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늬우스, 광고는 광고일 뿐이라고?
대한 늬우스, 광고는 광고일 뿐이라고?
  • 박상희 기자
  • 승인 2009.07.09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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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독재시절로의 회귀, 네티즌들 '상영 극장 불매 운동' 등 저항 심해

지난 6월 25일, 서울 한 극장 화면에 낯익은 개그맨들이 등장한다. KBS <개그콘서트> ‘대화가 필요해’ 코너의 형식을 빌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홍보하는 내용의 코믹 정책 홍보 영상 ‘대한 늬우스’다.

요즘 세대에게는 낯설겠지만 대한 늬우스는 지난 1953년부터 1994년까지 정부가 주간 단위로 제작해 극장에서 영화 시작 전 상영한 영상물로 정부의 각종 정책을 선전하던 도구였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는 “대한늬우스가 돌아왔다”며 25일부터 전국 52개 극장 190개 상영관에서 스크린 당 하루 5회씩 한 달간 ‘대한 늬우스’가 상영된다고 밝혔다.

개그의 형식을 빌려 국민과 소통하려는 “친근한 정책 홍보 차원”이라고 주장하며, “직원들 의견을 수렴해 나온 아이디어다, 대한 늬우스의 이름만 땄을 뿐 그 내용과 형식은 과거 대한 늬우스와는 전혀 다르며 상영 기간도 한 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영되자마자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극장을 찾은 대부분의 시민들은 “영화 시작 전에 나오는 광고도 짜증나는데 내 돈 내고 영화 관람하면서 억지로 이런 것까지 봐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불과 1분 30초짜리 영상이 불러일으킨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이에 문광부는 다음 아고라에 “광고는 광고일 뿐 오해하지 말자”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대한 늬우스’라는 단어는 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주기위한 광고기법 차원에서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고, 순식간에 수천 개의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댓글이 달리며 오히려 역효과만을 냈다.

문광부의 말대로 광고는 광고일 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 상업광고는 단순히 제품정보를 전달하며 제품에 대한 최종적인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다. 또한 보지 않을 권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극장용 광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 관객들은 어쩔 수없이 광고에 노출된다.

현대인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에 의해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아무런 의미없이 흘러가버린 광고라도 알게 모르게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고 만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파트 광고인데, 광고를 하는 아파트에서 사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거나 동일한 회사에서 지은 아파트 이름을 광고에 나오는 이름으로 바꿔 아파트 값을 올리려는 시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상업광고도 이런 효과를 가져오는데, 의견 수렴마저도 무시한 국가정책이 광고를 통해 무비판적으로 대중에게 각인된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

이러하니 시대착오적인 군사독재 시절 홍보방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이해가지 않는 점은 광고의 효과를 가장 잘 이해하고 또 이용하려한 사람들은 왜 이때까지 공익광고는 상영하지 않고 말 많은 4대강 사업 정책만을 홍보하려고 했던 것인가이다. 바로 광고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악용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일방적인 광고 노출이 현 정부와 많이 닮아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한 늬우스는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대화가 필요해’를 패러디했지만 이 코너 또한 가족 간 대화 불능이 핵심주제였다. 이 가족은 다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 지속되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이를 통해 정부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명박 정부에게는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4대강 사업 정책을 그럴듯하게 꾸며서 이를 일방적으로 홍보하여 세뇌하려 할 것이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이 우선이다.

사실 독재라는 것이 예전 히틀러 시대 때나 있는 것이 아니다. 선거를 통해 정당한 방법으로 출범한 정권도 언제든지 독재가 될 수 있다. 국민과의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국민들에게 주입시키고 어떻게 해 보려는 것이 독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 관람료를 내고 가는 극장에서 우리가 낸 세금으로 만든, 우리가 반대하는 사업에 대한 홍보영상을 보고 싶지 않다.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러갔다가 예기치 못한 홍보영상으로 불편하게 억지로 봐야하는 것은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나아가 국가의 일방적인 강요일 뿐이다.

이미 많은 수의 관객들이 ‘대한 늬우스’ 상영 극장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 한편을 즐기려고 갔던 관객들에게 강요되는 이러한 상황은 과거 독재정권 시대와 다를 것이 없다.

서울문화투데이 박상희 기자 press@sctoday.co.kr