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기행-107]갑오년 원단,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본 청마만리
[박물관기행-107]갑오년 원단,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본 청마만리
  • 이정진 Museum Traveler
  • 승인 2014.01.14 1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마만리(靑馬萬里). 푸른빛 갈기를 휘날리며 만리를 질주하는 말의 모습처럼 멀리 큰 꿈을 펼치려 하는 이들에게 올해는 큰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적기가 아닐까 한다.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 청마의 기운이 담긴 힘찬 한해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복이 깃들길 소망하는 마음을 담아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말띠 특별전(2013.12.18.~2014.02.17)이 열리고 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와 함께한 말이 가진 의미와 이야기들을 다양한 매체와 유물을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전시장 입구 전경

매해 그해에 해당하는 12지를 테마로 하는 이 전시는 세모와 함께 겨울방학까지 더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단위 관람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원단(元旦) 기획전이다. 말의 해를 맞아 기획된 이번 전시는 말이 인류의 역사로 스며드는 시기부터 시작된다. 12간지 동물 중 유일하게 승용이 주목적이었던 말은 야생의 모습을 접고 점차적으로 길들여지게 되면서 비로소 식용에서 승용으로 활용되기 시작되었다.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말의 승용목적이 거의 사라지고 승마와 같은 레저 및 오락, 재활치료의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인터뷰영상을 통해 과거와는 다른 말의 가치를 이해하게 된다. 제주 마테우리(말을 사육하는 목동의 제주방언), 승마를 통해 장애가 있는 이를 치유하는 승마치료사, 말의 질병을 치료하는 수의사 등 말과 일생을 함께 하는 이들의 이야기 한마디 한마디에선 늘 곁을 함께해준 말을 향한 애정이 녹아있다. 이렇듯 인간과 말의 교감은 과거 선조들의 생활사를 통해서도 느껴볼 수 있다.

우리 역사 속에서 말은 신성하고 지혜로우며 영민한 동물이라 여겨 민간 신앙적으로 의지하기도 하였다. 말이 그려진 부적은 악귀와 병마를 물리치는 역할을 하였으며, 한 해 평안을 위해 대보름날 짚으로 만들어진 말은 액운과 재앙을 밖으로 쫒아내는 제웅의 역할도 하였다.

또한 말들은 여러 유물들을 통해 상징화 되어 삼국시대의 기마인물형 및 마형 토기를 비롯하여 조선시대 화가들의 풍속화 속에서도 친근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말을 타고 행렬을 하는 모습, 말의 발굽을 채우는 모습 등을 통해 말과 함께 한 중세의 일상을 잘 엿볼 수 있다. 한편 구비전승 되어온 말 관련 속담들이 채워진 전시장의 한 코너는 처음 들어보는 속담에 호기심이 발동한 관람객들에게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하며 작은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전시장 내부

이렇듯 우리 인간의 삶과 함께하며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흔적을 남겼던 말은 근대화의 물결로 점차 승용가치가 하락하게 되었다. 전시는 날쌔고 박력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한 채 오늘날에도 여러 분야에서 여러 가지 형태와 방식으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말의 현대적 가치를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상표 속에서 등장하는 말은 인간의 다리를 대신하는 것에서 많이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작게는 어린 아이들이 타는 바퀴달린 말 장난감, 이것을 신으면 보다 힘차게 걷게 될 것만 같은 말표 고무신과 구두, 지금까지도 생산되는 말표 구두약, 작고 예쁜 말이란 뜻의 포니자동차 등 이이 있으며, 말의 달리는 모습이 엠블럼인 머스탱, 개선장군의 말이란 뜻의 라틴어 에쿠스, 두 발을 들고 일어선 페라리와 포르쉐 등 많은 차들이 말의 역동적인 모습을 표현한 이름과 엠블럼을 사용하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까지도 우리는 말을 타고 다닌 셈이다. 실제 말을 타 본적이 없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말이 가진 이미지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인류에게 말은 묘한 매력을 주는 존재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말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말 그림이 홀로그램으로 전시돼 있다.

새해를 맞이하며 가장 들뜬 사람들은 아마도 말띠들 일 것이다. 전시장 끝자락엔 말띠와 상생(相生), 상극(相剋)인 띠에 대하여 풀이해 놓은 띠 궁합도가 전시되어있어 사주나 궁합에 관심이 많은 말띠라면 심심풀이로 맞춰보고 가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새해! 우리는 새로운 목표와 포부를 세워 힘차게 첫날을 맞게 된다. 그러나 채 며 칠도 안 돼 자신도 모르게 목표는 무너지고 포부마저 흐지부지 사라져버리곤 한다. 앞뒤 보지 않고 의욕만 앞세워 무작정 큰 짐을 싣고 길을 재촉하는 이는 오래가지 못하고 기력을 잃기 마련이다. 잠시 짐도 풀고 목도 축여가며 목적지를 찾아가는 건강한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이번 국립민속박물관 전시를 통해 소생하는 싹을 닮은 청마처럼 푸른 생명력을 들이마시는 계기를 가져보았으면 한다.

국립민속박물관(www.nfm.go.kr)참조
위치_110-820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7 /문의_ 02-3704-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