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큐레이터 토크34 ]<전시담론생산 프로젝트_사진의 방5_하태범 개인전>
[이은주 큐레이터 토크34 ]<전시담론생산 프로젝트_사진의 방5_하태범 개인전>
  • 이은주/갤러리정미소 디렉터
  • 승인 2014.01.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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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수첩 속에 기록된 추억의 전시

이번 큐레이터 토크에서 소개할 내용은 <사진의 방>에 관한 전시담론 프로젝트다. <사진의 방>은 총 여섯 개의 전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날로그·디지털 세대를 동시에 겪은 작가들과 꾸린 내용이다.

따라서 주로 제시한 전시담론의 방점은 2000년 이후, 현대사진의 지형도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진매체를 활용하는 예술가들이 증가했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카메라 사용도가 증가하게 되면서 회화, 조각, 판화, 영화, 영상,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군들도 사진매체를 손쉽게 다룬다. 따라서 그들의 작업결과물도 사진의 속성이 적극적으로 개입되어 해석되며, 이 결과 사진의 동시대성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음을 응축해서 제시한 전시담론 프로젝트이다.

▲사진의 방5_하태범 개인전 전시장 전경, 갤러리 정미소 2012

<사진의 방5>는 사진 결과물로 작품을 완성하는 하태범의 개인전이다. 여러 질감의 물질을 재료로 하여 손으로 만든 이후, 파괴한다. 그 파괴과정을 영상으로 담아내기도 하고, 또 그 잔재들을 전시장에 그대로 배치시킨다. 하태범은 사람이 물리적으로 일으킨 전쟁과 같은 폭력성이 가미된 파괴부터 사람이 가늠할 수 없는 자연재해로부터 온 파괴까지를 넘나들며 사진, 설치, 영상을 통해 표현한다.

독일 유학이후, 한국에서 줄 곧 사진매체를 통해 그의 관념을 선보여 왔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현실 그리고 현실 이상의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은 오히려 그 당시 작가의 사유를 표현하기 충실한 매체였다. 최근에는 그의 매체 확장에 대한 관심이 퍼포먼스와 영상작으로 점차 전이되고 있다. 이렇듯 유연하게 매체의 속성에 천착하여 작업을 진행하는 하태범과 전시이후 ‘사진’에 관해 나눈 짤막한 단상을 소개한다.

Curator Statement:

다섯 번째 <사진의 방>하태범의 개인전은 사진, 조각, 설치의 매체적 상황에 대한 담론생성과 더불어 매스미디어에서 생산되는 사건사고의 대중소비 상황, 구조, 경험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관한 시선을 자신의 작업을 통해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였다.

실제사건의 사진을 기반으로 모형을 제작하여 사진을 촬영하지만, 그의 사진은 온통 화이트이다. 매스미디어, 보도사건, 전쟁, 잔인함 등의 사실적 요소와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감성에서 오는 모든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통제하여 사건자체의 실체에 집중 하도록 한다. 이로 실제 보도사진의 역사를 뒤흔들 수도 있으며, 또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근원적으로 가졌던 현장기록사진과는 또 다른 사진의 담론을 제기한다.

이제 사진은 실제사건을 담아내는 담보로서의 기술적 재현을 위한 도구가 아닌, 예술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재료 중 하나가 되었다는 현실적 상황을 드러내었다. 하태범의 작업 결과물은 사진이다. 하지만 그는 사진을 제작하기 위해 모형을 만들고 탈색시킨 후 사진을 제작하고 퍼포먼스도 진행한다.

그가 사진가 인가? 조각가 인가? 누가 이 질문에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사진이라는 매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와 같은 의문과 질문은 현 사진계의 담론적 상황과 현주소를 다시금 재확인 볼 수 있는 시초이다.

Artist Statement:
(사진을 전공 했거나 따로 공부를 한적은 없다.) 사진에 대해 역사적이나 철학적으로 혹은 기술적으로 접근할 만큼 지식도 없으며 또한 그럴 생각도 없다. 단지 사진은 미디어로서 정보를 전달하는 다양한 매체중의 하나이며 예술적 표현의 한 방법으로서 나는 접근할 뿐이다. 나의 생각을, 하고자 하는 얘기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캔버스나 돌 혹은 철을 소재로 하듯이 그에 적당한 소재를 선택해서 표현할 뿐이다.

내 작업에 있어서 미디어의 범람과 그에 대한 소비를 비판하는데 있어서 그 중 보도사진을 다루었으며 자연스럽게 표현방식도 사진을 선택한 것이다. 영상작업도 마찬가지로 미디어의 하나로서 영상-유튜브, TV뉴스 등-을 다루기 때문이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재 시각적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모든 판단의 기준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에 대한 문제점도 다각적인 방향에서 제기되고 있으며 나 또한 그런 비판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갤러리 정미소 디렉터/이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