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곡미술관, <김성연: 섬 Painted World>
성곡미술관, <김성연: 섬 Painted World>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4.02.27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8일부터 4월 20일까지, 다양한 미디어의 변용 가능성 탐구.

 성곡미술관은 오는 28일부터 4월 20일까지, '2014중견중진작가집중조명전'으로 <김성연: 섬 Painted World>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허리 세대’ 작가를 미술관 전시를 통해 지원하고 응원하는 성곡미술관의 대표전시프로그램 중 하나로, 지난 2013년에 개최한 바 있는 <로컬리뷰2013: 부산發>展 참여작가 중 관객 반응이 좋았던 작가에게 주어지는 초대 개인전의 일환이기도 하다.

▲ <김성연: 섬 Painted World>展
 김성연 작가는 지난 30여 년 동안 회화, 사진, 영상, 오브제, 설치작업 등을 넘나들며 회화의 다양한 변용 가능성을 탐구해 왔다.

 특히, 김성연은 1990년대 초 미국 유학시절에 익힌 첨단 비디오, 영상기법과 문화, 기기에 대한 이해는, 그의 귀국 이후 지역 내 젊은 큐레이터들과 연계해, 이러한 흐름을 적극 소개하는 한편, 이를 대안적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이론적으로 소개하며 부산 미술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당시 김성연의 작가적 관심은 매스미디어에 의한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 거대담론의 형성 과정과 피동적 수용자로서 개개인이 경험하는 현실로부터의 소외 및 그 둘의 상관관계에 있었다. 이러한 고민은 유학생으로서 경험한 자기 정체성의 불확실성 및 가변성을 비디오 설치작업으로 풀어낸 뉴욕에서의 첫 개인전(1992)을 시작으로, 귀국 후 200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서울과 부산 등지를 오가며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드러난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김성연의 형식 실험은 비디오 작업에 대한 몰입과 함께 사진술과 회화술을 결합한 대형 캔버스 작업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전사 혹은 디지털 출력이라고 부르는, 당시 국내에서 흔치 않던, ‘photo on canvas’라는 방식을 통해 캔버스의 한쪽 길이가 2-3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화면 위에 사진을 인화하고, 다양한 화학용제와 물감을 적절히 조율하면서 브러시 획을 강조했다.

 또한 자신의 사회에 대한 생각과 호흡을 거칠게 더하거나 과감히 덜어내며 사진 속 이미지를 지우거나 강조해 냈다. 미국의 산업시설이라든가 부산의 전래 도시이미지들을 대상으로, 세피아, 흑백 등의 모노톤으로 주조된 이미지는 천연색 물감에 의해 부분 왜곡되거나 원상이 훼손‧은폐된 형태로 드러났다. 지금은 대부분의 작품이 유실되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로, 본 전시에서는 영상파일로 확인할 수 있다.

 김성연은 2000년대에 들어 당시 첨단 디지털 매체와 새로운 영상기기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사회현상과 세태를 단호하게 지적하고 반영하는 작가로서의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특히, ‘도시의 공룡’(2005)展은 부산이라는 거대 도시의 공간성과 시간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작업들을 다수 선보였다.

 이후 김성연은 2000년대 후반까지 ‘포장’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한다. ‘캔버스를 포장하다’(2006)를 시작으로, ‘포장의 이면’(2008)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캔버스 작업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한줄기 빛이 화면에 강하게 개입돼 있는, 가로/세로의 줄긋기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그의 포장 작업은 세상에 대한 작가로서의 책무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2010년대에 들어 김성연은 애매하고 모호한 느낌을 사진과 영상으로 더욱 강조한다. 2014년 최신작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포장된 캔버스’나 ‘포장의 이면’ 형태로 덧칠한 캔버스를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후 컴퓨터 보정작업으로 매만지는, 혹독한 아웃 포커싱을 부여하여 변형을 가한 사진 출력 작업을 통해, 불투명하고 불명확한 상황을 연출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