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만리(靑馬萬里). 푸른빛 갈기를 휘날리며 만리를 질주하는 말의 모습처럼 멀리 큰 꿈을 펼치려 하는 이들에게 올해는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적기가 아닐까 한다.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 청마의 기운이 담긴 힘찬 한해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복이 깃들길 소망하는 마음을 담아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말띠 특별전(2013.12.18.~2014.02.17)이 열리고 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와 함께한 말이 가진 의미와 이야기들을 다양한 매체와 유물을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매해 그해에 해당하는 12지를 테마로 하는 이 전시는 세모와 함께 겨울방학까지 더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원단(元旦) 기획전이다. 말의 해를 맞아 기획된 이번 전시는 말이 인류의 역사로 스며드는 시기부터 시작된다. 12간지 동물 중 유일하게 승용이 주목적이었던 말은 야생의 모습을 접고 점차적으로 길들여지게 되면서 비로소 식용에서 승용으로 활용되기 시작되었다.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말의 승용목적이 거의 사라지고 승마와 같은 레저 및 오락, 재활치료의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인터뷰영상을 통해 과거와는 다른 말의 가치를 이해하게 된다. 제주 마테우리(말을 사육하는 목동의 제주방언), 승마를 통해 장애가 있는 이를 치유하는 승마치료사, 말의 질병을 치료하는 수의사 등 말과 일생을 함께 하는 이들의 이야기 한마디 한마디에선 늘 곁을 함께해준 말을 향한 애정이 녹아있다. 이렇듯 인간과 말의 교감은 과거 선조들의 생활사를 통해서도 느껴볼 수 있다.
우리 역사 속에서 말은 신성하고 지혜로우며 영민한 동물이라 여겨 민간 신앙적으로 의지하기도 하였다. 말이 그려진 부적은 악귀와 병마를 물리치는 역할을 하였으며, 한 해 평안을 위해 대보름날 짚으로 만들어진 말은 액운과 재앙을 밖으로 쫒아내는 제웅의 역할도 하였다.
또한 말들은 여러 유물들을 통해 상징화 되어 삼국시대의 기마인물형 및 마형 토기를 비롯하여 조선시대 화가들의 풍속화 속에서도 친근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말을 타고 행렬을 하는 모습, 말의 발굽을 채우는 모습 등을 통해 말과 함께 한 중세의 일상을 잘 엿볼 수 있다. 한편 구비전승 되어온 말 관련 속담들이 채워진 전시장의 한 코너는 처음 들어보는 속담에 호기심이 발동한 관람객들에게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하며 작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인간의 삶과 함께하며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흔적을 남겼던 말은 근대화의 물결로 점차 승용가치가 하락하게 되었다. 전시는 날쌔고 박력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한 채 오늘날에도 여러 분야에서 여러 가지 형태와 방식으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말의 현대적 가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상표 속에서 등장하는 말은 인간의 다리를 대신하는 것에서 많이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작게는 어린 아이들이 타는 바퀴달린 말 장난감, 이것을 신으면 보다 힘차게 걷게 될 것만 같은 말표 고무신과 구두, 지금까지도 생산되는 말표 구두약, 작고 예쁜 말이란 뜻의 포니자동차 등 이이 있으며, 말의 달리는 모습이 엠블럼인 머스탱, 개선장군의 말이란 뜻의 라틴어 에쿠스, 두 발을 들고 일어선 페라리와 포르쉐 등 많은 차들이 말의 역동적인 모습을 표현한 이름과 엠블럼을 사용하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까지도 우리는 말을 타고 다닌 셈이다. 실제 말을 타 본적이 없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말이 가진 이미지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인류에게 말은 묘한 매력을 주는 존재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새해를 맞이하며 가장 들뜬 사람들은 아마도 말띠들 일 것이다. 전시장 끝자락엔 말띠와 상생(相生), 상극(相剋)인 띠에 대하여 풀이해 놓은 띠 궁합도가 전시되어있어 사주나 궁합에 관심이 많은 말띠라면 심심풀이로 맞춰보고 가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새해! 우리는 새로운 목표와 포부를 세워 힘차게 첫날을 맞게 된다. 그러나 채 며 칠도 안 돼 자신도 모르게 목표는 무너지고 포부마저 흐지부지 사라져버리곤 한다. 앞뒤 보지 않고 의욕만 앞세워 무작정 큰 짐을 싣고 길을 재촉하는 이는 오래가지 못하고 기력을 잃기 마련이다. 잠시 짐도 풀고 목도 축여가며 목적지를 찾아가는 건강한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이번 국립민속박물관 전시를 통해 소생하는 싹을 닮은 청마처럼 푸른 생명력을 들이마시는 계기를 가져보았으면 한다.
국립민속박물관(www.nfm.go.kr)참조
위치_110-820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7 /문의_ 02-3704-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