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우의 우리문화바로보기]숭례문 부실 복구의 문제와 대안
[황평우의 우리문화바로보기]숭례문 부실 복구의 문제와 대안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승인 2013.12.25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재보수관리공단 설치와 문화재 마피아 척결해야

▲필자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사적분과]/육의전박물관 관장/문화연대 약탈문화재 환수위원회 위원장
숭례문 복원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단청에서 시작된 문제는 목재수급, 기와의 흡수율과 강도 문제, 석축 공사의 크레인 사용 등 총체적인 문제로 번져가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 문화재 보수공사의 고질적 문제인 면허증 대여가 큰 문제로 대두됐다.

우리나라는 한 해 수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문화재 보수와 수리에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잡음과 비리가 형성돼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에 종사하는 관계자와 앞으로 문화재 수리, 보수업계에 진출을 원하는 지원자에게 실망과 더불어 의욕 상실까지 주고 있다.

우선 넓은 담론으로 문화재 보수의 문제를 살펴본다면, 일부 전문가들만의 독식과 그들만의 카르텔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문화재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버리는데, 특히 문화재의 보수, 수리, 명칭 등을 아주 어렵게 만들어, 관심 있는 학생과 시민들의 접근을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이후 엄숙주의가 판을 친다. 즉, 문화재는 어렵고 엄숙하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며, 일반적인 상식이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펴기 시작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문화재계는 폐쇄주의와 비밀주의가 난무하고, 이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문화재 마피아'가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마피아 집단에 들어가야 조사 연구에 참여할 수도 있고, 이익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이들은 서로 보호하고 특정집단의 비호도 받는다. 문제를 지적하면 “너희가 무슨 전문가인가? 전공이 뭔가 라면서 벽을 친다.

숭례문의 복구 과정에서 이들 마피아들은 또 큰 벽을 쳤다. 이른바 전통기법이었다. 기술과 재료가 제대로 남아있지도 않은 것을 “전통 기법”대로 복구하겠다고 하면서, 시민과 언론에게 큰 호응을 받는 위장막을 치면서, 전통은 소중하고 어렵고 귀한 것이니, 너희들은 접근하지 마! 라고 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진행한 것이다.

숭례문 복구 5년 3개월 동안, 이들은 겉과 속이 달랐다. 겉으론 언론을 통해 전통기법대로 복원한다고 대국민 사기극을 연출했다. 그러나 속으론 자신들 마음대로 공사방법과 재료를 변경했다. 이들은 문화재 장인들을 무대에 등장시켜 꼭두각시화 해버렸다.

복구공사를 시작하는데도 현장 총책임자인 대목장은 결정안하고 목재는 공급되었다. 일반적으로 한식건축은 목수가 미리 목재를 어디에 사용할지 결정하고 예견하며 목재를 확보한다. 즉 숭례문 복구에서 목재수급은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

또 완성한 숭례문 기둥이 갈라지니까, 나무는 갈라진다고 당연시 하는 웃지 못 할 자기 방어 논리다. 과연 목재가 갈라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고민이라도 해 보았나 묻고 싶다. 즉, 나무부재 중 원기둥을 가공하고 배치할 때, 나무가 자란 방향을 존중했는지? 완전원형보다는 약간의 타원형으로 가공해서 터짐을 예방할 수는 없었는지? 터짐을 예상해서 미리 홈을 파고, 다른 부재와 결구(짜 맞춤)할 수는 없었는지? 즉 목재의 터지는 에너지를 미리 빼버리는 가공을 할 수 없었는지 연구했어야 했고, 못했다면 냉정히 반성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러시아산과 국내산 목재를 바꿔치기 했다는 음모론이다. 거대한 음모가 시작된 것이다.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이고, 만약 문화재 마피아들의 음모라면 나라가 망할 일이다.

단청의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많고, 질 좋은 아교를 생산하는 한국을 모른 채, 국적불명의 저질 아교를 사용했다.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에 가장 질 좋은 아교를 수출하는 나라다. 오히려 역수입해서 들여온다.

그런데 이들 마피아들은 안료와 아교를 구한다면서 외국에 다니면서 돈 만 펑펑 사용하고 다녔다. 장인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안료와 아교 혼합물질을 이들이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었다.

성곽을 쌓았던 석재 공사의 경우, 전통방식의 돌 쌓기인 드잡이가 아니라 크레인으로 성을 쌓았다. 언론 앞에서 장인들을 동원시켜 전통 거중기를 시연하는 쇼를 연출했을 뿐이다. 장인들을 두 번 죽인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보여 주기식 이었던, 대장간도 정과 망치이외 집짓는데 필요한 정밀공구는 못 만들었다.

다른 장인(대목장, 단청장, 석장, 번와장)들은 현장에서 살다 시피하며 복구에 임했지만, 기와를 만드는 재와장은 병환이 깊어 직접 만들지도 못했으며, 현장 지휘도 못했다. 장흥에서 가마가 있었던 부여까지 2주에 한 번 오셨다고 하는데, 병환중이신분이 장거리 이동했다는 것도 불확실하고, 2주마다 지도를 했다는 것은 안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40대 초반의 짧은 경험을 가진 제자가 만든 기와를 인간문화재가 했다고 해야 되는가?
기와를 구웠던 가마도 소위 일본식 두꺼비가마에서 전통 가마인 등가마를 제작한지 불과 2~3년인데 언제 완벽한 기술을 습득 했단 말인가?

기와는 수분을 먹으면 안 되는데 지금까지 기와의 흡수율이 9% 이었는데, 왜 15%까지 완화가 되었는가? 가마 안의 온도가 1150도 이상 일정했다면 기와 색상이 비교적 일정했을 것이고 흡수율도 낮아야한다.

현재 문화재보수에 종사하는 50년 이상의 장인들을 만나보면 숭례문에서 가장 크게 걱정하는 부분이 기와의 동파와 열파(뜨거운 태양에 달궈진 기와에 소나가가 쏟아지면 나타나는 훼손)이다. 기와는 차라리 경험이 많았던 다른 장인들에게 맡겨야 했었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언론이다. 일부 한 두 개의 언론을 제외하고, 나머지 언론들은 이 들 마피아가 발표하는 것을 확인과 비판 없이 그대로 전달하기 급급했다.

이 중에는 문화재청 내부의 기득권 세력과 일부 업자와 이를 비호하는 언론권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서라면, 문화재 보수면허 대여업자 같은 사회적 악인을 비호해주기도 하고, 이념과 사상이 다른 자들과 합종연행하며 개혁 세력을 끊임없이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복구공사 중 검증을 통해 비판하거나, 숭례문 완공 후 부실 공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과 전문가들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비난을 하고, 오히려 이들 마피아와 비리 집단을 비호하는 또 하나의 마피아를 자처하는 것이다. 이런 언론사 기자는 문화재의 악이자 사회의 악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문화재 보수와 보존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자에게 종속돼 있다. 특히 보수기술자 자격증을 고액으로 임대하고 있으며 일부는 자격증을 처음부터 부업형태로 빌려주기 위해서 취득한다. 일부 사업자들은 현행법을 피해 편법을 동원, 자격도 갖추지 않고 나라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보수ㆍ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우리나라 문화재 보수기간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짧은 것도 문제를 낳고 있다. 문화재보수 공사에 공사 기간을 두는 것은 문화재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자료와 문헌이 남아 있지 않은 문화재 공사를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수시로 발생한다. 완벽하게 보수 공사를 진행하려다 보면 공사기간과 공사비 때문에 대충하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현실성 없는 공사 기간으로 부실을 야기하고 있다.

훼손된 문화재를 보수하기 위해서는 원인조사와 관련 기관끼리 공문을 주고받는 데 몇 달 걸리고 여름에 설계하면 가을에 확정되고 찬바람 불기 시작할 때 공사를 시작해 연말에 공사를 마쳐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산판에서 좋은 육송을 구입할 시기는 지나가고 결국 수입목재를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 된다. 또한 목재와 흙을 주로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현실로 볼 때 찬바람 부는 시기에 문화재 공사를 해서 이로울 것이 없다.

따라서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서 문화재 보수는 국가가 직영 또는 관리공단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보수기술자들을 팀으로 구성해 문제가 있는 문화재에 국가(문화재청)에서 직접 한 팀을 파견해 처음부터 끝까지 그 팀 책임 하에 공사를 진행시킨다. 팀의 구성은 오래된 경험자와 신참으로 구성한다. 국가가 직영하면 입찰의 비리와 소수 업체의 독식, 자격증 대여 비리는 없어질 것이다.

또한 팀으로 구성되면 공사 실명제가 자연스럽게 정착되며 오래된 경험자들로부터 기술 전수도 쉬워질 것이다. 문화재계 병이 너무 깊다. 지금 개혁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이번에는 반드시 문화재 마피아를 뿌리 뽑아야 한다.

그리고 문화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한다. 내 임기 내에 다 이루어야한다는 만용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