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자물쇠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무슨 자물쇠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7.08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로 '쇳대박물관'... 조상들의 염원과 지혜 담긴 자물쇠로 전통과 소통하는 곳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과 방송통신대학 사잇길 끝에는 멀리서 봐도 눈에 쏙 들어오는 건물이 있다. 녹이 슨 듯한 외관에 은빛 나뭇가지가 묘한 어울림으로 시선을 끈다.

▲ 대학로에 위치한 쇳대박물관 건물

이미 대학로의 상징물이라고 할 정도로 모르는 이가 없는 쇳대박물관 건물은 2003년 11월 개관을 위해 미리부터 승효상 건축가가 직접 디자인했다.

이 건물은 뛰어난 건축물로 꼽혀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형물이 영구 소장돼 있다.

외관의 은빛 나뭇가지에 걸린 한글 자음들은 한글을 독자적인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온 예술인 안상수 씨와 최홍규 쇳대박물관장의 아이디어다.

여기에 또 멋스러운 로고는 법정스님이 직접 써준 글씨와 어우러져 박물관 자체가 하나의 열린 문화공간이자 대학로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 입구 벽면을 수 많은 열쇠들을 이용해서 디자인 했다.

이곳 ‘쇳대박물관’에는 세상의 많은 자물쇠와 열쇠들이 있기 때문일까. 왠지 이곳에 가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에 사로잡힌다.

조선시대를 비롯해 통일신라시대ㆍ고려시대 등의 시대별 자물쇠와 열쇠패들, 빗장ㆍ함ㆍ궤ㆍ안장함ㆍ영정함 등 목가구들의 자물쇠, 그리고 티벳ㆍ아프리카ㆍ유럽 등의 외국 자물쇠까지 총 3백여 점이 형태나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하지만 수장고에는 3천여 점이 넘는 소장품이 더 있다니 박물관의 소장품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쓰던 자물쇠와 열쇠는 기능을 넘어서 조상의 염원을 표현한 장식품이자 예술품으로 우리가 작고 하찮게 여긴 자물쇠 하나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ㄷ자형 자물쇠, 원통형 자물쇠, 활대형 자물쇠, ㄷ자형과 비슷하지만 중앙에 배꼽 모양으로 돌출된 부분에 열쇠구멍이 있는 함박형 자물쇠, 오각형 모양의 오면 자물쇠, 측면오각 자물쇠, 반달형 자물쇠 등 종류나 모양에 따라 다양한 쓰임새를 가진 자물쇠들이 발길을 잡아끈다.

그 중 ㄷ자형 자물쇠는 주로 비밀 자물쇠로 많이 쓰여 금방 열릴 것처럼 간단해 보이지만 기본 3단계를 거쳐야 풀리며, 가장 정교하게 만든 것은 7단계까지 있어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는 자물쇠도 있다.

또한 바로 장식가구의 서랍에나 문짝에 많이 쓰이는 은혈자물쇠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자물통이 보이지 않아 전혀 자물쇠처럼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열쇠구멍이 숨겨져 있다.

또한 거북이ㆍ용ㆍ물고기 등 상징적 의미를 지닌 동물을 형상화한 물상형 자물쇠와 북을 닮은 북통형 자물쇠 등 투박하고 단순한 모양에서부터 화려하고 섬세한 장식의 자물쇠들이 불빛에 반짝이는 모습이 아름다워 가지고픈 욕망을 절제하기 힘들다.

▲ 여러가지 동물의 형태를 띈 물상형 자물쇠

4층 상설 전시실의 입구에는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양각색 열쇠가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다.

나무를 깎아 만든 거북이ㆍ용ㆍ봉황 모형이 쌍쌍을 이루고 있는 ‘둔테’도 눈에 띈다. 둔테는 전통 한국 가옥의 대문의 양쪽에서 빗장으로 대문을 잠글 수 있도록 거는 것으로 예로부터 수호와 장생의 동물로 알려진 동물 형상을 소나무로 깎아 만들었다.

흔히 사극드라마 속 관아에서 보던 단순한 열쇄패와는 달리 글이 새겨져 있거나 화려한 무늬의 열쇠패들과 함(函)ㆍ궤(櫃)ㆍ인장함(印章函)ㆍ영정함(影幀函)ㆍ빗접 등 조선시대 목가구에 쓰인 자물쇠들도 하나같이 예술성이 뛰어나다.

4층 전시실 안에 마련된 방에는 무형문화재 64호 두석장(豆錫匠-구리와 주석의 합금으로 장식을 만드는 장인) 김극천의 작업실을 재현한 방이 있다. 손으로 직접 쇠를 깎고 무늬를 새겨 넣었다는 장인의 작업실에서 그의 숨결과 함께 장인의 작업 모습이 어른거린다.

나비를 좋아했다는 장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몇십 마리의 나비가 은은한 빛을 뿜어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편에는 언젠가 할머니 집에서 본 듯한 단아한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갖춘 매력적인 목가구들이 정갈하게 자리하고 있다.

쇳대박물관의 관람시간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오전 10~오후 6시. 입장료는 일반인 3천원, 청소년 2천원, 6세부터 초등학생까지는 1천5백 원이며, 20인 이상의 단체는 일반인의 경우 1천 원, 청소년 이하는 모두 5백 원이 할인된다. 6세 미만과 경로우대증 소지자, 장애인은 무료.

마침, 오는 7월 9일부터 한 달 간 일본에서 전시했던 소장품으로 그대로 선보이는 ‘일본 귀국전시회’도 열리니, 놓치고 후회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꼭 가볼 것을 권한다.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