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식도락]목포산꽃게찜
[예술가의 식도락]목포산꽃게찜
  • 김종덕 창작춤집단 木대표/한예종 강의교수
  • 승인 2014.02.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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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먼지는 훌훌 털어버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
혼자서는 똑바로 서서 걷기조차 힘든 세상,
서로 기대고 벗하며 동행한다면
조금은 덜 지치고
조금은 덜 지루한 삶이 될 것이다.
올해는 주변 사람들을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하며 살아야겠다.

▲마장동에 위치한 목포산꽃게찜
가끔 마음이 허허로울 때나 시간이 여유로우면, 언제든 기분 좋게 만나서 밥도 먹고 차를 마시는 친구가 있다. 그는 문화·예술·교육의 도시 청주에서 나고 자랐다.

가끔 사회를 보기위해 또는 관객으로 청주예술의전당을 방문하면,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진지함과 좋은 작품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는 청주시민을 보면서 문화인으로써 품격을 제대로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청주시민의 애정과 관심이 있었기에 청주에서 자라고 활동한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를 '작은 거인'이라고 평가한다. 자그마한 체구와 차분하고 온화한 미소 뒤에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완고함과 일에 대한 추진력을 보면 '거인' 못지않은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감성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통해 서울무용제와 전국무용제, 한국무용제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수상의 영예를 누렸으며, 재능기부를 통한 사회공헌활동으로 많은 예술가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와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유쾌하고 발전적이다. 그래서 식사를 같이하거나 차를 마시며 보내는 시간은 언제나 여유롭고 넉넉하다.

그가 유별나게 좋아하는 음식점이 있는데, 그곳은 내 십 년 단골이기도 한 마장동 소재 ‘목포산꽃게찜’이라는 음식점이다. 무작정 가면 줄을 서서 한참 기다려야하거나 때로 지쳐서 포기하고 돌아올 만큼 유명한 맛 집이다.

특히 매일 새벽에 올라오는 꽃게의 품질이 좋지 않으면 돌려보내고 그날 장사를 접을 만큼 주인은 주재료인 꽃게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집이다.

꽃게는 봄과 가을이 제철인데, 봄에는 암꽃게가 알을 배고 있어 맛있고, 가을에는 수놈이 살이 쪄 맛있다. 꽃게찜, 꽃게탕, 게장 등 여러 조리법이 있지만 게살이 꽉 찬 가을 꽃게는 그대로 쪄서 먹거나 끓는 물에 삶아서 먹는 것이 최고의 요리이다. 살이 오른 싱싱한 꽃게 그 자체가 최고의 요리이기 때문이다.

사계절 내내 이집에서 먹을 수 있는 별미는 역시 꽃게찜이다. 아구찜과 조리방법이 흡사하지만 꽃게의 짭쪼롬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콩나물과 양념에 버무려지면 요즘 같은 겨울에 훌륭한 보양식이 된다.

이집에서 나오는 밑반찬은 맑은 싱건지(무우로 만든 국물김치)와 홍어무침, 메추리알, 해조류와 김치가 나오는데, 밑반찬의 맛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아 주 메뉴인 꽃게찜의 맛을 해치지 않는다.

꽃게찜을 다 먹을 즈음 돌솥에 지은 고구마·흑미밥이 나오는데, 남은 양념에 비벼 먹어도 좋고 마지막 나오는 숭늉에 말아 먹어도 좋다. 한 겨울 땀을 흘리며 매콤하고 달착지근한 꽃게찜을 먹노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와 먹는 꽃게찜이라면 격식을 버리고 실컷 즐겨도 좋을만한 곳이다.

목포산꽃게찜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 767-41
☎ 02)2292-1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