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광리에서 / 임동윤
겨울하늘 멱살이 붙잡혔다
침엽의 손 시퍼렇게 펼쳐든 무사들
간밤의 눈을 떡시루처럼 받쳐 들었다
몸은,
갑옷으로 붉게 무장을 했다
거친 눈보라에도
위풍당당한 저 직립을 보라
오금이 저려온다
오래 구부러진 길
구겨진 몸이 부끄럽다
마음을 내려놓는다
위선과 과체중의 몸이
저 꼬장꼬장한 물살에 씻기면서
아득히 허공에 내걸린다
-새 시집 <편자의 시간>에서-
* 시인 임동윤은 1948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196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와 1992년 <문화일보> <경인일보> 시조 당선, <한국일보> 시 당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연어의 말> <나무 아래서> <함박나무 가지에 걸린 봄날> <아가리> <따뜻한 바깥> 등이 있다. 지금 계간 <시와 소금> 발행인 겸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이소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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