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필요한 것은 '여유와 여백과 여지'
서울에 필요한 것은 '여유와 여백과 여지'
  • 장동호 기자
  • 승인 2008.11.17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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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개인의 상상력이 채워질 여백이 필요

서울은 시민의 상상력이 끼어들 틈이 없이 발전된 도시였다. 서울 그리고 한국은 아름다운 자연 조건을 갖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환경과 공존하지 못 한 채 발전해온 것이 현실이다.

최근 간판의 통일화다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건립이다 서울에선 눈코 뜰 새 없이 도시와 디자인에 관련된 개발이 만들어지고 있다. 비판적 실례로 그 와중에 기존의 역사가 담겨있는 기존 건축을 파괴하고 아무런 연관이 없는 건축시행이 서울시민 자의식의 파괴를 불러온다고 한다.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신촌 기차역사, 동대문 옷거리를 새롭게 조성한다는 계획 하에 들어설 예정인 동대문 패션클러스터, 그리고 조만간 재개발로 사라지는 종감어린 종로 피맛골 거리 등 서울에서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사라지거나 사라질 예정이다.

이밖에도 현재 이뤄지는 무분별한 개발이 과연 서울시에 걸맞는 개발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됐다. 물론 서울이 전혀 아무런 개발이나 발전 없이 현재 상태로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서울은 그렇다면 과연 어떤 비전과 중심을 갖고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가?

이 점에 대해 서울문화투데이에서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을 찾아 고견을 청취해 보았다. 이 전 장관은 문화 실무를 맡아본 행정 최고 책임자이기 이전에, 문화 감각을 대표하는 문필가로 명성을 쌓은 석학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 등 젊은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일에도 열심인 이 전 장관은 최근까지도 '젊음의 탄생'이라는 책을 써 새로운 구상, 변화, 발전에 대해 끊임없는 성찰을 해 왔다.

현 서울디자인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인 이어령 전 장관을 만나서 '서울 디자인의 탄생'과 '서울이 개발 와중에 지향할 묘미'라는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인터뷰 모습
서울의 디자인 개발열풍을 어떻게 보십니까?

▲ 이제껏 서울은 디자인성 없이 무분별하게 개발되어 왔다. 구한말의 촌락에서 일제의 식민지 계획에 의해 단지화 되었고 독립이후 부동산 업자들에 의해 획일적이고 효율만을 추구한 집단주거형태와 사무 빌딩이 서울에 난립했고 포화에 이르게 했다.

개성이 말살된 이 현실에 적게나마 디자인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것 같아서 긍정적이다. 먼저 졸속 간판들을 철거하고 좋은 디자인의 간판으로 변해야 한다. 외부인에게 비춰지는 첫 번째 모습인 간판이 우리 도시의 이미지에 얼마나 관여를 하는 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간판부터 멋지면 일단 그 집은 가격이 비싼 것에 대해 비난을 받지도 않고 오히려 소비자로 부터 수긍을 얻는다.

이것은 넓게 보자면 기업 이미지로 이어지는데 최근 기업들의 CI(기업이미지통합작업)이 바로 그 이야기이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포장 또한 중요하다.

최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가 건립되고 있는데 프로그램 개발 없이 건축이 먼저 지어지고 그 다음에 프로그램이 개발된다고 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소프트웨어가 먼저냐 하드웨어가 먼저냐인 질문인데, 소프트웨어에 대한 문제는 하드웨어인 디자인 플라자가 건립이 되고 콘셉과 골격을 잡아준다면 저절로 채워질 것이다. 단 정책은 골격 외에 콘텐츠를 채울 수 있도록 여백과 여지를 남겨두고 개발을 해야 한다.
개인의 상상력 자체가 공공정책에 관여되기 힘들지만 정책은 그런 만큼 개인의 상상력으로 채워질 여백을 남겨둬야 한다. 이것은 세계적인 공공정책의 한계고 맹점으로서 정책과 개인이 적절하게 균형을 맞춰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디자인 인재개발 정책은 어떤 인재를 지향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인터뷰 모습

▲ 대부분의 거대 디자인 업체의 기업화 되고 거대화 되었다. 그들의 수장디자이너는 톡톡튀는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이태리,프랑스 사람 보다는 적절한 보편적 감성을 지니고 있는 영국사람이 많다.개성이 강하면 시장성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도 저것도 아니지만 일단은 디자인은 개인작업이기 때문에 어시스트 100명이 달려들어도 개인으로 귀착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제품에 디자인 바이 xxx식으로 표기를 해서라도 디자인의 개인적 가치로 환원을 해야한다. 그런 식으로 강력한 개성으로 만들어지는 디자인 산업의 육성을 해야한다. 디자인 영웅이 필요하단 말이다.

우리의 도심문화는 여태 획일화된 상업화와 물질화를 추구하며 발전했는데 어떤 대책이 필요합니까?

▲ 한국은 한국인의 창의적인 상상이 끼어들 여지가 없이 발전해왔다. 구한말 촌락, 일제의 식민지를 거치고, 광복이후 부동산 업자들의 효율성을 앞세운 도시로 발전했다. 아파트나 단지 형태를 벗어날 때가 있는데 사실상 이것을 디자인할 건축가나 어번 디자이너가 없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대행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연결이 되지 않는 도시계획이 많아지고 있다.

문화란 것은 일순간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현재 대중문화를 이끌어 가는 고급문화가 없이 대중문화가 없는 것이다. 새로운 모델을 참신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임상의학과 기초의학 같은 조화로운 대립을 통해 발전해야 한다. 이것을 단지 시장주의로 안 팔린다고 잘라버리는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터전이 밑받침되어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서울시의 디자인 개발에 대하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각 구획을 나누는 조닝(zoneing)이고 다만 이런 큰 기획은 개인이 만들지 못 하기 때문에 그 조닝 안에 들어갈 입주자들에 의해 다시 재창조 될 수 있도록 여백을 남겨놔야 한다.

우리가 유의해야 하는 점은 급조된 사막의 신기루 같은 ‘두바이’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이다. 아무도 ‘두바이’를 10년-20년 뒤에도 멋지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은 좀 더 여유를 갖고 10년, 20년 더 뒤를 보고 큰 호흡으로 개발해 나가는 일이 필요할 것이고, 서울 시민은 좀 더 문화의 다양성을 포용할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문화는 여백 안에서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문화투데이 장동호 기자 pedro@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