀 더 포괄적인 ‘문화사랑방’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들을 꾸준히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문화 예술과 학생들을 직접 잇는 ‘수아트홀 진로 체험 프로그램’이다. 학생을 대상으로 오페라와 보컬로서의 무대를 미리 경험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청소년들에게 생소한 장르인 ‘오페라’를 통해서 클래식 음악의 이해를 도모하고 문화예술사업 분야의 직업을 소개하려는 시도다.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온라인 블로그에서 이미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과정이다. 학생들의 교양 증진과 감성 발달에 도움이 되는 클래식 음악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학부모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외 젊은 아티스트들을 발굴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김옥 관장이 외래 교수로 있는 동부산대와 연계 ‘수아트홀 기획 인재양성 콘서트’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채팔복, 김수영, 정지원, 박삼화 등이 이 무대에 섰다. 예비 음악인들에게 무대에서의 경험을 미리 하게 해 현장감을 느끼게 하려는 배려다.

김옥 관장은 ‘영아티스트들의 발굴’에도 관심이 많다. 신진 음악인들이 많이 배출돼야 클래식의 저변이 넓혀지고, 선배 음악인들의 설 자리도 많아져 다시 대중의 관심이 커진다는 생각이다. 그의 이런 생각은 ‘영 아티스트 초대전’으로 구체화됐다. 무료 공연으로 지난 5월 Cindy Tannos (신디 타노스) 리사이틀이, 최근에는 6인의 경성대학교 학생 국제 피아노 콩쿠르 입상 축하음악회가 열렸다.

“젊은 아티스트들중에 빼어난 실력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도 무대에 설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어요. 무대에 한 번 오르는 것 자체로 크게 발전하는데 말이죠.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그 준비과정에서 얻는 것들이 무척 많아요. 그래서 젊은 예술인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려하고 있어요.”

현재 김 관장의 바람대로 젊은 연주자들이, 특히 대학생 연주자들이 수아트홀의 문을 많이 두드리고 있다. 영 아티스트 발굴과 많은 기회 제공이라는 그의 꿈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음악을 하는 학생들이 많이 찾아와요. 아무래도 학생들이다보니까 돈이 없는 거죠. 서너명이서 모아서 같이 기획하고 찾아와요. 그런 학생들한테는 대관료도 50% 이상 깎아서 해주고 있죠.”

영 아티스트 외에 은퇴 이후 혹은 은퇴와 가까운 베테랑들과 함께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젊은 분들 말고도 정년퇴임을 하신 분들도 설 무대가 거의 없어지죠. 이 분들이 젊은 후학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방법이나, 은퇴하신 분들끼리 모여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해요. 그런데 지금 새롭게 시작하는 건 좀 부담스러운 면이 있어서 1년 정도 더 기반을 닦고 하려 합니다. 제가 너무 욕심을 많이 부리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천천히 해보려구요.”

“설렘이 있는 따뜻한 곳이 됐으면”

그럼에도 김 관장의 꿈을 향한 시도는 그칠 줄 모른다. 찾아가는 음악회 및 취약 계층을 위한 자선 음악회로 지역의 공연예술과 문화발전에 기여하는 관현앙상블 및 합창단이 창단돼 활동하고 있고 매년 영 아티스트 선발 콩쿠르를 기획중이다.

매년 1회 부산 시내 및 인근 지역의 중,고등 학생을 대상으로 중창 및 합창 경연대회도 리스트에 올라 있다. 매월 1회 이상 세계 정상급 음악인 초청 기획 공연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

개관 1년 반. 김 관장은 그 어느 때보다 정신없이 바쁜 시절을 보냈다. 다행스러운 것은 주위 많은 분들이 조언과 도움을 아낌없이 해주며 수아트홀의 자립을 거들고 있는 것이다. 수아트홀 1년 여동안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이 많이 닿고, 주변에서 도와주는 조력자도 많이 생겼다. 모두 소규모 공연장이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에 동참한 이들이다.

김 관장은 모든 공을 주위 사람에게 돌렸다. 사회초년생으로 모르는 게 많았는데 많은 도움으로 1년을 무사히 이겨냈다며 감사해했다.

2014년 수 아트홀은 제대로 된 도약을 꿈꾸고 있다. 후원 회원 제도를 튼실히 해 기초를 다지는 한편 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 아트홀을 찾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중이다. 올 한해 정신없이 질주하다보니 돌아볼 것도 많고 시스템도 더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설렘이 있는 따뜻한 곳이 됐으면 해요. 또 일주일에 다섯 번 씩 공연이 계속 되는 곳요. 공연이 없더라도 주위 분들이 그냥 놀러오시는 쉼터, 문화사랑방이 됐으면 합니다. 물론  좋은 공연을 많이 여는 일이 가장 중요한 거겠죠.”

▲ 수아트홀

◆ 수아트홀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1394-284 해운 오피스텔 2층
051 744 - 1415

◆ 수아트홀 1년간의 발자취

2월 기획 연주 - 유럽음악기행

독일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 테너 김현식 피아노 성민주

러시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피아노 김아사, 바이올린 원희선, 베이스 황상연

3월 갈라 오페라 콘서트 춘향전

3월 개관기념 수요 기획 공연

오페라 갈라 콘서트 - 로얄 앙상블

첼로 리사이틀 - Jaroslaw domzal(폴란드 국립 쇼팽음대 교수)

트리오 콘서트 - 바이올리니스트 박치상(경북도립교향악단 악장), 바이올리니스트 박미선(계명대 교수), 피아니스트 박미경(안동대 교수)

보컬 듀오 리사이틀 - 소프라노 Jolanta Omiljanowicz(폴란드 국립 쇼팽음대 교수), 바리톤 이영기(계명대 교수)

4월 개관기념 수요 기획 공연

피아노 리사이틀 - Oleg Shitin(계명대 교수)

피아노 리사이틀 - Shaun Choo(아시아 태평양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4월 소프라노 김옥 독창회

5월 [수아트홀 영 아티스트] Cindy Tannos (신디 타노스) 리사이틀

5월 바리톤 이재표 독창회

7월 청소년극단눈동자 Music in the K

11월 기타리스트 타나카 아키히로와 함께하는 핑거스타일 카페 하트스트링 콘서트

11월 팝페라 그룹 - HANDS SINGERS

11월 인재양성 콘서트 동부산대학

12월 기타리스트 마사아키 키시베

12월 피아니스트 피터 도노호 리사이틀

12월 경성대학교 학생 국제 피아노 콩쿠르 입상 축하음악회

로필> ◆ 김옥 관장은?
<학력>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 졸업
계명대학교 예술대학원 음악학과 졸업
이탈리아 로엥 까발로 아카데미 디플롬
러시아 마그니타 글린카 국립 음악원 연주박사
아시아 국제음악콩쿨 1위 (2010년 일본 도쿄)
<공연 내용>
-독창회 8회
-Opera ‘휘가로의 결혼’ 라 보엠 창작 오페라 ‘심산 김창숙’ 주역
        갈라 콘서트 사랑의 묘약 ‘박쥐’ 주역
        러시아, 이탈리아, 일본, 국내 등 초청 연주회 및 자선 음악회
        2인 음악회 벨칸토의 밤, 테너 김신환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
        K 클라식 뮤직 페스티발 개막 축하 연주회
       동래 여성 오케스트라 협연, 부산 벡스코 비야프 오프닝 콘서트 외  다수
<주요 이력>
아르모니아 성악 연구회 회장 역임
성가정 성당 지휘자 역임
현)
한국명곡 진흥협회 부산 지회장
수 합창단 지휘자
진로 체험학습 강사(수 아트홀)
동부산 대학교 외래 교수
수 아트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