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돌아보는 2013년 ①미술계 악순환… 소통의 부재와 의식의 실종
[전시리뷰]돌아보는 2013년 ①미술계 악순환… 소통의 부재와 의식의 실종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3.12.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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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추징금 환수’ 미술품 압수,2013 평창비엔날레의 총체적인 파행 운영 등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을 둘러싼 논란

경기침체와 미술품 비리사건이 한국미술계에 되물림 되던 악재의 순환 고리는 끝내 끊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20여년 가까이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미술품 양도세’ 부과가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되었고, 이로 인해 미술품을 샀다가 되팔았을 때 양도 차익이 6천만 원이 넘는 국내 작가의 미술품을 거래한 경우 20% 세금을 물기 시작했다. 정초부터 미술시장 분위기는 어두운 그림자 속 침체된 분위기에서 시작하였다.

▲미술 소재의 다양성을 보여준 전시로 ‘문턱을 낮춘 전시, 장르 간 경계를 없앤 전시’로 가장 인상 깊게 기억된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장응복의 부티크 호텔, 도원몽(桃源夢)>

지난해에 이어 비자금 사건 또한 바람 잘 날 없는 한해였다. CJ그룹 비자금 수사와 서미갤러리가 연루되었고, 대기업 비자금 조성 의혹은 또다시 미술품이 배경이 되었다. 전두환 일가의 미술품 컬렉션 실체가 드러나면서 미술계는 ‘검은 돈의 온상’으로 정점을 찍어야 했다.

지난해 개최수가 해도 해도 너무 많다는 지적과 함께 내실 부족 등이 문제시 되었던 격년제로 열리는 비엔날레는 어떠했을까. 과도한 비엔날레 개최와 내실 부족에 따른 예산낭비에 대한 질타 속에서도 올해 처음 열린 ‘2013 평창비엔날레’는 25억 원 투자에 관람객도, 참가자도 모두 외면한 ‘혈세낭비, 파행운영’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런 와중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은 미술계를 잠시나마 숨통을 틔워줬다. 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을 주축으로 과천관과 덕수궁 본관도 새 기운을 타고 신바람에 미술관 새 옷 입히기에 만전을 기하였다. 청주에서는 미술품 수장 및 보존센터가 생기면서 국립미술관 운영체제를 견고히 하였고 내년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유감스럽게도 서울관 개관 한 달도 넘기지 못하고 개관전시에 대한 요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 상설전시에 참여한 작가 70% 이상이 서울대 미대 출신 작가들로 구성돼 한국미술계 고질적인 병폐가 돼오던 학맥, 인맥 등 얽혀있는 이해관계에 대한 불신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여직 논란이 되고 있다.

2013년 미술계는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허우적댔지만, 그 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블록 버스터급 전시는 불황 속 관람객의 시선을 전시로 끌었다. 팀버튼 전을 비롯한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 폴 고갱의 회고전, 피카소문화재단과의 교류전시가 ‘잘 된 전시’에 손꼽을 만 했고, 알렉산더 칼더, 데이비드 호크니, 장 미셸 바스키아, 무라카미 다카시의 회고전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전시에 볼거리가 풍성했다. 장르융합, 크로스오버와 미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전시로 풍성했다.

국공립미술관들도 서울관 개관소식에 덩달아 운영체계를 정비하고 기획력을 갖춘 전시들을 소개하며 이미지 개선에 힘을 쏟았다.

특히, 서울 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은 ‘공예’라는 새 옷을 입으면서 ‘생활미술관’으로서 예술을 소개했다. 서울시립남서울생활미술관은 벨기에 영사관이었던 미술관 공간을 활용해 장르의 경계를 넘는 색다른 조화의 전시로 미술관을 알렸고, 생활 속 미술의 의미를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 관객과 소통을 하려는 노력이 대단했다.

그 대표적인 전시가 <장응복의 부티크 호텔, 도원몽(桃源夢)>으로 공간을 살려낸 연출력도 좋았지만, 미술 소재의 다양성을 보여준 전시로 ‘문턱을 낮춘 전시, 장르 간 경계를 없앤 전시’로 가장 인상 깊게 기억된다.

2013년 우리 미술계는 침체된 시장 속에서도 활발한 전시활동을 보였다. ‘빈곤 속에 풍요’라고 해야 할까. 아무리 전시가 많고 좋은 전시가 기획됐다고 해도 여전히 ‘올해의 뜨거운 감자’는 미술계 고질적인 음습함과 불신에 대한 어두운 그림자이다.

‘경제위기’ 탓, ‘미술계 불신’ 탓, ‘정부지원의 빈곤’ 탓… 수십 년간 논란이 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미술계 스스로 인식하고 독단적인 미술이 아닌 소통하는 예술로, 대중들의 불신을 회복하여 예술의 순수성과 시대적 트렌드를 내보일 줄 아는 전시, 전문성을 갖춘 윤리적 의식이 투영될 수 있는 문화로의 개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비리와 운영의 불합리함 속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고, 좀 더 대중적이며 공개적인 소통을 만들어 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