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간 성균관 지킨 은행나무 ‘문화재’ 된다
500년간 성균관 지킨 은행나무 ‘문화재’ 된다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4.01.2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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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전 은행나무 등 서울시 기념물 지정 공고

종로구 ‘성균관 대성전 은행나무’와 ‘삼청동문’, ‘백호정’, ‘월암동’ 등 바위글씨가 서울시 기념물과 문화재자료로 지정된다.

기념물은 서울시 지정문화재 중 한 종류로 역사 유적지·고고 유적·전통적 경승지·식물 중에서 학술적·역사적·예술적 가치가 큰 것이 지정된다. 현재 서울시 기념물은 ‘화양동 느티나무’, ‘세검정 터’, ‘화의군 이영 묘역’, ‘불암산성’ 등 총 32건이 지정돼 있다.

▲ 성균관 대성전 은행나무

문화재자료는 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 중 향토문화의 보존을 위해 필요한 문화재를 뜻하며 현재 서울시 문화재자료에는 ‘옥인동 박노수 가옥’, ‘지장사 약사불도’, ‘백사 이항복 집터(필운대)’ 등 총 56건이 지정돼 있다.

한편 이번 지정이 언급된 성균관 은행나무 두 그루는 대성전 앞뜰에 위치고 있다. 신삼문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국립산림과학원 수령 측정 결과, 두 그루 모두 450 전후의 노거수로 확인됐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송자대전’ 등의 사료에서 조선 중종조에 동지성균관사였던 윤탁이 성균관에 은행나무 2그루를 심었다는 기록이 확인되고 있는데 이 시기와 은행나무의 수령 측정결과와 부합하고 있어 기록상의 은행나무로 추정될 가능성이 있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성균관 대성전 은행나무는 숙종 37년(1711)부터 헌종에 이르기까지 비바람을 맞아 은행나무 가지가 부러져 동무·서무·비각 등 주변 건물이 수 차례 파손되었음에도 이에 대해 위안제를 지내고 건물을 수리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보호를 받아 약 500여 년간 성균관 유생들과 함께 성균관을 지켜왔다.

서울시 문화재위원회에서는 “성균관 대성전 은행나무가 일부 외과수술로 변형돼 있으나 전체적으로 원형이 보존되고 있으며, 수형이 수려한 노거수로 그 역사적 유래와 변천이 확인되고 있어 서울시 기념물로 지정할 충분한 가치를 가진다”고 지난 10일 의결했다.

한편, 한양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네 개의 산(북악산, 인왕산, 낙산, 남산)의 산자락에는 울창한 수목과 바위, 맑은 계곡 등으로 수려한 풍광을 가진 곳이 많아 이름난 유학자들도 풍광이 수려한 경승지에 별장을 짓고 시회를 열어 아름다운 자연을 찬미하고 학문을 수련하며, 인격 도야의 장으로 활용했는데, 이러한 흔적들 중의 하나가 바위글씨이다.

‘삼청동문(三淸洞門)’은 성현의 ‘용재총화’에서 도성 안 제일의 경치로 꼽힌 삼청동의 입구에 새겨진 바위글씨로 조선시대 각종 문집 및 고지도에서도 확인되는 삼청동의 입구를 가리키는 지표이자 글씨 자체도 현판대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뛰어난 글씨이다.

‘백호정(白虎亭)’은 사대부들이 심신수련 방법의 하나로 즐겼던 활쏘기의 연습을 위해 지었던 민간 활터인 인왕산 오사정 중의 하나이다. 현재 배화여대 복지관 쪽 암벽에 글씨가 새겨진 바위가 위치하고 있다. 지역의 역사적 유래를 알려주기도 하지만 특히 글쓴이가 숙종 때 명필가로 유명한 엄한붕으로 전해지고 있어 그 가치가 더욱 높다.

‘월암동(月巖洞)’은 현재 홍난파 가옥의 남서쪽 바위사면에 위치하고 있다. 결구가 치밀하고 풍격이 고고한 조선 중기 이후의 글씨체이다.

문화재 지정 후, 서울시는 삼청동문과 백호정, 월암동 일대의 수려했던 자연경관 회복을 위한 보존정비 방안을 장기적으로 검토·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에 대한 서울시 문화재지정계획을 1월 16일자로 공고하고, 2월 17일까지 약 30일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최종 심의를 거쳐 3월 중 각각 서울시 기념물과 문화재자료로 최종 지정고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