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누구의 것인가?
[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누구의 것인가?
  •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3.12.3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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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이하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식에 참여한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예

▲박정수 미술평론가/정수화랑 대표
술인들을 위한 창작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하였다.

정형민 관장은 관광객들이나 국민이 언제나 부담 없이 찾아와서 예술을 맛보고 체험하며 휴식을 취하는 문화공간으로 가꾸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술관은 광화문 옆 옛날 기무사 부지 2만7천264㎡의 땅에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지난해 착공해 준공까지 2천46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 공간이다.

런데 말들이 많다. 시대가 짜증과 신경질이 절반이다. 적당히 하고 싶은데도 이건 가만 두질 않는다. 미술시장에서는 위작파동으로 시끄럽고, 정치권에서는 비자금으로 미술품 산다고 말들이 많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시끄럽다.

개관전에 참여한 39명의 미술인 중 35명이 서울대 출신이어서 서울대관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개관 기념식에 미술인 단체장을 초대하지 않았다고 하자 1500명 초대 명단에 무려 152명이나 되는 미술계 인사가 초청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152명 중에는 미술협회 이사장이나 대형 미술단체장이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던 것은 행정의 문제일 뿐이다.

여기에 덧붙여 임옥상의 <하나됨을 위하여>라는 작품이 정치외압에 의해 전시되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강우의 <생각의 기록>이라는 작품과 서용선, 전준호의 작품이 외압에 의해 전시직전 제외되었다고 시끄럽다. 전시는 큐레이터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미술관측의 말이 전혀 먹히지 않아도 상관없다. 한국평론가협회에서 특정대학 동문전으로 추락시켰다며 미술관 관장의 자진사퇴하라는 성명서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일들을 무관심하게 지나간다.

미술관은 서울대동문의 것도, 미술협회의 것도, 특정 단체의 것도 아니다. 미술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국민의 것이다. 개관기념식 때 미술관 관장이 말한 ‘관광객들이나 국민이 언제나 부담 없이 찾아와서 예술을 맛보고 체험하며 휴식을 취하는 문화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현재의 미술관은 국민이 참여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공간이다. 아트숍 물건들은 백화점보다 비싸다. 좋고 훌륭한 예술작품을 판매하는 것은 좋지만 국민들이 보고 구매하기에는 턱없이 비싼 예술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비싸다 보니 만지지도 못한다.

미술관이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예술을 존재케하여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가치 높은 미술품이 전시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문턱을 낮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단체나 집단의 이익보다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들이 없다는 것에 문제를 둔다. 시민을 배제한 행사라거나 시민의 참여가 어렵다거나, 시민을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거나 시민의 편의시설이 없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는 없다.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이고, 어떻게 해야 국민의 참여가 활발하고, 국민의 정신건강에 유용하지는 전문가들의 몫이다. 가치 있는 전시와 가치 있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미술인을 배제한 행사였다거나 특정 학교에 편중되었다거나 채용이 불투명하다거나 하는 기타 등등의 문제도 밝혀야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국민에 돌려주는 입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유주체는 국민이다. 규탄대회도 좋고 성명서 발표도 좋다. 꼭 있어야 할 일들이다. 다만 그 목소리들 중에 국민을 위한 본연의 입장이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