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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평우의 우리문화 바로보기]도로명 주소는 나와 우리를 부정한다.
2014년 01월 12일 (일) 15:50:24 황평우 한국문화정책연구소장 sctoday@naver.com

   
▲필자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사적분과]/육의전박물관 관장/문화연대 약탈문화재 환수위원회 위원장
전통적으로 한국의 지명문화는 사람이 사는 터(땅)를 중심으로 존재성과 정체성이 부여되었으며 풍수적 요인을 고려해서 지은 이름이 많고, 풍토와 특산품과 기후에 맞춰 작명을 하기도 했으며, 미래를 예견하며 작명한 지명도 있으며 역사적 사건에서 유래한 지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우리 지명에는 인문사회, 역사문화, 자연환경적인 문화의 소산물임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안전행정부는 1996년부터 준비한 도로명주소법을 2011년 7월 29일부로 시행하려다 국민들로부터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저항에 부딪혀 2년간 유보하기로 했다. 유보라기보다는 병기해서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2014년부터는 전면적으로 도로명주소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새 도로명주소를 추진했던 행정안전부의 논리는 국민의 생활편의를 도모하고 물류비 절감 등 국가경쟁력 강화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안전행정부의 논리는 모두 허구일 수밖에 없다.

국민 생활 편의가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살아온 땅이름(동, 리)을 모두 없애버림으로써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으며, 물류비 절감을 구실로 들며 택배를 예로 들었다. 한 국가의 도로명주소를 개정하겠다면서 논리라고 내세운 것이 고작 택배비 절감이다.

토지 지번(地番)을 토대로 한 현재 주소로는 위치를 찾기 어렵다는 정부의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왜냐면 우리나라는 구릉지형이 약 70%이다. 구릉지와 산악형태 지번의 다양성과 복잡성은 촌락과 도시의 확장 역사를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며, 도로명 주소는 길(도로)을 기준으로 삼아 목적지를 찾아가는 평지지형의 국가들에게만 유리할 것이다.

일부 국가가 길을 중심으로 주소명이 부여되어 있다고 해서 자국의 전통적 삶의 방식을 하루아침에 변경하겠다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사대주의에 불과하다.

그리고 도로명 주소 작업이 시작되던 1996년에 비해 지금은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물류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이제는 내비게이션 덕분에 초보 택배기사도 집을 찾기 쉽다. 스마트폰 시대다 보니 누구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새로 도입되는 주소를 보면 4만여 개에 이르는 전국 각 시·군·구의 ‘동 , 리’등이 일시에 사라지게 된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듯이 이름이 사라지면 문화적 상상력도 사라진다. 특히 한국 국민들은 자기 고향, 동네가 없어지게 된다. 새로 태어나는 우리아이들은 땅의 뿌리를 잃고 '길에서 난 아이'가 되는 것이다.

과연 도로명주소 사업이 문화적 뿌리까지 뽑아내고 시행할 정도로 중대한 문제인지, 막대한 돈과 행정력을 투입해야 하는 사업인지 원점에서 재고해야하며, 도로명과 지명은 국민 정서, 역사성 등 문화적 특성을 면밀히 고려해야한다.

2007년 정부(산업자원부)는 “평” “돈” “자” 등과 같은 전통적 계량 단위를 사용하거나 홍보하면 과태료 200만원에서 700만원을 물게 하겠다고 했다.

FTA협정이 되고 나면 계량단위를 통일해야하고 불확실한 전통단위로 인해 국민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논리이었다. 미국의 마일, 미식축구의 야드, 피트, 영국의 파운드는 그대로 두고 있는데, 자국의 전통적 관습이자 인본주의에 입각한 계량단위는 말살하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 계량단위는 문화요 전통이다. 즉 문화다양성의 일종이다.

오히려 잃어버린 우리의 시간(우리는 일본 기준시간에 살고 있다)을 찾아야한다. 음력을 포기하면서도 자신들의 연호를 쓰는 일본은 무엇인가?

천년 넘게 이루어 왔던 전통의 콘텐츠가 일방통행식 관료주의가 이를 파괴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지역주민과 향토사학자, 역사학자, 문화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어 역사문화의 진정성과 전통성을 살리면서 실리적으로 실생활에 편리한 주소를 만들기 위해 원점에서 재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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